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악녀’에서 ‘뮤즈’로 소환되는 토냐 하딩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13 Ju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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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캐리건(왼쪽)과 토냐 하딩.

미국 피겨스케이팅의 ‘악녀’ 토냐 하딩(46)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T.’가 인기를 끌면서 ‘하딩-캐리건 스캔들’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계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된 하딩-캐리건 사건을 재조명했다. ☞ 관련기사

토냐 하딩과 낸시 캐리건(47)은 한 살 차이 미국 피겨계의 라이벌이다. 하딩은 미국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을 성공시킨 여자 선수다. 그러나 출중한 실력을 지니고도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챔피언인 일본계 미국인 크리스티 야마구치(45)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야마구치가 프로 선수로 전향한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 올림픽은 하딩에게 다신 없을 기회였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낸시 캐리건이 강력한 도전자로 급부상했다.

1994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미국 여자피겨 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그러나 대회도중 괴한이 낸시 캐리건의 무릎을 몽둥이로 내리쳤다. 뜻밖에 범인은 하딩의 보디가드이자 전 남편으로 밝혀졌다. 라이벌인 캐리건을 무너뜨리기 위해 하딩이 폭력을 사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이 사건은 미국 스포츠계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됐다. 사고 당시 두 선수의 숙소에는 몇 주 동안 방송사 중계차들이 진을 쳤으며, 둘이 맞붙은 릴리함메르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무려 48.5%를 기록했다. 당시 7,000만 명의 시청자가 생중계로 경기를 지켜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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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건-하딩 스캔들을 다룬 ESPN 다큐멘터리 ‘Price of gold’.

사건 이후 부활을 위해 노력하는 캐리건과 끝없이 추락하는 하딩 모습은 끊임없이 대비돼 왔다. 부상에서 회복한 캐리건은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 같은 대회에 나선 하딩은 8위에 그쳤다. 올림픽 이후 폭력 사주를 자백해 미국 스케이트연맹에서 영구 제명당한 하딩은 프로복서와 카레이서 등으로 재기해 활동했으나 대중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하딩은 2008년 자서전을 내고 “테러를 모의한 전 남편의 계획에 반대했으나 무장한 강도들의 협박을 받고 강간까지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반면 캐리건은 올림픽 은메달 이후 인기가 치솟으며 각종 광고를 섭렵하는 등 ‘국민스타’로 등극했다.

대비되는 두 선수의 모습은 문화계에서 ‘악녀-선녀’의 대결구도로 드라마, 연극 등에서 재연됐다. 최근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연극 ‘T.’는 하딩을 가난한 노동계급이며 결혼을 앞두고 장애물에 부딪치는 25세 소녀로 각색해 그렸다. 고전적인 ‘악녀-선녀’의 구도에서 벗어난 것이다. 하딩 역을 맡은 배우 댄 아이벨은 “작년 개봉한 ‘O.J.: 메이드 인 아메리카’(미국 프로풋볼 흑인선수 OJ심슨이 살인에 연루된 사건을 그린 영화)처럼 이 연극이 계급과 인종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져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유년시절 하딩은 아버지가 건강 문제로 일을 하지 못해 고교를 중퇴해야 했으며 어머니는 하딩을 7살 때부터 아이스링크에서 학대했다.

하딩의 굴곡 있는 인생 스토리는 끊임없이 그녀를 ‘뮤즈’로 소환했다. 연극 ‘T.’ 외에도 내년 개봉 예정인 ‘아이, 토냐’는 미국의 인기 배우 마고 로비가 하딩 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같은 내용의 뮤지컬 ‘토냐 하딩’은 2014년 LA에서 대 흥행을 기록했으며 오페라 ‘토냐 앤 낸시’도 2008년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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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서로 데뷔한 토냐 하딩.

한편 하딩은 최근 재혼해 아들과 평범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캐리건은 지난 4월 인터뷰에서 “하딩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며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캐리건은 지난 3월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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