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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서 악연으로
이용우 | 언론인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Apr 04 2022 07:49 AM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초대 승상을 지낸 제갈량(諸葛亮). 당대 최고의 지략가요 재상이자 탁월한 능력 뿐 아니라 타의 모범이 되는 언행과 충성심으로 당대는 물론 후세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전설적 인물이다.
하지만 천하의 제갈량이라 한들 유비라는 듬직한 주군(主君)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한평생 초야에 묻혀 책이나 읽다 죽었을 것이다. 제갈량은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유비에게 발탁돼 그의 핵심참모로 27년간 미친듯 일하다가 과로사한다. 그 과정에서 사심없이 충성을 다했고 특히 유비의 아들(유선)에게도 대를 이어 충성함으로써 총명하고 사심없고 충성스런 인재의 표상이 되었다.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제갈량은 샐러리맨으로서는 가장 유능한 직원이었고 오너 입장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참모였다고 할 수 있다. 때를 기다리며 초야에 묻혀 살던 그를 점찍은 유비의 사람 보는 눈도 그렇고, 자신을 발탁해준 주군을 위해 대를 이어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충성을 다한 제갈량도 그렇고, 걸출한 인물들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를 중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배신하지 않고 그에 보답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그 능력도 빛을 발하는 법이다.
그런데 한국의 윤석열을 보면 이와 정반대의 인간상을 떠올리게 된다.
일개 검사에서 일약 한국의 대통령 자리를 거머쥔 윤석열. 그는 아홉 번의 도전 끝에 31세에 검사가 됐다. 그가 각 분야에 걸쳐 두루 무지(無知) 무식한 것은 황금의 청춘시절 9년동안 오로지 육법전서에만 매달리느라 폭넓은 독서와 사색, 고뇌의 시간을 갖지 못했던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여덟번이나 사시 낙방을 거듭하 그는 대학 동기들보다 훨씬 늦게 법조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교수 집안에서 별 어려움 없이 자란 탓인지 세상에 무서울 것 없다는 듯 좌충우돌하며 무수한 사람들, 특히 고위 정치인을 엮어 철창에 잡아 넣었다. 이래서 ‘강골검사’란 별칭이 붙었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윤석열은 무자비하고 지나치게 칼을 휘두르다 박근혜에게 미운털이 박혔고 지방으로 좌천당해 떠돌이 생활을 한다. 한직(閑職)으로 떠돌던 윤석열을 발탁한 사람이 바로 문재인이다. 문재인은 수명을 다해 가던 윤석열을 살려냈다.
문재인은 그를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승승장구한 윤석열은 마침내 검찰총수가 된다. 전임 총장보다 5기수나 아래였고 최종후보 중에도 기수가 가장 낮은, 파격 자체였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계기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는 문재인의 격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무자비한 야성 본능을 드러낸 윤석열은 조국 집안을 탈탈 털어 일가족을 완전히 도륙(屠戮) 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 처가의 더 큰 비리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했다. 그는 마침내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ㆍ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며 자기를 키워준 문 대통령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어느덧 그는 반(反)정부 투사로 변신해 있었다.
문재인은 윤석열에 대해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라며 "그 점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었다. 윤석열도 한때 문 대통령에 대해 "검사로서 지켜봤을 때 정직한 분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제 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넜다. 尹이야말로 결초보은(結草報恩)은 고사하고 자기를 키워준 은혜를 복수로 되갚은 인간이다. 물에 빠진 사람 구했더니 보따리부터 찾는 배은망덕(背恩忘德)을 넘어, 구교주인’(狗咬主人), 즉 주인을 물어뜯는 개로 돌변했다.
자고로 한번 배신한 사람은 그 명분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또다시 배신하게 돼있다. 尹은 이제는 자기를 지지하고 뽑아준 국민을 배신할 것이다. 배신을 넘어 국민을 물어뜯는 미친개가 될 것이다. 이래서 사람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진: 2019년 7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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