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도전한다

필립 차씨 60개국 여행, 7대륙서 마라톤



  • 정재호 (jayjung@koreatimes.net) --
  • 13 Sep 2018

美·아이티 재난현장서 봉사도 게임방 운영하며 영화 제작도 다음 목표는 세계 7대봉 등정


1필립차 (1).jpg

그는 ‘바람’ 이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 차형훈(영어명 필립·5일자 A3면)씨는 스스로를 ‘몽상가(Dreamer)’라고 칭한다.

세계 60여 도시를 다닌 여행가, 7대륙에서 마라톤을 마친 세계 700여 명 중 1명, 지금은 게임 비즈니스 운영과 더불어 영화제작자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차씨는 학창시절 의대 진학을 꿈꿨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차씨는 그가 운영하는 다운타운 방 탈출 게임방인 ‘리들룸’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평범보다는 너드(nerd·얼간이)에 가까웠다”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우등생이었던 한인 2세 차씨에게 2001년 9월11일 뉴욕 테러는 큰 충격이었다.

차씨는 “당시 엄청난 사상자(2,996명 사망·6천여 명 부상)가 발생해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당장 뉴욕으로 가 구조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엔 어려서 실천하지 못했다. 성장해서 능력을 갖추면 재난현장을 찾아 돕겠다는 다짐을 바로 그 때 했다”고 말했다.

이후 토론토대학에 진학해 생리학(Physiology)을 공부하던 그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덮치자 초토화된 뉴올리언스로 달려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집 짓는 봉사에 참여했다.

1필립차 (6).jpg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 당시 아이티 전체가 폐허가 됐는데 재난 초기엔 일반 봉사자들을 전혀 받지 않았었다고. 하지만 차씨는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간 뒤 아이티 국경을 넘어 봉사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계속 도전하면 기회는 찾아온다”면서 “색다른 경험들이 기회와 투자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색다른 경험은 대학졸업 직후인 2006년부터 시작됐다.

졸업 후 의대입학시험(MCAT)을 보며 의대 진학을 준비했던 그에게 의외의 제안이 들어왔다. 학창시절 친구가 졸업기념으로 세계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함께 떠나자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친구의 부모님이 유명 캐나다 TV시리즈인 ‘디그라시’ 제작사 대표였다.

이때부터 유럽·아시아 등 여러 나라를 다니며 ‘여행자’로의 삶을 시작했다.

세계 60개국을 여행했는데 돈이 떨어지면 현지에서 일하기도 했다. 6개월 이상 살았던 도시는 서울·파리·런던·타이페이·베이징 등이다.

이때 도전한 것이 바로 7대륙 마라톤이다.

북미·남미·유럽·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남극에서 열리는 마라톤을 뛰는 것인데, 나흘 동안 5·10·21·42km를 뛰는 미국 디즈니런을 비롯, 시드니 마라톤에 참가했다. 중국에선 만리장성 위를 뛰고 아프리카로 날아가 킬리만자로를 등반한 뒤 그 주변을 달리기도 했다.

1필립차 (2).jpg

남극 마라톤에 참가해 펭귄과 함께한 것과 그리스에서 열린 ‘더 마라톤’을 뛰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런 경험이 그에게 큰 자산이 됐고 뜻밖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선 영어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캐나다로 돌아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과외를 했는데 이때 캐나다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데이빗 탐슨과 연결됐다. 여행하며 알게 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과외 학생이 바로 그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차씨가 ‘정신적 지주’로 꼽는 탐슨은 그에게 인생 조언은 물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소개해줬다. 차씨의 경험을 흥미로워하던 이들이 동업을 제시하거나 차씨 사업에 투자했다.

지금 운영하는 게임방 ‘리들룸’도 투자자의 동업 제의에서 시작했다. 기존 단순한 방 탈출과는 달리 테마가 있는 방으로 꾸며져 큰 인기를 끈 이곳은 평가사이트 옐프가 선정한 북미 100대 게임 비즈니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 그는 몬트리올에 양궁장을 가지고 있고, 보드게임을 만드는 회사도 만들었다. 그의 회사가 제작한 보드게임 ‘래더’는 2015년 최고 보드게임으로 선정되며 국내에서만 6만 장이 팔릴 정도로 큰 히트를 쳤다.

수입에 대해서 묻자 그는 “지금 리들룸 월세가 1만6천 달러다. 월세에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내가 먹고살 만큼은 되니 괜찮은 것 같다”며 둘러 말했다. 현재 유튜브 크리에이터 지원 활동 등을 하는 그는 조만간 LA로 건너가 또 다른 비즈니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1필립차 (4).jpg

그는 최근 토론토에서 시사회를 연 다큐영화 ‘바리스타2’의 총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바리스타1의 감독이 우연히 리들룸을 찾아온 것이 계기가 돼 속편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고.

그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또 다른 영화 제작을 추진 중”이라며 “한인들에게도 아주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씨의 다음 목표는 ‘세계 7대봉 등정’이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고, 도전을 하다 보면 기회는 찾아온다.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경험"이라고 강조한 그는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다음날 바람처럼 스위스 몽블랑 등정을 떠났다.

토론토 교민 차건홍·차종숙씨 부부의 막내아들이다.

 

 

 

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