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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교육에 인간의 미래 맡길 수 있을까?
민경숙의 교육칼럼 <1> 사이버 공간과 교육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Feb 03 2021 03:53 PM
사회적, 감성적 지능 함양의 기회를 제한 규칙과 규율에 대한 교육 역할도 퇴색
·교육학 박사(토론토)
·교육컨설턴트
·한국 교원대·토론토대 대학원 졸업
학교는 여전히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인권 운동가였던 말콤 엑스(Malcolm X)는 “교육은 내일로 가는 패스포트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오늘을 내일로 연결해 주는 다리는 물론 학교이다. 교육의 책무를 담당하는 물리적 공간이며 제도로서의 ‘학교’는 아이들이 자라나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사회이고 그 속에서 세상을 배우고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구성원으로 자라게 된다.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공장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지성과 영성, 미학적 안목, 세상을 보는 눈, 풍부한 공감능력을 겸비한 전인으로 자라나는 요람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회의 모든 국면들을 흔들어 놓았다. 사회적 거리 유지는 규범이 되었고, 모든 활동은 집 안에서 해야 하는 불편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교육도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형체 없는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한 달 정도면 끝나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이 1년 가까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말콤 엑스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질문해 본다. 모든 것이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지금, 사이버 교육이 내일로 가는 패스포트일까? 과연 물리적인 공간인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교육의 혜택들을 아이들은 사이버 공간 속에서도 누릴 수 있을까? 사이버 학교에서의 교육은 우리 아이들에게 참된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줄까?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첫째, 사이버 공간에서의 교육은 소위 사회적, 감성적 지능(socio-emotional intelligence) 함양의 기회를 제한한다. 물리적인 공간이든, 사이버 공간이든 공간의 우선적인 역할은 만남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만남을 통해서 가능하지만 사이버 공간 속에서의 만남은 자칫 인지적 지능의 향상만을 목적으로 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분량의 학습 내용을 전수해야 하니 서로를 살피고 공감하고 돌보는 인간적인 조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이버 교육 속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만남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건강한 관계성을 형성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
둘째, 사이버 공간은 온전한 감각 교육을 실행할 수 없다. 교육에 있어서 감각(senses)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오감의 행위는 무언가를 알아가는 인지적인 활동의 통합적인 진수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은 시청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환경이므로 교사가 훌륭한 수업을 준비해도 그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맛과 촉감의 경험은 처음부터 배제되기 마련이다. 구체적 조작(concrete operation)을 통해서 학습해야 하는 어린 연령의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하다 보니 컴퓨터 스크린 앞에서 아이들이 쉽게 지루해하고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셋째, 사이버 공간에서는 규칙과 규율에 대한 교육의 역할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손가락으로 버튼 몇 개만 누르면 해결되는 편리함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생활 습관과 규율이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아침에 세수를 할 필요가 없어졌고, 파자마차림으로 며칠을 지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밤 늦게까지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고 사회 관계망(SNS)에 올라온 소식들을 탐닉하면서 수면시간이 줄고, 불규칙한 식사로 인해서 건강을 해치기 일쑤다. 예의 없는 태도나 배려 없는 행동에 대한 규제를 받을 필요도 없다. 이대로 규칙과 규율에 대한 방임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사회생활의 기본태도와 자세를 아예 잊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넷째, 비윤리적인 행위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물리적인 학교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 강도와 방법이 훨씬 다양하고 적절한 대책과 처방이 대면교육에 비해 난해하다는데 있다. 사이버 불링(bulling)으로부터 대리시험, 대리출석, 과제의 대리이행, 부정행위는 가상의 공간으로 쉽게 숨을 수 있고, 숨길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빈번히 일어난다. 시험 유형과 시간을 달리하고, 개별 인터뷰를 하고, 인터넷 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험문제로 대응한다고는 하지만 비윤리적인 행태의 유형과 방법도 상대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철학도 바이러스와 함께 힘을 잃어갈 것이다.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현실에서 백 년의 큰 그림을 그리기는 꽤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얼마간은 그 큰 그림의 상당부분은 사이버 공간으로 채워질 것이 분명하다. 사이버 교육에 인류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까? 사이버 공간 속에서도 아이들의 균형 잡힌 발달과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 교육을 찾는 부모들과 교육자들의 우선적인 책무라 한다면 이의 부족함을 알고 채워가는 노력 또한 부모와 교육자들의 과제가 될 것이다.
글 싣는 순서
1 사이버 공간과 교육
2 균형 잡힌 부모
3 재능과 장애의 연속선 상에서
4 자녀를 존중하는 대화 I
5 자녀를 존중하는 대화II
6 느림의 미학
7 현명한 소비
8 비평적인 읽기와 쓰기I
9 비평적인 읽기와 쓰기II
10 내 속에 있는 고정관념-똑바로 신드롬
11 교수-학습 사례 I -데이드림
12 교수-학습 사례 II -학습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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