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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문화·스포츠

2022 신춘문예 수필 입선 '접실 무'

김용출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 07 Jan 2022 04:01 PM

한인문인협회 주최, 한국일보 후원


내 고향 접실은 열세 시간 먼저 가을이 온다. 여기 내가 사는 토론토보다 늘 한발 앞서 가을에 발을 들여 놓는다.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입추이니 지금부터 고향생각이 더 난다. 오래전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온 나는 향수병이 고질병이 됐다. 나는 젊었을 적부터 배탈이 자주 났다. 배탈이 나도 지금은 잘 낫지 않는다. 그러면 옛날 생각이 난다. 내가 어릴 적 어머니는 식구들이 배탈이 나거나 고뿔이 들면 무로 약을 해주셨다. 내 고향 마을 '접실'의 무즙이다. 그것을 먹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아프던 배가 곧잘 낫곤 했다.

 

그리움은 모성과 동의어인가. 그리움은 고향 찾는 아들을 버선발로 맞아 반기시던 어머니의 설렘과 겹쳐진다. 요즘도 배탈이 나거나 감기가 들면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진다. 그럴 때면 내 생각은 나보다 먼저 고향 접실에 가 있다. 나의 척박했던 캐나다 이국생활 반세기의 반추反芻와 함께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몸이 아프거나 삶이 고달플 때 어머니와 고향은 잠재해있던 내면의 나를 깨운다. 그럴 땐 나는 영락없이 수구초심首丘初心이 된다. 이민 온 자체가 상처라고 했던가. 가끔씩 이곳에서 산 세월이 서러워지다가도 향수는 나를 금방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접실은 무로 이름난 고장이다. 여름이면 물이 자주 졌는데 그 물이 빠지고 나면 시뻘건 흙탕물이 고스란히 들 위에 남겨졌다. 그 황토가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이 질 땐 물이 야속하지만 둘을 다 잃으란 법은 없다는 것이 조물주의 섭리일까. 그래서 접실 마을의 건넌들은 무 농사의 최적지가 되었다. 건넌들 중에서도 '샌밑'의 두세 필지가 최고로 비옥한 땅이었다. 비옥한 만큼 값을 다하는 땅, 그래서 안동지방에서는 접실 무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안동 장에 가면 모두가 접실 무를 찾았다.
안동접실 무가 얼마나 유명했던지 옛날부터 임금님께 진상進上되는 품목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영조임금과 관련된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回刺되곤한다. 한번은 신하에게 안동접실 무를 구해오도록 하였다. 아마 영조임금도 몸이 차고 복통이 자주 났기 때문에 필시 접실 무가 그러한 증상에 좋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신하는 접실에는 가지도 않고 동대문시장에서 실해 보이는 무를 구해 올렸다. 접실 무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장물에 무를 담가 보았다. 보통 무와는 달리 접실 무는 간장에 담그면 무전체가 간장을 빨아들인다. 그런데 그 신하가 갖고 온 무는 간장을 잘 빨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접실 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크게 노한 영조임금은 즉석에서 그 신하를 처형하도록 하였다. 거짓과 제 목숨을 바꾼 셈이었다.
접실 무는 간장의 짠맛, 단맛, 감칠맛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갖고 있다. 신기하다. 포용! 맛의 비결이다. 인간의 맛도 다르지 않다. 나는 그러한 접실 무를 생각할 때면 품이 넉넉하셨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는 종가宗家 맏며느리의 힘드신 시집살이를 하셨다. 그러나 어머니는 듣기 싫은 말도 칭찬하는 말도 마치 간장을 빨아들이는 무처럼 양量만큼 받아 들이실줄 아셨다.
우리 마을 접실은 보리나 밀을 베고 나면 얼마 후 그 밭에 무를 심는다. 대개 7월말, 8월 초순이다. 나는 청소년 적 '샌밑'의 우리 집 밭에 무씨를 심을 때면 가끔씩 물지게를 지곤 했다. 농사는 때가 생명이다. 그런데 기다려도 비가 오지 않는다. 애간장이 탄다. 할 수없이 강으로 내려가 양철동이로 물을 져서 밭고랑에 뿌리고 씨를 심었다. 해마다 물지게 지는 일은 빈번했다. 어느 해엔가는 물지게 지는 일로 아직도 덜 자란 내 양어깨의 살갗이 벗겨진 일도 있었다. 그해에는 가뭄이 계속돼 여러 번 물을 져 날랐기 때문이었다.
무는 자라면서 그 희고 매끈한 살결을 땅위로 살짝 드러낸다. 땅위로 나온 무의 윗부분은 햇살을 받으며 점점 푸르게 변한다. 그 모습은 고향을 떠나온 나의 이국생활의 형상形相이다. 무청은 억세지만 한껏 자라있다. 하늘이 내린 비만큼, 물지게의 물을 받은 만큼 자랐다고 자랑한다. 그것은 정직하게 살려고 애써온 외지에서의 내 삶의 몸부림이다. 그 푸르름은 땅속에 묻힌 하얀 무 덕분이다. 고향에서 살았던 시절들이 뭉쳐진 내 삶의 단단한 뿌리이다. 그 뿌리는 어머니의 젖줄과 연결되어 향수병에 흔들리는 나를 오래도록 붙잡아 주었다.
내 어릴 적 가을의 접실은 풍요롭기 그지없었다. 지금은 까마득한 전설이 되었지만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가을 논, 그리고 진초록의 무밭, 배추밭은 농부들을 배부르게 했다. 그 추억은 오늘도 내 서정抒情의 밑거름이다. 나는 그 고향이 그리워 몇 년 전 가을,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했다. 동생내외와 함께 부모님 산소山所도 볼 겸 고향 접실을 찾았다. 건넌 들의 '샌밑'을 지나 앞산에 부모님 산소가 있다. 건넌 들 '샌밑'의 옛 우리 집 그 무밭은 제방堤防으로 변해있었다. 명치가 싸해지며 그리움이 밀려왔다. 이렇게 인생은 늙고 세상은 변한다고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리 집 밭이었던 그 옆으로 가을채소를 심었는지 몇 군데 채소밭이 보였다. 아무것도 심지 않고 묵힌 밭도 있었다. 저 밭은 왜 묵혔을까? 일손이 없어서겠지. 어릴 적 활기가 넘치던 마을 풍경이 떠올랐다.
부모님 산소에 올랐다. 봉분 두 개, 두 분이 나란히 누워계셨다. 따사로운 초가을의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이 포근해졌다. 마음속으로 불러보았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왔어요, 용출이요.' 대답이 없다. 그러자 그리움과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꺼이꺼이 울고 싶었다.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놈을 억지로 눌렀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얀 조개구름이 옅게 깔려있었다. 가을 들녘을 지나온 바람이 산소주위를 감싸주었다. 산소를 둘러본 후 고향 마을을 떠나면서 생각했다. 내 고향 접실과 어머니, 접실 무가 나의 머나먼 이국 생활의 자양분이자 긍지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접실 무는 나의 노스텔지어, 문득문득 나를 고향으로 데려가는 급행열차라는 것을. 그런데 나는 언제쯤 고향에 대한 방황을 끝내고 기차에서 내릴 수 있을까.

 

2김용출.jpg
김용출
1942년 경북 안동 출생. 고신대학교 및 고려신학대학원 졸업. Ontario Theological Seminary (현 Tyndale Theological Seminary) 졸업. 전 토론토 제일한인장로교회 담임목사. 전 서울 남부교회 담임목사. 현 캐나다 신학교(Canada School of Theology) 이사장. 

 

수상소감
우선 부족한 사람의 글을 심사해주시고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이 일을 주최하시느라 수고하신 한인문인협회 임원진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줄 알면서도 늘 버릇처럼 써온 글이어서 응모했는데 입선이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라는 채찍으로 알고 심기일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수.jpg

심사평(심사위원 김영수)
김용출님의 ‘접실 무’는 어린 시절 배가 아플 때 어머니가 무로 약을 만들어주시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향수 어린 서정을 느끼게 한다. 간장의 온갖 맛을 빨아들이는 자신의 고향 접실 무의 특성이, 필자 어머니의 포용력을 닮았다고 회고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흙 위로 올라오면서 햇살 받아 푸르게 변한’ 무의 윗부분은 이국에서의 삶으로, ‘흙 속에 뿌리 박은’ 하얀 부분은 타국에서 향수병에 시달리던 자신을 붙잡아준 고향에서의 시간으로 환치된다. 그 고향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어머니는 놓을 수 없는 그리움이다. 결미 부분의 ‘나는 언제쯤 고향에 대한 방황을 끝내고 기차에서 내릴 수 있을까’ 하는 문장이 긴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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