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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화폐의 도래
이동형 | 공인 법무사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Jan 26 2021 05:17 PM
컴퓨터기술에 힘입어 우리사회는 단순한 기능의 전자화폐(Electric money 줄여서 e-money)를 만들었고, 나아가 디지털화폐(Digital Currency)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드디어, 2008년에 인간이 아닌 컴퓨터에 의해 컴퓨터 돈이 만들어졌습니다. 광부가 암석에서 광물을 채집하는 것처럼, 컴퓨터가 문제를 풀어 돈으로 만드는 이 과정을 ‘채굴’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비트코인이며 컴퓨터돈의 시작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이때만 해도 그저 그런가 보다 했지만, 결국 그 다음해 어떤 계기로 이것이 ‘우리미래의 화폐’라는 확신을 가지고 비트코인(Bitcoin), 이써리엄(Ethereum), 뤼플(Ripple) 등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 비트코인 단가가 캐나다돈으로 2천 달러가 안되었는데, 이번 연초에 5만 달러를 넘은 날도 있었습니다. 컴퓨터에서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공급량은 한정된 반면에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경제논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10년 안에 100만 달러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꽤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가상화폐’라 이름 붙이고, 심지어 시대에 뒤떨어진 한국의 모 전직장관은 이것을 ‘사기’라고 떠벌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름부터 잘못되었습니다.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란, 이름 그대로 컴퓨터 내의 ‘가상현실’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인 반면에, ‘비트코인' 등의 정식이름은 ‘가상화폐’가 아니고,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이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일부 기능만 발휘하는 전자화폐나 디지털화폐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실제로 이런 암호화폐로 커피, 햄버거, 자동차, 집 등 우리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스페인의 한 프로축구단은 선수와 비트코인으로 계약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암호화폐를 쓸 수 있는 곳이 아직은 극소수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결국 이 암호화폐는 가까운 미래에 대중화가 될 것이며, ‘세계인들의 공용화폐’가 될 것입니다.
이미 일본과 중국, 유럽연합은 이런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기반이 상당히 준비되어 있고, 미국과 캐나다정부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예로, 일본, 중국, 유럽연합은 국가주도로 암호화폐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캐나다 국세청(CRA) 웹사이트도 암호화폐로 수익을 올린 사람은 소득세를 내야 된다고 꽤 오래 전부터 나와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소득세를 암호화폐로도 받는 주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IT 강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은 세계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얼마 전에야 암호화폐에 대한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달러화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석유나 선물구입시, 또는 무역거래시에 미화를 사용하는 사람과 기관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이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비중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로 송금하거나, 대금을 지불하는 개인이나 회사 또는 기관들이 점점 늘고 있으니 미국달러의 약세는 점차 가속화될 것이고, 미국의 패권주의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암호화폐는 아직 법적으로 재산으로 입증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발행하고 지급보증하는 주체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국가가 법을 만들어 국민을 통제하듯 전 세계의 국가들은 이 암호화폐를 통제하기 위한 법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전 세계 주요국가들이 정기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 연말에는 미국증권협회(SEC)가 XRP를 관리하는 Ripple사를 상대로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거액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처럼, 어떤 방법으로든 전 세계 국가들은 이 암호화폐 시장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안전하고, 확실하고,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기 위한 법적절차를 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사회는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아울러 우리의 화폐도 진화하고 있으며, 이미 암호화폐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이나 애플전화기 최신버전에는 이미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내장되어있습니다. 이 암호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송금하러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집에서 암호화폐로 송금하면 비용도 엄청나게 저렴하고, 수취인이 세계 어디에 있건 몇 분 안에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외여행시에 돈을 환전할 필요도 없으며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사용하듯 해외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머지않아 이 암호화폐가 전 세계인의 공용화폐로 인식이 되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금융기관들은 이미 암호화폐를 사용할 준비를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은 물론이고 이곳 캐나다의 5대 은행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의 유명 은행들은 암호화폐들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 버핏도 처음에는 이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빌 게이츠도 저렴한 송금비용과 신속 정확한 암호화폐에 상당히 긍정적이며, 돈 냄새를 잘 맡는 JP 모건, Fidelity 같은 큰 투자기관이나 페이팔 같은 회사들도 이미 암호화폐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 잠깐이나마 세계에서 제일 큰 부자위치에 올랐던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도 이 암호화폐에 대한 미래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는 ‘도지코인(암호화폐의 일종)의 전직 CEO'라고 불리는데, 트위터에 도지코인에 대해 한 마디만 하면 바로 도지코인의 가격이 몇 십 퍼센트 올라가곤 합니다.
참고로, 일론 머스크는 남아공에서 태어났고, 이곳 캐나다 온타리오로 이민을 왔다가 미국대학으로 전학을 가서 지금까지 살고 있어 3개국적을 갖고 있는데,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사업은 지하(진공터널), 지상(자율주행전기차), 우주(탐사선)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으며, 요즘 테슬라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까치집은 1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집은 1천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화폐의 발전도 그 수많은 변화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암호화폐의 도래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세계인의 의식주와 사고방식도 점차 평준화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에 세계인들이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같은 공용화폐도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우리사회가 이 암호화폐를 사용하기보다는 투자의 한 수단으로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혹시 이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직 재정설계사로서 덧붙이자면, 암호화폐시장은 아직 초창기이고, 과도기이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남았고, 갈 길이 멀어 상당히 가격변동성이 심합니다. 암호화폐가치가 한 시간에 수십 퍼센트 변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게다가 주식시장과 달라 써킷 브레이커도 없으며 하루 24시간, 주 7일, 일년 365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가동되기에, 순식간에 자산가치가 상당히 줄어들 수도 있으니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꼭 투자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조건 다단계는 피하고, 4천 개가 넘는 암호화폐 중 절대로 우량코인에만 투자하고, 일시적인 가치하락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인 시선으로 투자하기를 바랍니다. 단기간에 결과를 노린다면 그것은 ‘투기’이며, 장기간에 걸쳐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좋은 ‘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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