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춘문예

시 부문 입선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koreatimes.net) --
  • 09 Jan 2019

의자놀이 윤은주


2윤은주.jpg

불어 불문학 전공

미시사가 도서관에서 근무

현재 우편공사 근무 중  

 

우물 속 종소리 울려 퍼진다
수녀의 치맛자락 장막처럼 일렁이고
작은 손과  발들이 그림자로
의자를 따라 움직인다
종소리가 멈추자
아이들은 제 의자를 가진다
한 아이를 울리는 놀이
종이 울리고 검은 치마가 펄럭이고
 놀이는 되풀이 된다
한 아이는 언제나 울고 있다
의자놀이에 지친 아이들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었다 
허리는 구리줄 처럼 누렇게 휘어졌고
유치원 간판은 치매 양로원으로
바뀐지 오래 되었다
뜨락의 꽃을 가꾸던 봄의 여인은
 구름 스카프를 타고
하늘의 푸른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발 아래 기인 잠에서 깬
뱀은 또아리를 풀고
한 여름밤의 숲속으로 사라졌다

 

심사평

동정_권천학2017_2.jpg
권천학 시인

 

심사 대상은 응모한 3인이 각각 5편씩 제출한 총 15편이었다. 예상보다 적은 숫자였지만 그럴만하다는 생각이다. 시의 관문이 북적대면 오히려 이상하다.
문학 일반의 관문이 그리 수월한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는 고도의 긴축과 고도의 사유로 이루어지는 결과물로 응축과 긴장이 시를 빚는 중요한 요소이다.
겉으로는 짧고 수월해 보이나 깊은 철학과 사상이 내재 되어야 한다.
시를 문학의 정수(精髓)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시짓는 일을 굳이 ‘창작’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응모자가  많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적더라도 단단하게 응축된 작품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 더 큰기대이다. 
3인 3색이었다. 짤막하게 언급 하자면, <그이름> 외 4편을 보내 오신분의 작품에서는 다급하지 않은 마음의 느긋함이 엿보였고, 평면적인 진술과 일상의 상념들을 부담없이 표현하여서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는 장점이 있었다. 그 특징을 살리고 단어 선택의 기술을 가열차게 다듬어 나가면 좋겠다. 혹시, 시보다는 시조를 권해드리고싶다.
<세미트리에서> 외 4편을 보내오신 분은 소재의 채집 능력이 뛰어나 보였다. 다만 주제를 몰아가는 집중력과 사물에 대한 일관된 시선 유지 사유(思惟)가 깃든 간결한 문장을 구사하는 탁마의 노력이 필요하다. 표피적 상념보다는 안을 들여다 보는 시적 안목도 갖추어야 할 요건이다. 시는 모자이크가 아님을 명심하고 훈련을 하면 틀림없이 큰 발전이 있으리라고 본다. 이만큼 왔으니 멈추지 말기를 바란다.
<고등어를 구우며> 외 4편을 보내신 분은 시를 많이 고민해온 분으로 여겨졌다. 나름의 사유에서 연륜이 묻어났고 시의 전개 방법도 어느 정도 터득하고 있는 듯, ‘태연한 아침’‘ 의자놀이’ ‘내이름은 자야’‘산책’ 등이 모두 고만고만한 호흡을 일정하게 지니고 있는 것도 장점이었고, 편편마다 말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를 엮어 마무리하는 솜씨도 미흡하나마 갖추고 있었다. 용기를 북돋아서 내쳐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직은 미숙하나 곧 익숙해지리라는 가능성을 우선으로꼽았다. 5편 중에서 시 문법이 가장 가깝게 지켜지고 있는 ‘의자놀이’를입선(入選)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세월의 간극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오버랩 시킨 점도 주목했다. 
시를 가꾸 는일은 삶을 가꾸는 일과도 통한다. 세 분 모두 간발의 차이다. 당락에  좌우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세 분에게 드리는 말이다.

시 부문 심사위원: 권천학·김유경 시인

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