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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잔지바르 Zanzibar (상)
프레디 머큐리의 유년을 만나다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Feb 19 2020 12:50 AM
가상현실 같은 미로… 잔지바르 스톤타운
▲ 탄자니아 잔지바르 섬 서북부 켄드와 해변의 일몰 풍경.
되뇔수록 감미로운 이름이다. 잔지바르(Zanzibar), 미소를 머금듯 입꼬리를 살짝 늘린다. 그런 다음 다문 입술을 가볍게 떼고 들릴 듯 말 듯 부드럽게 혀를 안으로 굴린다. 살갗에 스치는 바람처럼 간지럽다. 잔잔하게 물결이 살랑거리는 것 같다. 항구로 들어서는 여객선 에서 본 잔지바르의 첫인상은 딱 그랬다.
잔지바르 항구에 내리자 봄날처럼 몽환적인 풍경은 잠시 흔적을 감췄다. 겉보기와 달 리 터미널 내부는 어두침침하고 승객의 동 선도 혼란스럽다. 분명 같은 탄자니아 땅인 다르에스살람에서 배를 타고 왔는데, 외국인은 다시 입국심사대에 서야 했다. 여권 심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탄자니아 에 첫발을 디딜 때처럼 시시콜콜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복잡한 입국신고서까지 작성해야 한다.
여행객 입장에선 번거롭고 의아하다. 아프리카 중동부 인도양의 작은 섬, 잔지바르는 탄자니아 연방공화국의 자치령이다. 1498년 첫발을 들인 포르투갈인이 200여년 간 점령했다. 그후에는 오만 왕국이 지배 했고, 19세기 중엽부터 는 영국령이었다. 1963년에야 독립해 잔지바르 인민공화국이 수립 되고, 이듬해 내륙의 탕가니카와 연합해 탄자니아 공화국이 된다. 약 140만명이 살고 있고, 인구의 98%가 무슬림이다.
▲ 스톤타운의 미로 같은 골목 풍경.
잔지바르는 페르시아어로‘ 검은 해안’ 즉, ‘흑인의 땅’이라는 의미다. 가장 큰 웅구자 섬(잔지바르 섬)은‘ 평평하다’는 뜻이다. 면적은 제주도와 비슷하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오뚝 솟은 봉우리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바다처럼 평평하다. 터미널을 빠져나가면 바로 구시가지인 스톤타운(Stone Town)이다. 굳이 묻지 않아도 왜 그런지 바로 알 수 있다. 1800년대에 돌로 지은 3~4층 높이의 주택이 미로 같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막다른 길인가 싶으면 다음 골목이 이어지고, 끝인가 싶으면 새로 운 길 갈래를 친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호 텔ㆍ카페ㆍ식당ㆍ상점ㆍ시장이 보물찾기하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영화‘ 알라딘’의 배경인 아라비아의 가상 도시나, 게임 속을 돌아다니는 것같이 흥미롭다. 같은 듯 다르고 뒤죽박죽이면서도 정돈돼 있다. 처음엔 길을 잃을까 걱정하다가 도 곧 익숙해진다. 무작정 걷다 바다가 보이 거나 자동차가 다니는 큰 도로가 나타나면 거기가 스톤타운의 끝이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처럼 깔끔하고 산뜻하기만 하다면 잔지바르가 아니다. 건물 외 관은 전체적으로 흰색에 가깝지만 일부는 페인트칠이 벗겨졌고, 더러는 이끼와 물때 자국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낡았지만 흉하지 않고, 빛 바랜 파스텔 색감이 오히려 신비하고 고풍스럽다.
마호가니 나무로 만든 육중한 대문도 흥미롭다. 커다란 아라비아식 대문에 인도식 문양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고, 쇠로 만든 장식물 이 뾰족하게 박혀 있다. 코끼리의 공격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한다. 아프리카(스와힐리) 문화에 유럽, 아랍, 페르시아, 인도의 영향을 받은 건축 양식과 장식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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