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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탓 말고 당장 하고본다"
만능스포츠맨의 '좌충우돌 도전인생'
- 조 욱 기자 (press1@koreatimes.net)
- Sep 08 2021 03:51 PM
47세 염성민씨 '스카이다이빙' 첫 경험 경비행기·암벽등반 등 버킷리스트에 사격실력 굿...다음 목표 스쿠버다이빙
자화자찬에 오금이 저리고 썰렁한 '아재 개그'를 남발해도 전혀 밉지 않다.
성을 본따 '염병'이란 별명이 붙어다닌다. 그와 대화하면 전염병 같이 웃음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
토론토의 만능스포츠맨, 태권보이 염성민(47)씨는 오늘도 광역토론토를 여기저기 누비며 주체할 수 없는 '긍정 에너지'를 발산한다.
매일매일이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찬 하루. 몸과 마음이 지칠 법도 한데, 뭐든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염병 대장'은 오늘도 바쁘다.
새로운 도전거리 찾는 게 취미
그는 쏜힐 ‘손스 아가페 태권도장’의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가진 유단자(2단)였다. 특히 360도 돌려차기는 최고로 인정됐다.
"40살이던 2014년 8월 여느 때처럼 연습 중이었는데 평소에 잘 되던 다리찢기가 갑자기 안돼요. 나이탓임을 알면서 서글펐어요. 젊어서 쉽게 하던 것도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불가능해진다는 걸 크게 깨달았죠."
"그때 제 도전인생이 시작됐죠. 오늘 이 하루가 내 삶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해보자."
1997년 밴쿠버로 이민, BCIT 공과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과 토론토 조지브라운 칼리지 건설 메니지먼트를 전공한 염씨는 아이키아IKEA 토론토지점을 다니다 10여년 전 자신이 직접 인테리어 회사 지티 디벨롭먼트GT Development를 차렸다.
2007년 사업시작 후부터 본업을 조금씩 줄이고 매년 1월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정했다. 자유시간이 많아져 도전인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스쿠버다이빙, 암벽등반, 경비행기 운전, 권총사격, 카누, 카약, 캠핑, 오픈워터(구명조끼 미착용) 수영 등' 여러 개의 버킷리스트 중 그가 올해 8월 처음 시도한 것은 '스카이다이빙'.
애국심이 투철한 그는 안중근 의사 티셔츠를 구입해 광복절이 있는 8월로 예약을 잡았다.
고도 3천m에서의 낙하
토론토 북방 이니스필Innisfil에 있는 스카이다이브토론토(Skydive Toronto)에 지난달 12일 도착했다.
낙하산 등 장비와 비행기 탑승비용으로 600달러를 낸 그는 첫 경험을 기념하고자 카메라맨과 동반 낙하 옵션을 선택했다. 마음을 단단히 다잡으면서 오전 10시에 도착했지만 6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비행기에 올랐다.
날씨가 안 맞아서였다. 바람이 너무 불어도, 검은 구름이 많이 있어도 안된다. 안전을 위해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도 스카이다이버의 숙명이다.
8명이 탄 경비행기는 고도 3천m, 거의 1만 피트까지 올라갔다. 다만 창문이 없어 탑승자는 전혀 실감할 수 없었다. 이때 왼쪽 동체가 삐걱거리더니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바깥 공기가 몰려들었다. 하늘이 보였다. 긴장할 순간이나 그럴 틈새가 없었다. 동반직원의 구호에 따라 차례차례 바로 뛰어내려야 했다.
맑고 푸르른 하늘에서 두팔을 벌려 지평선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환상 그 자체였다. 5분간 낙하산으로 내려온 뒤 엉덩이로 미끄러지듯 착지했다.
또 한 개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하려고 하는 일들을 나열한 리스트) 완수한 순간이다. 난생 처음으로 고공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다. 염씨 입에서는 "대한독립만세" 소리가 터져나왔다.
"50초 동안 자유낙하한 그때의 황홀한 기분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어요. 그냥 무중력 상태로 붕 떠있는 기분이랄까. 마치 꿈 속에 있는 것 같았어요. 이 기분을 놓칠 수 없어 내년엔 혼자서 낙하를 시도할 겁니다."
그는 토론토의 몇 안되는 '한인 스나이퍼(저격수)'다. 권총을 쏠 때마다, 수십 발의 총알 대부분이 25m 과녁 정중앙을 뚫는다.
하지만 ‘마눌님’과는 같이 할 수 없는 취미라 눈치만 보다 번개같이 사격장을 다녀온다.
"캐나다에선 총기소지가 불법이기 때문에, 총기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총을 사고 소유할 수 있습니다. 사격도 합법적인 장소에서만 가능하죠. 한인들은 총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안전교육을 받고 몸에 익히면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정신집중과 기분전환에 이만한 스포츠가 없어요. 사격 매니아들은 '또 하나의 무술'이라고 표현합니다."
"코미디언이 펼치는 1인극 같아"
친구들사이에서 그는 '염가이버(염씨+맥가이버)', '염 대장'으로 통한다. 잔재주가 뛰어나고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그는 아재뻘 나이에도 불구, 소셜네트워크를 매일 달고 산다.
'캐나다 아재 일상스토리' 유튜브 채널운영부터, 페이스북에, 틱톡 (TikTok)까지.
일상이나 썰렁한 개그 등 하루에 올리는 포스팅만 서너개.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었는데 맛있는 묵은지(푹 익은 김장김치) 냄새가... 괜찮네.ㅋ 햄사러 가야겠다.ㅋㅋㅋ"
"한국말이 영어보다 배우기 쉽다. 캐나다사람이 영어를 가르치러 한국에 갔다오면 한국말을 잘한다. 난 캐나다서 25년 살아도 아직도 한국말이 쉽다"
"차에 타서 핸드폰 거치대에 '네모난 장지갑(긴 지갑)'을 끼워버렸다. 인생 반도 안 살았는데 다 산것처럼 행동을 하네"
그의 포스팅에는 좋아요만 최고 수백개가 붙고 스마일 이모티콘 댓글이 즐비하다. 한글 포스팅을 캐네디언 친구들이 번역해서 읽을 정도다.
오십 가까이 산 염 대장에게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물었다.
"정말 모르겠어요. 와이프는 옆에서 나를 보면 분명 힘든 순간인데 본인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고 해요. 이걸 두고 '인지부조화 현상'이라고 하나요. 하하" [인지부조화 : 자신의 태도와 행동 따위가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
긍정적인 마인드가 대통령급인 딸바보(딸을 너무 아끼는) 아빠의 유쾌한 웃음이 정겹다.
그는 지금도 틈만 나면 캠핑, 사격, 농장체험, 태권도, 팔굽혀펴기, 무예타이, 노래연습 등을 하러 종횡무진 동분서주한다.
도대체 이런 에너지와 시간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주변 상당수의 한인들은 돈벌이에 바빠 취미생활을 엄두도 못낸다.
염 대장 본인도 먹고 살기 바쁘다.
"많은 분들이 저보고 대단하다고, 어떻게 그렇게 시간을 낼 수가 있냐고 하는데, 저도 정신없이 바쁩니다. 단, 시간만 나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무작정 준비해서 나갑니다. 10살, 13살 두 딸과 캠핑을 다녀오기도 하고 어릴적 좋아했던 노래 배우기도 얼마 전 시작했죠. 조만간 스쿠버다이빙도 도전합니다"
스카이다이버가 스쿠버다이버까지 되겠다는 것.
"캐나다에서 살면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못 누리고 사는 한인들이 많더라고요. 어디를 가고 싶거나 뭘 도전하고 싶으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넓고 넓은 캐나다 땅에 이민왔으니 갈 곳도, 놀 것도, 주변에 얼마나 많습니까. 아 뭐지.. 유명한 격언도 있잖아요"
"저스트 두 잇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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