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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든 강도를 맨손으로 제압
한인 편의점업주 혈투 끝 경찰에 넘겨
- 전승훈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 Mar 31 2022 02:07 PM
"위험한 줄 알지만 아내 비명에 그만" 손·목부위 부상...알고보니 무술유단자
온타리오주 서드버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인이 흉기를 든 강도를 맨손으로 제압해 경찰에 넘긴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 2월12일 오후 7시30분께 김운수(52·사진 오른쪽)·박은숙(47·사진 왼쪽)씨 부부가 운영하는 켈리레이크편의점에 흉기로 무장한 강도가 침입했다.
강도는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척하다 비한인 여성 손님이 업소를 떠나자 강도로 돌변, 박은숙씨를 커다란 사냥용 칼로 위협하며 금전등록기를 부수고 현금을 탈취하려고 했다.
이에 놀란 박씨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고 당시 지하에 있던 남편 김씨가 황급히 뛰어 올라왔다.
박씨는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댔다"며 "지하에서 비명 소리를 들은 남편은 정신질환자가 가게에 침입해 소리를 지른 줄 알고 달려왔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가게로 올라온 김씨는 흉기로 위협받는 아내를 목격하자 주먹으로 강도의 안면을 가격한 후 쓰러진 강도의 손목을 밟아 흉기를 빼앗았다.
김씨는 "흔히 강도사건이 발생하면 순순히 요구에 응하고 대항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아내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만히 보고 있을 남편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도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흉기를 되찾으려는 강도와 김씨는 흡사 레슬링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고 강도가 본색을 드러내기 직전까지 업소에 있다가 문을 나섰던 비한인 단골손님 수잔 린치(위 사진 가운데)씨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재빨리 가게로 돌아왔다.
린치씨가 돌아왔을 때 업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가판대가 뒤집혀 있었고 스낵과 강도가 빼앗은 돈이 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린치씨는 강도를 제압하기 위해 김씨를 도왔다.
부인 박씨는 "강도가 불리하다고 판단했는지 "난 끝났어(I am done)"란 말을 반복했다"며 "우린 '경찰이 올 때까지 끝난 건 없어'라고 응수했다"고 말했다.
린치씨가 합세해 상황은 진정되는 듯 싶었지만 강도는 끝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진열대에 있던 간장병을 훔쳐 숨기고 있다가 남편 김씨의 머리를 갑자기 내려친데 이어 깨진 병으로 그의 목을 찔렀다.
부상을 입은 김씨의 목에서는 피가 흘렀다. 남편의 큰 부상에 충격을 받은 부인은 그를 놔주자고 했지만 남편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박씨는 "남편 역시 크게 흥분한 상황이었다"며 "남편은 무술 유단자이기 때문에 덩치가 상대적으로 컸던 강도와 어느정도 대치가 가능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만약 또 강도사건이 일어나면 무력을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권도와 쿵푸를 익힌 무술 유단자인 김씨는 한국에서 무술을 지도하기도 했다.
결국 가게 근처에 있던 비한인 남성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고 그를 폭행 및 강도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출동한 경관들은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김씨가 범인을 제압한 것에 놀라는 눈치였다.
한편 이들 부부에게 강도사건의 후유증은 여전하다. 김씨는 강도와의 몸싸움에서 손에 골절상을 입고 유리병에 목을 찔리는 큰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당분간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인 박씨 역시 약간의 타박상을 입었지만 더 큰 문제는 정신적인 충격이다. 박씨는 사건 이후 매일 2~3번씩 잠에서 깰 정도로 트라우마가 크다.
금전적인 손해도 적지 않다. 박씨는 "흔히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아 간단하게 피해가 복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소 물건들이 훼손됐는데 이를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1천 달러 정도 된다. 그러나 이 정도 피해 규모로 보험을 청구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가 생기기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뜻하지 않은 범죄피해를 당한 이들 부부를 지탱해준 것은 주변에서 내민 온정의 손길이었다.
박씨는 "평소에 안면이 없던 지역 주민들과 한인들이 가게를 찾아 위로해주고 걱정해줬다"며 "간장이 쏟아져 엉망이 된 내부 청소를 돕는 등 주변의 따듯함을 느꼈다. 아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몸소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오래 전에도 강도 피해를 입었지만 당시에는 순순히 범인의 요구에 응해 돈을 내줬다.
2006년 이민한 부부는 캐나다 정착 직후 줄곧 서드버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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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훈 인턴기자 (press3@koreatimes.net)
전체 댓글
Common Sense ( qjohn**@live.ca )
Apr, 01, 01:32 AM Reply천만 다행입니다. 어서 속히 완쾌 하시기를 빕니다. 화이팅!
캐나다뉴서울by김치맨 ( canadanewseo**@gmail.com )
Apr, 01, 02:55 PM Reply편의점에 침입한 강도와 몸싸움 벌렸다구요?
그것 참! 무척이나 위험천만한 행위 하셨군요!
그건 자랑이 아니라! 무모함의 극치 아닐까요?
그럴 리는 없었겠지만! 주인장이 그 강도가 찌른 칼에 목숨을 잃었을 경우를 가상해보세요?
그 돈 얼마 지키려다 크나큰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세요.
연전에 어느 한인 편의점 경영주는 강도와 싸우다가 8차례나 칼에 찔려 크게 고생했다 했지요?
https://koreatimes.net/ArticleViewer/Article/127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