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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16 Ju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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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로드먼

오비이락(烏飛梨落) -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은 억울한 심정을 표현한다. 전혀 관계없는 일이 공교롭게도 같은 때 일어나 괜한 오해를 살 때 하는 말이다. 반대로,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우연히 같은 때 좋은 일이 생겨서 자신의 공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는 전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지금 그런 상황이다.

현지시간 지난 6월13일 로드먼은 평양에 도착하고, 그 몇 시간 후 17개월 북한에 억류되어있던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22)가 석방되었다.

두 사건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고 하지만 어떤 간접적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김정은이 로드먼을 초청한 속내가 미국과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하려는 것이라면 같은 맥락에서 웜비어를 풀어주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드먼이 주장하는 '스포츠 외교'의 효과일 수 있다.

오하이오, 신시네티에 사는 웜비어의 부모는 2016년을 악몽으로 맞았다. 버지니아 주립대 학생이던 아들이 엉뚱하게도 평양에서 구속된 것이다. 그해 1월 홍콩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던 청년이 관광차 북한에 들른 것이 지옥행이었다.

관광 마지막 날인 2015년 12월31일, 그는 모험심이 발동했던 것 같다. 호텔에서 외부인 출입 금지된 직원전용 층으로 가서 커다란 체제찬양 벽보를 끌어내리려다 체포되었다. 죄목은 체제전복,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청년이 장기간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북한당국이 의료적 부담을 느낀 것이 이번 석방의 한 배경으로 전해진다.

우연인지, 어떤 기획이 있었는지 로드먼이 마침 이날 평양을 방문하면서 김정은과 로드먼의 친분이 주목을 받았다. 악동은 악동끼리 통하는 지 김정은은 로드먼을 좋아한다. 지난 2013년 이후 이번까지 5번 그를 초청했다. 로드먼은 그동안 농구선수들을 데리고 가서 친선경기도 하고, 2014년 김정은 생일 때는 축가를 부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물론 농구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을 닮아서 농구를 좋아한다. 김정일은 대단한 농구팬이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북한을 방문하면서 마이클 조단이 서명한 농구공을 선물로 가져갔다.

로드먼의 방북 목적은 정확히 밝혀진 적이 없다. 단지 정치적인 목적은 없다고 그가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농구 사랑을 다리삼아 교류함으로써 미국과 북한 양국 관계에서 뭔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그는 바란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비공식 '스포츠 외교' 혹은 '농구 외교'이다.

스포츠 외교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은 1971년 핑퐁외교이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공식 외교채널로는 접근이 어려울 때 탁구가 다리 역할을 했다. 그해 4월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미국 선수단을 중국 선수단이 중국으로 초청, 친선경기를 하면서 수십년 막혀있던 양국 간 교류의 물꼬가 트였다.

북한에는 아직 3명의 미국 국적 한인들이 억류되어 있다. 그것이 스포츠 외교이든 김정은과 로드먼의 개인적 친분이든 이들의 조속한 석방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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