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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연가, 나는 나의 바람을 가꾸며 살아가는가?
유길영 Kil-young Yoo
- 관리자 (it@koreatimes.net)
- Jan 28 2021 09:10 AM
새해의 첫 산행길이다.
바람이 빈 나뭇가지를 울린다.
바람이 휘이 이, 하고 나를 부른다.
바람이 휘이 이, 하고 나의 바람을 묻는다.
머얼리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 파는 소리가 들린다.
강한 집념으로 나무등걸을 쪼으는 소리 - 다 다 닥. 다 다 닥
저 강한 부리가 찍을때 일어나는 바람소리….
그렇지 않고서야 단단한 나무조각들이 저렇게 작은 밥으로 나무 아래 수북이 쌓였을까?
나무 아래 딱따구리 밥이 수북이 쌓인 위로 서 있는 나무에는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이
숭숭 뚫리어 있다.
바람을 타고 날으는 작은 몸, 힘을 모은 두 다리와 발톱으로 나무를 할퀴듯이 꽉 부여잡고, 그리고 강한 집념을 담은 날카로운 부리로 나무를 쪼으며 찍어 구멍을 파는 것이다.
그 구멍들을 바라보니, ‘숭숭한 그곳에 머물다간 바람, 딱따구리의 강한 의지와 함께 일어났던 바람은 어디로?’ 이런 생각이 든다. 조금은 우습다. 내 얼굴에 살며시 일어나는 내 미소를 내가 떠올려 본다.
쪼을때 일어나는 바람, 딱따구리의 강한 의지와 집념이 묻어 나니는 바람, 숭숭한 그곳에 잠시나마 머물며 살다간 바람, 그 바람은 지금, 어디쯤 나니고 있을까?
날카로운 부리와 함께 일어났던 그 바람, 그 강한 부리의 의지와 집념을 맛본 바람이 날으며 행하고 싶은것은 무엇일까?
그 바람은 이미 자유로워졌을 텐데 그가 날아가는 곳은 어딜까?
그 바람이 자신의 날개위에 싣고 세상에 날라다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 자유 의지를 가진 그 바람의 바람은 무엇일까?
그 자유 의지를 가진 그 바람은 어떻게 날아가고 있을까?
내 안의 바람은 나의 바람으로 살고 있는가?
가까이 내 바람소리를 응시하며 서 있는 나무들
그들이 내가 다가가니 그들도 다가오고
그들이 내가 그들에게서 멀어져 가니 그들도 멀어져 간다.
나는 나의 바람을 가꾸며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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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it@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