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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하는 이유를 밝히고 죽여라"
김원봉의 의열단 창단과 구국투쟁 <7>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1 2022 08:48 AM
부산 경찰서 폭탄투척 사건 <상> 김원봉 명령 받은 단원 박재혁 다음날 아침 서장 면회 요청해
제1차 계획이 사전에 발각되어 수많은 훌륭한 동지들이 왜적의 손에 검거 당한 것을 알았을 때, 상해에 남아 있어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다리고 있던 약산은 이 소식을 듣고 수많은 동지를 잃은 슬픔으로 몸은 부들부들 떨었다.
약산과 의열단원들은 오직 이번 거사를 위해 지난 수 개월 동안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준비하고 계획하여 왔 었다. 권총· 폭탄, 선전문의 수송, 동지들의 밀입국, 국내 동지와의 연락, 이러한 모른 어려움을 무릅쓰고 계획은 추진되었었다. 그리고 이제 막 계획이 실천에 옮겨 지려는 순간 가증스럽게도 왜놈들의 손에 동지들이 일망타진 된 것이다. 생각할수록 이가 갈리도록 분하고 원통한 일이었다.
지금쯤 동지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본경찰의 잔인한 고문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약산으로서는 분해 참을 수가 없었다. 이때 약산의 가슴을 꽉 메운 것은 복수였다.
‘오! 그렇다. 부산경찰서장놈을 죽이자! 그놈을 죽여서 한을 품고 있는 동지들의 원한을 풀어주자!
부산경찰서는 이번 사건에서 동지들을 대부분 검거한 기관이었다. 그래서 약산은 즉시 싱가폴로 전보를 쳐서 그곳에 가 있는 동지 박재혁(朴載赫)을 즉시 상해로 오게 했다.
'언제 어디서나 오라고 하면 즉시 응한다는 것이 의열단의 엄숙한 맹서였다.
전보를 받고 박재혁은 즉각 상해로 달려왔다. 상해로 가는 것이 죽으러 가는 길임을 박재혁은 알고 있었으나 이미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서한 터였다.
박재혁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약산은 상해에 온 그에게 동지들의 복수를 위해 곧 부산으로 출발할 것을 명 하였다.
“지금 곧 부산으로 가서 부산경찰서장을 죽이고 오시오.” 그러나 부산경찰서장에 대한 그의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증오는 그냥 서장을 죽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약산은 한마디 덧붙였다.
“죽이되 그냥 죽일 것이 아니라 누구 손에 누구에 의해 무슨 까닭으로 죽지 않으면 안되는가를 깨닫도록 단단히 그의 죄를 밝히도록 합시다.”
그러나 훗날 약산은 자기가 한 이 한마디가 혹 살아 돌아올 수도 있었을 동지를 현장에서 죽게 했노라고, 8·15 후 고국에 돌아온 후에도 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슬픔에 잠기곤 했다.
이렇게 중대한 사명을 띠고,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중대 사명을 띠고 1920년 9월 초순 박재혁은 다시 볼 수 없는 중국 산천을 마지막 바라보며 그리는 고국으로, 그 러나 그 땅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할 부산을 향해 배에 올라탔다.
▲ 1910년대 부산시청(왼쪽)과 부산경찰서.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 권력의 핵심 장소였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떠나기 전에 그는 적지 않은 중국고서를 사가지고 한짐을 만들어 등에 지고 출발했다.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책장수 차림이었다.
그는 일본 기선을 타고 황해를 건너 나가사끼(長崎)로 갔다. 그의 본래 계획은 나가사끼에서 다시 시모노세끼 (下關)로 가서 그곳에서 연락선을 타고 부산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가사끼에 상륙해서 알아보았더니 시모노세끼까지 가지 않고도 나가사끼에서 대마도를 거쳐 곧장 부산으로 갈 수 있는 배편이 있었다. 관부연락선은 탈 때나 내릴 때나 일제의 형사들이 조선사람을 감시했으므로 위험하였다. 그러나 대마도를 거쳐가는 배는 그런 위험성이 적을 것 같았다. 그는 상해에 있는 동지에 게 그런 뜻의 편지를 보내고 나가사끼를 떠났다. 그가 무사히 부산에 상륙한 것은 그 달 13일 저녁이었다.
부산에는 그의 본집이 있었다. 여러 해만에 집에 들어가 반기는 가족과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부산경찰서 장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묵는 집이었다. 떠나는 아침 그는 이제 영영 다시 볼 수 없을 집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집을 나섰다.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러 가는 20대 청년인 그의 가슴속은 어떠했을까. 경찰서에 도착한 그는 즉시 서장에게 면회를 요청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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