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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여제, 역시 달랐다
1천여 청중 감동시킨 정경화
- 유지수 기자 (edit1@koreatimes.net)
- Mar 09 2020 12:17 PM
피아니스트 케너와 완벽호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인을 비롯한 많은 청중들이 지난 6일 토론토 코에너홀을 찾았다.
이번 공연은 로열컨서버토리오브뮤직(RCM)이 주최하는 2019∼20시즌 콘서트 시리즈의 일환으로 두 거장의 데뷔 무대였다.
1,135석 규모의 공연장엔 노부부와 가족단위 청중이 많았다. 3층짜리 공연장엔 빈자리가 살짝 보였지만 한눈에 봐도 청중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10년 가까이 음악적 동반자로서 수많은 무대를 함께한 정-케너 듀오는 청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회색빛이 도는 메시 드레스를 입은 정씨와 검은 양복을 입은 케너씨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E단조, K.304의 1악장 알레그로와 2악장 템포 디 미뉴에트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여성적인 느낌이 강한 멜로디를 가볍지만 흥겹게 연주한 모차르트의 곡은 마치 봄에 새싹이 피는 생명의 탄생을 묘사한 것처럼 산뜻하면서 부드러웠다.
반면 이후 들려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7번 C 단조는 남성적이며 어두웠다.
제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로'와 제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등은 모차르트의 곡보다 빨랐으며 정씨의 연주에 더 힘이 들어갔다.
고개를 젖히는 등 빨라지는 템포에 맞춰 바이올린 활을 힘차게 움직였다.
연주에 몰입할 땐 심각한 표정을 보이다가 중간중간 관객들을 향해 미소를 날리며 정씨는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숨가쁜 대결은 격정적이면서도 두 사람이 함께한 공연의 세월을 증명하듯 조화를 이루었다.
정씨는 제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연주 중 활 대신 손가락으로 현을 튕기는 피치카토 주법도 선보였다.
중간휴식 후엔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들려줬다.
4악장으로 구성된 전곡은 느리게-빠르게-느리게-빠르게 구조로 앞서 연주한 모차르트와 베토벤 곡의 음악적 특징을 합쳐놓았다.
케너씨의 낮은 피아노 음으로 시작해 정씨의 몽환적인 바이올린 연주가 입혀진 제1악장은 2악장에서 경쾌하게 변했다.
자리에서 뛰는 뜻한 정씨의 격한 연주에 피아노의 화음이 더해진 인상적인 무대였다.
약 2시간의 공연시간은 정씨와 케너씨의 예술적 기교를 보는 재미에 짧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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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수 기자 (edit1@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