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 좋은 부부



  • 오피니언 관리자 (opinion@koreatimes.net) --
  • 24 Jun 2019

권정희의 세상읽기 (LA 한국일보 논설위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엉덩이뼈 골절 수술을 받았다. 94세 고령의 그가 야생 칠면조 사냥을 떠나려던 중 집에서 넘어졌다.
5년 후면 100세가 되는 노(老) 대통령의 활동반경은 줄어들지를 않고 있다. 여전히 야외활동을 하고, 2주에 한번씩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며,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집짓기 자선활동도 35년째 계속하고 있다.
낙천적 성격 역시 여전해서 수술 후 그의 걱정은 오로지 사냥시즌이 끝난다는 것. 이번 시즌 허용량을 채우지 못했으니 내년 시즌에 칠면조를 그만큼 더 잡을 수 있도록 조지아 주정부가 선처해주기를 그는 바라고 있다고 대변인이 말했다.
존 레논의 ‘상상해보라(Imagine)’는 국가도 없고, 종교도 없어서 죽고 죽일 일 없는 세상,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노래한다. 국가와 종교는 인류문명의 시발점이자 중심축.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들 제도가 없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가정이 행복하다면, 그래서 가정불화로 촉발되는 가정폭력, 이혼, 편모가정의 빈곤, 청소년 비행, 정신건강 문제 등 온갖 문제들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안락할까.
이런 평화의 출발점은 부부다. 부부금슬의 영향력은 막강해서 당사자들의 행복에서 멈추지 않는다. 행복감은 흘러넘쳐 자녀들에게 스며들고, 행복한 가정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가정 아이들보다 건강, 학업성적, 대인관계가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런던 대학 연구진이 총 80만 명을 대상으로 한 15개 관련연구들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배우자와 함께 사는 노인들은 평생 독신으로 산 노인들보다 42%, 사별한 노인들보다 20%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다. 부부가 같이 살면 고립되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서로 격려하게 되는 것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벤 아플렉이 좋은 비유를 했다. 결혼생활은 적대국에서 영화 만드는 것 같은 일, 수도 없이 협상하고 타협해야 하며, 도무지 진전이 없어 보이는 순간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 어려운 일을 70여년 하고 있는 금슬지락(琴瑟之樂)의 롤모델이 카터 전 대통령 부부이다. 노부부는 오는 7월이면 결혼 73주년을 맞는다. 부부는 조지아의 시골마을, 플레인즈에서 옆집에 살던 이웃이다. 아기 로잘린이 태어났을 때 3살의 지미는 엄마 손을 잡고 옆집에 가서 갓난아기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청년 지미가 해군사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고향집에 가서 17살의 로잘린을 보고 반해서 첫 데이트를 하고, 이듬해 결혼했다.
어마어마한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는 여전히 매일 손잡고 산책하고, 수시로 장난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다. 일생의 큰 성취로 대통령 직과 노벨 평화상이 거론될 때면 카터 전 대통령은 잊지 않고 추가하는 것이 있다. 결혼이다. “내 생애 가장 잘한 건 로자(로잘린)와 결혼한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행복한 결혼 덕분일까, 2015년 암 진단을 받고도 그는 7개월 만에 완치되었고, 치매도 없으며, “마음은 아직 60·70대”라고 할 정도로 건강하다. 유전적으로 건강을 타고 난 것도 아니다. 그의 아버지와 세 동생은 모두 췌장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장구하면서 평탄한 결혼생활의 비결을 오프라 윈프리가 질문한 적이 있다. 우선 딱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천생연분을 만나는 것이다.
둘째는 각자 고유의 공간을 존중하는 것.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카터 부부는 결혼 초기부터 삶에 대해 서로 다른 아이디어, 야망, 목표를 인정했다고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이견으로 부딪치곤 할 때면 부부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기 전에 화해를 했다.
셋째는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하는 것. 노부부는 수시로 새로운 취미활동을 찾아 함께 도전했다. 60대 초반에 내리막길 스키를 시작했고, 요즘은 플라이 낚시를 즐긴다.
그렇게 노부부의 사랑은 수십년 와인처럼 익어가고 생의 말년, 삶은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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