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의 바다 그린랜드

뚝뚝 떼어 만든 손수제비인가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19 Jun 2019


제목 없음3.png

북대서양을 거슬러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지구에서 가장 큰 섬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그린랜드(Greenland)다. 그린랜드에 직접 가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지구본이나 세계지도에서 봤을 것이다. 

기원전 2500년 무렵부터 알라스카에서 온 이누이트족이 정착해 살기 시작했으며, 10세기 무렵 노르웨이 출신 바이킹 에릭에 의해 유럽에 알려졌다. 이웃한 아이슬랜드에서 추방된 에릭은 추종자 700여명과 함께 이 섬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콜럼버스보다 500년이나 앞서 북아메리카 땅을 밟은 것이다.

제목 없음.png

▲ 일루이삿의 칼뱅 빙산 크루즈

‘그린랜드’ 하면 국명이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푸른 초원’ ‘초록땅’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런데 실상은 하얀 얼음으로 덮여있는 겨울왕국의 섬이니 아이러니다. 국토 3분의 2 이상이 북극권에 속하는 빙하의 나라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에는 여러 설이 있다. 에릭이 ‘그룬트’(땅)를 잘못 발음해 그린랜드가 됐다는 설, 짧은 여름철 해안가에 푸르게 자란 풀을 보고 했다는 설, 추운 이곳으로 이주민을 끌어들이기 위해 에릭이 일부러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는 설 등이 있다. 

1721년 덴마크의 식민지가 됐고 1979년 자치권을 얻었지만 아직까지 외교와 국방은 덴마크가 맡고 있다. 2009년 제한적 독립을 선언해 덴마크의 속령이면서도 그린랜드의 지하자원 사용에 대한 권리, 사법권, 경찰권 등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인구는 5만6000여명 정도다. 지구상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다. 면적은 한반도의 10배나 되지만 섬의 85% 이상이 만년설로 덮여있어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뜻한 남서부 해안가 지역에 주민들이 모여산다.

 

원시의 빙하기 모습이다. 거대한 밍크고래, 흔히 에스키모로 알려진 원주민 이누이트(Inuit), 바닷표범, 유니콘을 닮은 일각고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빙산과 수천만년의 세월을 품은 빙하 대륙…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펼칠 수 없는 자연의 섭리, 그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직접 경험 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다. 사람보다 물개가 더 많은 ‘물개의 나라’이기도 하며, 이외에도 북극곰·순록·북극여우·흰담비 등 북극권 동물들도 볼 수 있다.

여행 시즌은 백야갸 펼쳐지는 여름 두 달뿐!
가고 싶다고 누구나 갈 수 있는 만만한 여행지가 아니다. 오죽하면 ‘신의 은총이 있어야만 여행할 수 있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여행하기 좋은 시즌은 백야의 시간인 여름 뿐이다. 이 시기에만 아이슬랜드에서 그린랜드로 향하는 하늘길이 열린다. 물론 그마저도 날씨가 여의치 않으면 비행이 취소되기도 하고, 활주로가 짧아 큰 비행기는 이곳 땅을 밟을 수조차 없지만!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백색의 세상이다. 마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순백의 도화지가 드넓게 깔려있는 것 같다. 풍경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공기맛도 다르다. 지구가 태초에 품었을법한 청정하고 투명한 공기를 힘껏 마셔본다. 

혹여 수염이 꽁꽁 얼어붙는 날씨나 눈으로 만든 이글루를 상상하셨다면 놀라지 마시길! 여름엔 따뜻한 스웨터나 가벼운 점퍼 하나면 충분할만큼 날씨가 쾌청하다. 이곳에도 제법 근사한 호텔들이 있고, 주민들은 유럽풍 주택에 살며, 신용카드 한 장으로 쇼핑도 즐긴다. 수도인 누크(Nuuk)에는 이름도 멋진 북극대학도 있다.

물론 전역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북쪽 울티마 툴(ultima thule:세상의 끝) 지역의 상황은 180도 다르니까. 그곳에 가면 개썰매를 타고 북극곰, 바다표범, 고래 등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본래 이누이트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지상 최고의 ‘아이스쇼’
뒤덮은 얼음의 두께는 평균 1,500m, 최고 3,000m가 넘는다. 만일 그린랜드의 얼음층이 전부 녹는다면 지구 해수면이 7m 이상 높아져 해안에 자리한 세계 주요 대도시의 3분의 2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한다.

빙하들이 바다로 흘러가는 가장 중요한 길이 바로 일루리삿(Ilulissat)이다. 일루리삿은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최대 관광지다. 마을의 옆을 흐르는 빙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해마다 35㎦의 얼음덩어리를 바다로 밀어낸다.

그린랜드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에 의해 그 유명한 타이타닉호는 대서양에 침몰했다. 실제로도 빙하가 굉음을 내며 바다로 무너져내리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을 이곳에서는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렇게 무너진 얼음덩어리들은 일루리삿 앞바다를 무수히 떠다닌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뚝 뚝 떼어내 바다에 잔뜩 던져놓은 것같다. 수제비 같은 얼음덩어리들은 바다 위에서 갈라지고 부서지면서 신비로운 빛깔과 형태를 빚어내고 있다. 이곳이 정녕 바다인가? 빙하인가? 일루리삿 앞바다를 가득 메운 빙산은 정말 하루종일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우며, 차가운 아름다움 앞에서 깊은 경외감마저 든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빙산 트래킹이다. 전세계에서 빙하가 부서져내리는 장면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일루리삿이다. 특별한 장비나 기구도 필요 없다. 가벼운 트래킹만으로 얼음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황홀한 장관을 경험할 수 있다.

트래킹 코스는 옐로, 블루, 레드 딱 세 가지다. 색의 의미는 루트다. 제주 올레길을 안내하는 간세처럼 빙하 사이사이에 놓인 알록달록한 돌들이 여행자들의 길을 안내해준다. 트래킹 코스를 따라 크고 작은 빙산과 얼음덩어리들이 바다 위를, 그리고 여행자들의 눈과 마음을 가득 채운다.

제목 없음2.png

▲자연이 빚어낸 차갑고 아름다운 빙산.

 

세부 카테고리 작성일
캐나다에서 만나는 작은 런던 빅토리아 28 Jun 2019
진정한 호수의 왕국 24 Jun 2019
빙하의 바다 그린랜드 19 Jun 2019
여행지에서 구매하고 두고온다 13 Jun 2019
빨간 고깔 지붕이 장난감처럼 동화나라 같은 에스토니아 13 Jun 2019
킬라니 주립공원은 온타리오의 ‘카누 캐피틀’ 13 Jun 2019

Video AD

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