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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Aug 30 2020 07:19 PM
천적없은 호랑이, 사자, 엘로스톤의 늑대들 모두 자연법칙 지켜 쥐의 역할 막중, 번식력 높지만 많은 동물의 ‘식량’이 돼다 자연의 섭리 인간이 방해하면 생태계 질서에 큰 변화초래
▲ 먹이사슬.
미국의 국립공원 엘로우스톤(Yellowstone)은 면적만 9천 평방 킬로미터로 한국의 충청남도보다도 크다. 특이한 것은 생태계가 자연 그대로 진화하도록 내버려 두어 인위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
관광객도 지정된 도로로만 이동, 자연훼손을 철저히 피한다. 늑대무리가 노루나 들소를 잡아먹어도 자연 생태계의 일환으로 방치한다. 자연 먹이사슬상 늑대의 천적은 호랑이지만 엘로우스톤은 호랑이가 없어 늑대의 천적은 없다.
그러면 늑대 수가 계속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항상 일정했다. 이것은 마치 천적이 없는 호랑이나 사자, 독수리의 수가 증가하지 않는 것과 같다.
만약에 천적이 없는 맹수 숫자가 계속 증가하면 먹이사슬의 자연법칙은 무너지고 말것이다. 이것은 자연생태계에는 또다른 자연법칙이 있음을 말해준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사자 숫놈은 식솔이 늘어나면 새끼를 물어죽여 식솔의 수를 철저하게 제한하는 경우와 같다.
엘로우스톤에도 천적이 없는 곰이 있으나 행동이 둔하여 포식자는 될 수 없고 그대신 늑대가 천적이 없는 폭식자이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로 철저하게 자기들 영역을 설정하고 출산을 줄여 스스로 전체 숫자를 조절한다.
공원에서 문제된 지역은 늑대영토 밖이다. 늑대가 없으니 자연히 사슴, 노루, 들소들이 포화상태가 되어 문제가 되곤 했다. 이에따라 공원당국은 먹이사슬에 의한 자연방법을 적응하여 1995년 늑대 14 마리를 이 지역에 풀어놓고 25년간 관찰했는데 놀라운 자연변화가 일어났다.
늑대가 나타나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기 시작하자 이들은 숨거나 아예 멀리 떠나버렸다. 그러자 이들이 살던 자리에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사시나무와 버드나무는 8년만에 5배로 증가했다.
나무와 풀이 우거지자 보지 못하던 날짐승이 모여 들었다. 멸종됐던 비버가 돌아와 강둑을 만들기 시작했다. 비버집 주위에는 수달, 오리와 새로운 물고기의 서식지가 조성됐다. 늑대가 코요테(카요리)를 사냥하기 시작함에 따라 코요테들이 사라지자 여우와 족제비, 오소리들이 들어와 살았다.
결국 강의 굽이는 줄어들고 침식도 줄었다. 늑대 14마리가 투입된 후의 생태계 변화였다. 이 보고서의 중요내용은 자연생태계는 먹이사슬에 의하여 자연이 스스로 가꾸어간다는 이야기이다.
즉 먹이사슬에 문제가 생겨 노루와 사슴만 번식하면 자연진화가 이루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먹이사슬이 순리적으로 진행 되고 있는 자연생태계가 평화스럽냐 하면 진실은 그 반대다.
먹이사슬에서는 흔히 포식자(Predators)와 피식자(Prey)로 구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먹이사슬 안의 생명체는 포식자도 되고 피식자도 되기 때문이다. 개구리는 포식자가 되어 메뚜기같은 곤충을 잡아 먹지만 동시에 피식자가 되어 뱀에게 잡혀 먹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쥐는 먹이사슬에서 막중한 역할을 한다.
쥐는 지구 어느 곳에나, 즉 생명체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있다. 잡식동물이어서 먹성이 아주 뛰어나 곡물부터 곤충까지, 심지어 죽은 자기 새끼까지 먹어치운다, 이렇게 왕성한 식성을 가진 이유는 번식력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암컷 한마리가 6개월에 200마리를 출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번식한 쥐는 다양한 곤충을 잡아먹지만 동시에 다양한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쥐를 주식으로 하는 날짐승은 독수리, 매, 부엉이 등이 있으며 지상에서는 고양이, 족제비, 뱀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뱀은 딴 짐승이 미치지 못하는 쥐의 굴속까지 찾아가 그들을 먹는다. 먹이사슬에서 쥐 굴을 습격 할 수 있는 동물은 뱀뿐이다. 뱀이 없으면 쥐의 숫자 증가로 생태계는 망쳐버렸을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쥐를 소탕한다고 쥐약을 남발했는데 이로 인해 쥐를 죽일 수 있었으나 죽은 쥐를 먹은 고양이, 매, 족제비 등 포식자도 대량 횡사했다는 점이다. 무지한 인간이 자연 먹이사슬을 망친 경우이다. 한번 망가진 먹이사슬이 회복되기까지는 엘로우스톤에서 보듯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의한 자연파괴는 계속되고 있어 자연적인 먹이사슬이 진행되는 영역은 점점 줄어 들고 있다.
문종명(토론토)
과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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