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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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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 관리자 (opinion@koreatimes.net) --
- 18 Oct 2019 05:37 PM
‘president’라는 영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회장, 의장, 사장 등으로 번역돼있다. 대통령이란 뜻으로 사용될 때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시작해 ‘President’로 쓴다.
공화제 국가의 국가원수를 뜻하는 ‘President’란 말은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한국, 일본과 중국의 번역이 다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大統領(대통령)’으로 표기된다. 중국에서는 ‘總統(총통)’으로 번역해 쓰고 있다. 이 말의 사용과 관련해 작은 시비가 발생했다. ‘President Xi’- 중국의 시진핑에 미국 언론들이 주저 없이 붙이는 호칭이다. 그러니까 ‘시진핑 대통령’으로 부르는 것. 권력에 대해서는 항상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정부발표라고 하면 믿지 않는 경향이다.
그런 미국언론들이 중국의 실력자 시진핑을 거리낌 없이 대통령으로 부르다니. 이처럼 우스꽝스러운 일이 있을까 하는 것이 슬레이트(Slate)지의 지적이다.
한 마디로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에는 공화제 국가의 국가원수를 뜻하는 ‘President’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중국의 1인자 시진핑에 따라 붙는 호칭은 세 개다. 첫 번째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란 직함이다.
두 번째는 ‘군사위원회 주석’이다. 세 번째는 ‘국가 주석’이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시진핑의 직함은 ‘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다. 시진핑을 ‘President’로 부르는 중국인은 거의 없다. 중국인들이 이 말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마크롱이나 러시아의 푸틴에게는 ‘President’란 호칭을 붙인다.
왜 그런데 미국언론은 시진핑에게 ‘President’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나. 중국공산당의 교묘한 선전선동에 넘어간 결과라는 것이 슬레이트지의 진단이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대외적으로 시진핑을 소개할 때 영어로 ‘President Xi’로 기술한다. 그걸 미국정부는 물론 언론도 아무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중화인민공화국이란 나라의 실체는 공산당 1당 독재에서 1인 독재로 전이된 전체주의 국가다. 그 시진핑 체제 하에서는 자유니, 인권이니, 대의민주주의이니 하는 가치관은 사악한 서방세력의 악의에 찬 선전문구로 취급된다.
그 체제 하에서는 야당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목소리는 허용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같은 독재체제지만 푸틴의 러시아와 큰 차이가 있다. 러시아에는 허약하지만 야당이란 존재가 인정된다. 그리고 어찌됐든 선거라는 형식을 통해 푸틴은 집권을 했다. 때문에 러시아 내부에서도 푸틴은 ‘President’로 불린다.
중국의 선전매체는 왜 시진핑을 ‘President’로 표기하고 있나. 1인 독재의 탄압체제라는 중국의 본질을 호도하는 한편 마치 선거를 통해 14억 중국인의 지지를 받은 정통지도자인양 교묘히 포장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
이런 지적과 함께 시진핑의 호칭 영어표기는 과거 마오쩌둥 시대의 전례를 쫓아 ‘Chairman Xi(시 주석)’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
뜬금없어 보이는 시진핑을 둘러싼 영어호칭 시비. 이것이 가리키고 있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미국과 중국의 대립상황은 날로 첨예화,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