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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4차 산업혁명 중심지 되나
조욱기자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18 Nov 2018 02:10 AM
AI 연구소 앞다퉈 설립 북미최대규모 스마트도시 건설 中
2030년 1월. 다니엘씨는 2010년 캐나다로 이민 온 1.5세다.
토론토의 스마트시티 ‘포트랜드’에 사는 그는 오늘 프랑스 바이어와 화상 회의가 있다. 아침 7:30, 로봇비서의 알림에 수면캡슐이 열리고 다니엘이 눈을 뜬다.
“다니엘, 일어날 시간이야 오늘 아침 회의 가야지!” 친구대화모드로 설정한 탓에 AI로봇이 버릇없어 보이지만 그는 오히려 편하다.
“띵동”. 주방에선 전날 AI로봇에게 주문한 도시락이 드론으로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린다.
“오늘 일정 부탁해, 친구” 아침 먹으며 로봇에게 묻는다. “어, 오늘은 10시에 바이어랑 회의하고 오후 1시 뉴욕에서 여자친구랑 점심 약속있어” “오케이, 오늘 입고 나갈 옷 좀 골라줘, 친구!”
친구로봇이 골라준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다니엘. 1층엔 무인자율주행전기차량 택시봇(Taxibot)이 대기해 있다. 스마트 하이웨이를 시속 160km로 주행해 5분만에 회사에 도착한 다니엘.
손목에 있는 생체ID를 인식해 입구를 통과한다. 곧바로 AI 비서 앤이 말한다. “다니엘님, 10시 영상회의 준비됐습니다.”
회의실에 들어선 다니엘. 프랑스에 있는 바이어가 홀로그램 영상으로 의자에 앉아있다. 회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번역됐다. 깔끔하게 계약을 성사시킨 다니엘. AI비서 앤에게서 필수 영양소가 든 간편식을 받아 먹은 뒤 곧바로 지하로 내려가 뉴욕행 하이퍼루프에 올라탄다.
시속 1,280km 속도로 25분만에 도착한 뉴욕에서 그는 여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미래를 현실로 바꾼 스마트도시
먼 미래 얘기도 아니다. 불과 10년 뒤 토론토의 스마트도시에서 벌어질 모습이다.
지난해 말, 트뤼도 총리와 윈 온타리오 주총리, 토리 토론토 시장, 슈미트 알파벳 회장 등은 ‘사이트워크 토론토’를 공식 발표했다. 토론토 남동부 지역의 퀘이사이트(Quyside)와 포트랜드(Port Lands)에 약 1,000만평 규모로 북미 최대의 스마트도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사업기간은 2018년부터 2028년까지. 캐나다 연방정부와 토론토 시는 참여기업과 컴소시엄을 구성해 4차 산업혁명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한 투자와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스마트도시 완성에는 약 10억 달러(약 1조990억원)의 사업 비용이 들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 정부는 12.5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알파벳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토론토를 스마트도시 건설지로 선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스마트도시가 들어서면 한마디로 도시 전체가 DNA(Data, Network, AI)로 구성된 융·복합 공간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대중교통이 실시간 데이터분석을 통해 효율적으로 운행되고 교통체계에 센서기술이 적용돼 보행자 중심으로 통제시스템이 작동한다. 건물과 주택은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최적의 비즈니스 및 주거 환경이 구축되고 도시 지하의 유틸리티 터널은 화물수송 로봇과 쓰레기의 이동통로가 된다. 쓰레기는 분류를 통해 재활용과 에너지원으로 다시 쓰인다.
토론토는 AI 연구의 중심지
전세계 기업들이 토론토에 주목하고 있다. 10년 뒤 북미 최대의 스마트 도시로 탈바꿈 해 어떤 기술과 트랜드를 선도할지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토론토를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정부와 학교, 기업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사이버보안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을 위해 유기적인 네트워크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온타리오 정부는 세계적인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벡터 연구소(Vector Institute)’를 설립했다. 총 1억5천만 달러의 기금이 투자됐는데 주정부 예산 5천만 달러와 민간영역의 투자액 8천만 달러가 합쳐진 것이다.
벡터연구소가 위치한 토론토 대학은 캐나다 내에서 인공지능 연구 분야의 허브로 알려져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앞다퉈 토론토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
지난 8월 LG전자는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열었다. LG전자가 인공지능이라는 한 분야를 위해 해외에 연구소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는 현지에 있는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에 대한 인수·합병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세계 최대 그래픽카드 생산업체인 엔비디아도 토론토에 연구소를 세웠다. 이 회사는 연구인력을 세배로 늘려 토론토를 인공지능 연구 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5월 ‘AI 센터’를 열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거친 세계적인 인공지능 석학인 레리 핵 박사가 책임자로 있다. 삼성전자는 몬트리올에도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몬트리올에는 인공지능 분야 권위자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가 있다.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있는 인재들이 AI 연구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지 주목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은 연구소를 몬트리올에 세웠다.
기업 입장에서 토론토와 몬트리올은 큰 차이가 없다. 캐나다고등연구원(CIFAR)이 이미 토론토·몬트리올·에드먼튼에 위치한 인공지능 연구소들과의 협업·지원을 담은 ‘범캐나다 인공지능 전략(Pan-Canadian Artificial Intelligence Stratgy)’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인공지능 연구기관이 발표한 ‘국가별 인공지능 인재수’ 현황을 보면, 캐나다가 미국(1만2027명), 영국(2130명)에 이어 1431명으로 3위 차지했다. 한국은 168명으로 15개 국가 중 14위에 그쳤다.
구글은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앨버타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세웠지만 토론토 스마트도시 건설에는 직접 참여했다. 구글의 자회사인 사이드워크 랩스(Sidewalk Labs)가 스마트 도시 구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 연구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스마트도시 구축에 대한 우려도 많은 편이다.
우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의 편중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회적 불평등을 더 키운다는 말이다. AI 서비스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일부 계층에만 몰린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사회적인 측면을 고려해 스마트 도시가 개발돼야 하는 이유다.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도시가 인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이지만, 스마트 도시가 인간 위에서 군림한다면 또 하나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시티는 이미 전세계적 대세가 되고 있다. 전미기술협회(CTA)는 2050년까지 전세계 인구 70%가 스마트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측했다.
DNA(Data, Network, AI)로 모두가 연결된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토론토가 곧 맞이하게 될 '신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