[독자광장] 멍청한 교통티켓 제도

뉴스칼럼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18 May 2017


A씨는 최근 집으로 날라온 교통위반 티켓 고지서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가족 중 하나가 빨간 불에 서지 않고 우회전을 하다 카메라에 찍혔는데 벌금액이 각종 수수료까지 합해 500달러에 가까웠다.

그냥 낼까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티켓 클리닉을 찾아갔다. 다행히 운전자가 몬 차는 본인이 아니라 A씨 이름으로 돼 있었다. 티켓도 당연히 A씨 이름으로 왔다. 클리닉 관계자는 충분히 싸워 승산이 있다고 했다. 티켓에는 본인이 아닐 경우 차를 몬 사람의 인적사항을 적어 보내라고 돼 있지만 누구에게도 이를 보고할 법적 의무는 없다.

A씨는 끝내 이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 채 법정소송을 벌여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클리닉 대리인에게 소송 대리 수수료를 지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벌금 내는 것에 비해 비용이 절반도 안 들었다.

만약 A씨가 벌금이 과하다고 생각하거나 돈이 없어 납부기일을 단 한번만 어길 경우 벌금 액수는 800달러 이상 치솟는다. 사람을 해치거나 다른 운전자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단지 빨간 불에 우회전했다는 이유로 이런 돈을 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다.

가주(캘리포니아주) 교통티켓 요금이 이처럼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것은 안전한 운전을 유도한다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부족한 정부예산을 충당하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스톱 사인에서 서지 않고 가면 벌금은 35달러지만 각종 수수료까지 합치면 238달러로 올라간다. 카메라는 그나마 인종차별이 없지만 경찰은 흑인 등 가난한 소수계를 훨씬 더 많이 잡는다. 불합리한 교통법규가 가뜩이나 살기 힘든 유색인종들을 더 살기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억울하지만 재수가 없었다 생각하고 내고 말지만 없는 사람은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시간이 갈수록 벌금 액수는 올라가며 결국은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렇게 되면 일하러 다니기도 힘들어지고 생활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벌금을 못내 운전면허를 박탈당한 가주민 수가 400만이 넘고 이들에게 걷지 못한 돈은 100억 달러에 달한다.

돈을 낼 수 없는 저소득층에 지나치게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고, 면허를 빼앗아 일도 못하고 벌금 내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게 만드는 가주 교통 티켓 제도는 멍청한 행정의 표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가주의회에서 저소득층일 경우 벌금을 깎아주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 발의자인 로버트 허츠버그 주 상원의원은 가주 교통벌금이 "우스꽝스럽게 높다"며 저소득층은 이를 낼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얼마나 깎아줄 지는 의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어차피 낼 돈도 없는데 면허를 박탈해 가며 몰아부치는 것보다는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위반자나 가주정부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은 물론이다.

핀란드에서는 '많이 가진 자가 많이 낸다'는 형평의 원칙에 따라 위반자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 벌금 액수를 달리 정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한 번 위반에 수만 달러의 벌금이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벌금 감면은 시급히 도입해야 할 제도라 생각된다. 가주 정부와 주의회 의원들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