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이거나 뱅어이거나



  • 오피니언 관리자 (opinion@koreatimes.net) --
  • 11 Feb 2019

권천학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시인


새해 첫 달이 훌쩍 지나가고 봄이 감지되는 2월이다.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면서 카렌더를 넘긴다. 시간의 빠른 속도에 쫒기는 마음 자락에 불을 당기 듯, 주머니에서 웅웅~ 독촉의 기계음이 들린다. 셀폰을 꺼내들고 뚜껑을 열었다.
대뜸 ‘1월에 방문한 장소’라는 타이틀이 떴다. 내 뒤를 밟았다고? 감시당한 기분에 퍼뜩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가 뇌리를 스친다. 1997년에 개봉한, 로이스 던컨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제목이다. 방학을 맞은 고교생들이 들뜬 기분으로 운전을 하다가 행인을 치고, 그 시체를 유기한 후 비밀에 붙였는데, 일 년 후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고 쓴 의문의 편지를 받으면서 차례로 의문의 갈고리 죽임을 당하게 되는 공포물이다.


1월에 방문한 장소라고? 궁금해져서 클릭, 타임라인을 훑어 내려간다. ‘이달에 2개의장소 방문함’ ‘하이공원 외 1곳’ ‘이달에 46킬로 미터 걸음’ ‘이달에 차에서 49시간보냄’... “누가 물었어? 물어봤냐고? 하고 튕기는 마음이 인다. ‘방문한 국가 또는 지역의 총 개수 2’ ‘방문한 총 도시 수 22’ ‘방문한 총 장소 수 54’...이쯤에선 “참 할일도 되게 없다!”하는 반발심도 생긴다. 이어 ‘추억 돌아보기’ ‘다른 낯선 곳으로 떠나 보세요’ ‘구글지도팀’... “그럼 그렇지” 상술의 수렁에 빠져들다니, 바쁜 시간에 무슨 짓이람 쯧! 하면서 낚인 기분을 되잡는데, 뱅어가 떠오른다. 뱅어는 피부가 얇고 투명해서 겉에서 내장(內臟)이 보이는 물고기다.
지금의 송어얼음 낚시가 알려지기 이전의 포천엔 뱅어낚시가 겨울철 낭만으로 인기였던 때가 있었다. 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언 겨울 호수에서 낚아 올린 뱅어를 날로 먹는 맛이 별미로 알려졌다. 친구 몇이 어울려 가서 뱅어낚시를 했다. 얼음구멍으로 낚인 뱅어들이 물바가지에서 내장이 보이는 몸뚱이를 흔들며 헤엄치는 모습이 버들잎 같았다. 초고추장이 곁들여졌다. 친구들의 입속으로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나 끔찍했다. 낚아 올리긴 했어도 차마 날로 먹을 수는 없어서 질끈 눈을 감고 몸서리쳤었다.


빌딩모서리나 골목어귀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사건사고의 단서포착과 범죄예방이 목적임을 알지만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다. 드론(Drone)도 마찬가지다. 오래 전 종합병원의 대기실에서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의 천정에 설치된 레일에 매달려 컴퓨터의 하드본체만한 물체가 소리도 내지 않고 이동하고 있었다. 레일을 따라 복도를 꺾어지기도 하고, 복도 좌우에 있는 방 앞에서는 좌우로 방향을 틀어 문 위쪽으로 낸 공간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사람이 직접 오가지 않고 이방 저방으로 물건을 날라주는 무인 배달기 안에는 환자관련 기록이나 처방, 약제...등이 들어있을 것이다 얼마나 신기했던지 호기심 많은 성격은 오십이란 . , 나이도 잊게 했다. 그 물체를 따라가느라고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놓쳤다. 순서를 놓치고 뒤늦게 진료실을 찾은 나의 해명에 간호사와 의사가 어이없는 웃음을 웃었다.
철부지 같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그때의 그 시스템이 지금의 드론의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동화시스템이 원격조종기 RP(Remotely Piloted)로, 다시 무인기(無人機,UAV, Unmanned Aerial Vehicle)로, 이제는 드론으로 진화해서 실생활에 사용되고 있다. 군사용, 택배용, 사람이 갈 수 없는 정글이나 위험지구를 촬영하는 무인촬영기용 등등 편리함과 더불어 생활수준을 한층 높여주고 있지만, 누군가는 커튼을 닫고 살아야한다. 무인촬영기능이 도촬기능(도둑촬영)으로 악용되기 때문이다.


창밖에 감시용 눈을 단 잠자리가 날며 내 집안을 살펴보고 있다면 누구라도 등골이 시큰해질 일이다. FaceBook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자신에 대한 일들을 주변에 뿌리는 일이 소통이라는 좋은 명분이기도 하고, 작품을 써서 발표하는 나의 처지로는 때로는 유익하기도 하지만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것이 자랑 같아 어색하고 뻔뻔스럽게 느껴져서다, 스스로 소문내는 일도 부담스러운 일이고, 누군가로부터감시당하거나 까발림을 당하는 것은 두렵고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나도 모르게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스토킹 당하거나 집안에서의 생활까지 관찰당하는 불쾌감과 공포심 그리고 사생활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활을 갈무리할 수밖에 없다.

더 보기 작성일
아랑낭자(阿娘娘子)들의 피눈물 13 Mar 2019
악성 배째라이스트들 04 Mar 2019
범법자이거나 뱅어이거나 11 Feb 2019
배째라이즘 25 Jan 2019
세월의 강물 앞에서 04 Jan 2019
당신이 버린 1초들 17 Dec 2018

Video AD

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