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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오펜하이머
10장 (하)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13 Jul 2020 08:25 PM
동양철학 심취·힌두교 경전 줄줄 외워 타고난 리더지만 외도 심해 실험 다가오는데 딸 돌봐야... 몰골 상해
▲ 로버트 오펜하이머, 아내 키티와 아들 피터.
5년간 동거한 오펜하이머의 부인 키티는 자칭 식물학의 천재였는데, 남편과의 스트레스가 심해 견디지 못하고 피츠버그 부모 집으로 갔다. 4살 먹은 아들 피터를 데리고.
이상하게도 키티는 4개월 된 딸을 남겨두었다. 남편이 아기를 보살피지 못할 것으로 알고 키티는 유산한지 얼마 안 된 친구 팻 셔에게 맡겼다. 사실 키티는 딸 토니에게 좋은 엄마 구실을 못했다. 토니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태어난 새 짐일 뿐이었다. 그래서 어떤 땐 토니를 며칠씩 친구들과 놀게 하기도 했다.
오펜하이머는 일주일에 두 번씩 딸을 만나러 갔다. 딸에 대한 사랑은 부인 키티보다 더 나을 게 없지만 실험은 다가오는데 애까지 돌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는 “자기는 딸을 사랑할 수가 없다”면서 보모 팻 셔에게 아이를 입양시키지 않겠느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 보모는 놀라서 거절했다. 그는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 로버트 오펜하이머
▲ 오펜하이머가 프로포즈한 진 태트록.
그녀는 그의 버팀목이었고 그가 믿는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괄괄한 성격의 키티는 3번이나 결혼한 적이 있었다. 그중에는 공산당원으로서 스페인 전쟁에 자진 참전했다가 사망한 사람도 있었다. 오펜하이머와 키티는 끝까지 함께 했지만 자주 다투었고 그녀는 알코올에 의존했다.
그러나 키티가 가버린 동안 소문은 돌았다. 그의 생김이 유령 같은 데가 있고 지독한 담배 냄새가 그를 둘러쌌지만 어떤 여인들은 그를 좋아했다. 그는 그들의 매력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로스 알라모에 있는 동안 내내 다른 여인들과 관계한다는 소문은 그치지 않았다. 그중에 20세 된 금발머리 비서가 있었다. 그녀는 오펜하이머가 워싱턴에서 보고 직접 채용했다. 사실 그의 바람기는 소문 이상이었다.
43년 6월 유아심리학자 진 태트록(Jean Tatlock)과 옛 로맨스를 다시 불 살렸다. 정보부대는 그가 여인과 저녁을 먹고 술도 마신 후 그녀의 아파트에서 잤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 또 하나의 연인 루스 톨먼
수년 전 열렬히 태트록과 연애할 때 그는 3번 그녀에게 청혼했으나 그녀는 그때마다 거절했다. 43년도가 됐을 때 태트록은 그를 거절한 것을 후회했다. 그녀와 이날 밤을 지낸 지 6개월 만에 태트록은 깨끗이 목욕한 후 수면제 1병을 다 먹고 죽었다.
오펜하이머가 가진 또 다른 애정행각은 루스 톨먼(Ruth Tolman)이었다. 10살 연상인 톨먼은 정보기관 OAS의 심리학자였다. 이 관계는 전쟁 후 오랫동안 계속됐다. 톨먼의 남편 역시 로스 알라모에서 일했는데 얼마 후 부인의 외도를 알았다. 남편은 그러나 48년 심장마비로 죽었다. 부인의 외도에 심장이 상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었다.
▲ 첫 핵폭탄 실험 후 관계자들과 휘어진 철골을 살피는 오펜하이머와 레슬리 그로브스 (왼쪽에서 3번째와 4번째).
지금 오펜하이머는 딴 생각 할 여력이 없었다. 그가 늘 ‘나의 도구’라고 부르는 원자탄이 거의 완성되어 시험만 남았다. 폭발은 근처의 사막 조다나 델 무에르토에서 시행된다. 바람만 부는 황무지였다. 이곳은 지역사회서 멀리 떨어졌고, 거주민이 없으며 평평한 모래언덕이기 때문에 시험에 적합했다.
오펜하이머는 하버드대학을 단 3년만에 우등으로 졸업했다. 그의 물리학 박사학위는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받았다. 그는 주위의 칭찬을 좋아하는 타고난 리더였지만 그는 감정을 좀처럼 내보이지 않았다. 그의 취미는 동양철학이다. 원자탄 테스트를 ‘트리니티’라 한 것은 힌두교 경전을 따랐다. 그는 힌두 경전을 줄줄 외웠다.
생일파티가 무르익어 가자 그는 마티니를 또 한잔 걸친다. 이 칵테일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었다. 늘 술을 마시지만 그는 천천히 마시기에 취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의 생활은 모순 덩어리다. 그러나 그의 힌두 경전 문구가 말해주듯 연극 스테이지에서 죽은 사람을 연기하면서,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주지 않는 그는 낫을 든 해골의 모습이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10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