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 한국전쟁, 전장의 기억과 목소리 | 6.25 특집 (3)
70년 묻혔던 전쟁의 언어를 다시 쓰다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13 Jul 2020 08:24 PM
신기철 지음 | 역사만들기 발행 | 308 쪽
지금껏 전쟁사를 논할 때 기억의 주체는 대개 힘 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 집중됐다. 6·25전쟁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투에 나선 군인, 협상을 지휘한 정치인들의 공식화된 서술이 역사로 쓰였다. 정작 혼돈의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인간들의 삶은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한국전쟁, 전장의 기억과 목소리-지역민에게 듣는 옹진이야기’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역사의 공백을 메워주려는 시도다. 전쟁 당시 국가범죄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해온 저자는 2018년 10월부터 3개월 간 옹진군 주민 104명을 면담해 6·25 전쟁에 대한 증언을 모아 드러나지 않았던 역사를 끄집어낸다.
왜 하필 옹진이었을까.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옹진은 분단 이후에도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등이 발발한 ‘한반도의 화약고’다. 전쟁 당시에도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진 분단의 최전선으로 한국군과 인민군의 전선이 끝없이 교차되며 전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바다 한 가운데 고립돼 있어 비극은 드러나지 못하고 묻혔다. 옹진의 청년들은 군인이 아닌데도 전투에 동원돼야 했고, 인민군 점령과 한국군 수복이 반복되며 민간인 학살도 끊임 없이 자행됐다.
“군인보다 우리가 더 죽었어. 군인들은 싸우다 죽는다지만, 우리는 맨 몸으로 밥을 가지고 가다 많이 죽었어.” 옹진에 주둔한 국군이 인민군을 상대로 국지전을 벌일 때 주민들이 노무부대나 보급대에 동원돼 목숨을 잃었다는 연평도 주민의 증언부터 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돌발상황으로 북방한계선을 넘었다가 수년 동안 억류돼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는 백령도 주민의 이야기까지.
“목격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 목격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연대하게 되고, 역사는 현재화될 수 있다.” 70년간 발화되지 않았던 전쟁의 언어는 그렇게 다시 쓰였다.
[한국일보 본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