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스포츠
골프도道? - <1>
오강남 | 리자이나대학교 종교학 명예교수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 10 May 2021 02:55 PM
R형, 골프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멀리 여행할 수가 없어서인지 요즘 골프장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몰리는 것 같습니다. 듣기로는 토론토 지역에는 골프장 문을 닫았다는데, 곧 다시 열리게 되기 바랍니다.
오늘은 골프에 대해 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골프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974년 학위논문 자료 수십 차 일본 동경대학에 가서 좀 있었는데, 일본에 가서 보니 일본 전체가 골프에 미친 것 같았습니다. 주차장 위, 이층집 옥상, 강둑, 산마루, 산허리 등 어디에나 터만 있으면 골프 연습장을 차려놓고, TV에도 이 채널 저 채널 골프에 관한 방송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살고 계시던 제 형님도 사업 관계로 골프를 열심히 치고 계셨습니다. 저보고도 같이 가자고 해서 몇 번 따라갔습니다.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서 채를 휘두르니 공이 제대로 나가지도 않고 자연히 골프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일본에서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는 길에 LA에 들렀는데, 거기 사신 작은 형님도 골프를 열심히 치고 계셨습니다. 골프에 뭐가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니 한국에도 골프 열풍이 불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나 그 때만 해도 골프를 본격적으로 쳐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환경 훼손 논란도 있고, 시간과 돈을 너무 많이 써야 한다는 점도 생각할 문제라 여겨졌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후 마이클 머피(Michael Murphy)가 쓴 Golf in the Kingdom(천국에서의 골프)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활쏘기 궁도의 정신적인 측면을 다루는 오이겐 헤리겔(Eugen Herrigel)의 Zen in the Art of Archery(한국어 번역: <마음을 쏘다, 활>)와 같이 스포츠가 단순히 스포츠로 그치지 않고, 심신수련, 인격도야, 정신수양 같은 정신적 면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할까 도를 닦는다고 할까 하는 책입니다. 머피는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Esalen Institute의 창설자인데, 이곳 출신의 한 사람이 쓴 The Inner Game of Tennis도 같은 계열의 책입니다.
이런 책들 덕분에 골프를 쳐보기로 하고 시작했습니다. 캐나다 같은 넓은 땅에 돈 얼마 들이지 않고 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골프에 대해 제 나름대로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두서 없이 좀 적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쓴 글이 1995년인가 그 즈음 한국에서 나온 어느 골프 잡지에도 게재되고, 이 글 덕택으로 서울대 체육학과에 가서 체육의 정신적 측면을 다루는 강연을 두 번 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 이것을 좀 요약하고 수정해서 다시 올려 봅니다.
골프는 왜?
골프 치는 것이 왜 유행일까요? 큰 형님의 경우 어느 경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사업상’, ‘교제상’의 이유로 친 것 같습니다. 작은 형님의 경우는 직장에 매여 고달프게 살아가는데, 틈 나는 대로 시원한 들판에 나가 신선한 바람을 쐬고 오는 것이 살맛나는 일로 ‘기분상’ 이유로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외에 친구들과 사귀는 ‘사교상’이유로,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잘 안 되는 기막힌 묘미에 미쳐서 계속 치게 된다는 ‘중독성’ 때문에 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좀 더 근본적인 역사적 이유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이 옛날 수렵시대 사냥을 할 때, 돌이나 창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좋아하던 그 습성으로 인해, 요즘도 조그만 골프 공이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희열 때문에 골프를 좋아한다는 설입니다. 사실 역사적 이유야 어떻든 그 작은 공이 온갖 장애물을 넘어 쭉쭉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일종의 스릴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속에 잠재한 ‘초월’에의 희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합니다.
저보고 왜 골프를 치느냐고 물어보신다면, 이상에서 말한 이유 외에 제 나름대로의 이유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골프의 윤리적·철학적·종교적 측면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해서 기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요란을 떨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뭐 그 비슷한 이유라 할 수는 있습니다. [계속]
오강남 | 리자이나대학교 종교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