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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칼럼(61) - 계약기간(Term)이 중요한 이유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 30 Aug 2021 11:39 AM
모기지를 받을 때 최저 이자율이나 최대 모기지 금액보다 덜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이 계약기간(term)입니다. 실제로 정기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모기지 납부액을 계산할 때 영향을 주는 요소는 모기지 총액, 이자율 그리고 총상환기간(Amortization)입니다. 다만, 렌더들의 이자율이 계약기간에 따라 차이가 나므로 간접적으로 영향은 미치지만, 직접적인 결정요인이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계약기간은 모기지 전체 금액을 완납하는데 걸리는 총상환기간과 구별됩니다. 총상환기간의 일부를 구성하며, 일종의 ‘리셋버튼’ 역할을 합니다.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 계약기간, 이자율 등 새로운 조건으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같은 렌더를 통해 갱신(renew)을 하거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렌더로 갈아타며 리파이낸스(refinance)를 하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6개월부터 10년까지의 계약기간 설정이 가능합니다. 계약기간이 짧으면 장기간 묶이지 않으므로 변동이 쉬워서 여러 유동적인 상황에 쉽게 대처 가능하지만 단기간내에 모기지를 다시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반면, 계약기간이 길면 오랜 기간 안정적이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계약 파기에 따른 페널티로 금전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머리속에는 ‘모기지’ 하면 바로 ‘5년고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모기지유형인 동시에 렌더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상품입니다. 한마디로 ‘모기지의 원조’라 부를 수 있는데, 여기에서 ‘5년’이 바로 계약기간을 의미합니다. 조사 주체나 대상기간별로 수치가 조금씩 편차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5년 모기지를 선택하는 비율이 60~70%로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최근 CMHC의 조사는 56%로 다소 떨어짐) 안전성과 변화에 대한 대처 가능성 모두를 고려하는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소비행태의 결과입니다.
보통 렌더들의 이자율은 자신들이 조달하는 자금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치 물건의 가격이 그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가에 기초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따라서 조달하는 자금의 원천과 조건이 제각기 다른 모든 렌더들의 계약기간별 이자율을 일률적으로 정의,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주요 은행(1차금융)들의 경우 계약기간 3년짜리 이자율이 가장 저렴합니다. 3년을 기준으로 계약기간이 길어질 수록 이자율이 비싸 지고(4년짜리가 3년짜리 보다 싼 경우도 종종 나타남) 또 반대로 1, 2 년으로 계약기간이 짧아져도 이자율이 비싸 집니다. 반면, 소위 ‘2차금융’ 렌더들은 계약기간이 짧을 수록 이자율이 저렴한 상반된 특징을 보입니다.
따라서 1차 금융에서 가장 대중적인 5년 고정 모기지를 받는다면 계약기간 3년보다 이자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는 5년동안 얼마를 내야 할지 이자율을 사전에 고정시킴으로써 얻게 되는 추가 2년에 대한 안정성 보장의 댓가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 인기있는 상품은 아니지만, 10년짜리 모기지도 5%내외로 선택됩니다. 10년간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좀 더 비용을 쓸 용의가 있다면 선택 가능한 대안입니다. 하지만, TD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첫집에서 영원히 살 것 같은 환상에 빠지곤 하지만 실제로는 10명중 7명이 생각보다 빨리 이사가게 된다고 합니다. 장기적인 안정성만으로 모기지 계약기간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1년 반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의 영향은 가히 상상을 불허합니다. 그중 에서도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QE)를 통한 ‘돈풀기’는 사상 최대 수준입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생산하는 미국 정부가 팬데믹 기간 중 국채매입을 위해 찍어낸 돈만 따져도 4조 달라를 넘는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릅니다. 이렇게 홍수처럼 불어난 돈이 전세계의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만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금융 및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축소(tapering)는 언제부터 가시화될까?’, ‘이자율은 언제 오를까?’에 초미의 관심을 두고 지켜봅니다. 연준의장 및 구성원, 재무장관 등 관련인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나름의 해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테이퍼링이 2021년 4/4분기로 임박해 있다는 예측에 힘이 실리며, 2021년 양적와화축소 시작 그리고 2022년 기준 금리인상이라는 로드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한국은행은 지난 8월26일 팬데믹 이후 제로에 가깝게 떨어진 기준금리를 세계에서 최초로 인상(0.5%-->0.75%)하겠다는 발표(8/26)를 함으로써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것이 다른 국가들의 통화 및 재정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코로나 이후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볼 때 관심을 두고 지켜 볼만한 사건입니다.
모기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기지 받는 목적과 자신의 재정 상황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자율 등 다른 조건을 가장 유리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델타변이의 확산으로 그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결국은 ‘돈의 잔치’가 끝나고 이자율이 상승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현재 상황은 ‘나에게 맞는 ‘계약기간’은 몇 년일까?’라는 질문에 다른 때와는 다르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문의: (647) 786-4521 또는 tim.kim@jpmt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