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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서장 박 의사 폭탄에 지옥행

김원봉의 의열단 창단과 구국투쟁 <8>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8 2022 09:19 AM

부산 경찰서 폭탄투척 사건 <하> "우리의 원수, 죽어 마땅한 줄 알고 있겠지"


서장은 아무런 의심 없이 면회요청에 응했다. 수분 후에 저세상에 가게 되리라고는 꿈도 못꾼 채 쾌히 맞은 것이다. 박재혁은 2층의 서장실로 안내되었다. 그는 아주 고귀한 책이니 꼭 서장에게 직접 보이겠다고 우겼다. 서장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허풍을 떨면서 서장실에 들어간 그는 책상 위에 보자기를 꺼내놓고 풀기 시작했다. 서장 옆에는 두 사람의 경관이 서 있었다. 그는 한두 권의 책을 우선 꺼내 보였다. 

바로 이때였다. 박재혁은 책 밑에 감추어 두었던 폭탄 두 개를 꺼내어 한 손에 한 개씩 들고 외치듯 말했다. 

“나는 의열단원이다. 네놈들의 소행으로 이번에 우리 동지들이 모두 구속되고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고 있다. 네놈들은 우리의 원수다. 죽어 마땅한 줄 네놈들도 알고 있겠지.” 라고 유창한 일본말로 준엄히 꾸짖었다. 서장은 새파랗게 질려서 말도 못했고 다른 순사 중 하나는 달아나려 했다. 

그때 박재혁은 들었던 폭탄을 서장 앞 책상 위에다 내리 쳤다. 두 개 다 계속 내리쳤다. 폭탄은 다행히 두 개 다 폭발되었다. 굉장한 폭음과 함께 책이며 책상 할 것 없이 산산히 부서지고 창문과 마룻바닥도 출입문도 벽도 부서졌다. 물론 서장과 두 순사들도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이 폭음에 놀라 바로 옆방과 아래층에서 많은 순사들이 뛰어 올라왔다. 박재혁도 물론 크게 부상당해 쓰러졌다. 9월 14일이었다.

결국 서장 하시모또(橋本秀平)는 병원으로 가던 도중 숨졌고 다른 두 순사들은 오랜 입원치료 후에 살아나기는 했으나 모두 불구가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부산경찰서 폭탄사건’ 이라는 것이다. 

일본 경찰들은 중상을 입고 신음하는 박재혁을 유치장에 집어넣고 심문하려 하였다. 그러나 박재혁은 입을 굳게 다물고 심문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치료가 된다 하더라도 일본경찰이 살려둘 리 없었다. 박재혁은 살아서 왜놈들에게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결심했다. 그날부터 단식을 시작한 그는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  일본 경찰은 억지로라도 밥을 먹이려 여럿이 달려들어 강제로 입을 열어 밥을 넣으려 했으나 박재혁의 굳게 다 문 입을 도저히 열 수 없었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던 그는 꼬박 아흐레만에 마침내 장렬한 최후를 마친 것이다. 

폭탄의 파편이 가득한 서장실에서 일본경찰들은 한 장의 전단을 주웠다. 그리고 그들은 그 전단을 읽고 그 수상한 중국인 차림의 고서 장수가 바로 동지들의 원수를 갚으러 멀리 상해에서 찾아온 의열단원임을 알았다. 일제는 조선민족이 만만찮은 민족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혀를 찼다. 이리하여 의열단의 이름은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고 특히 조선청년들의 독립의식을 높여주는데 큰 힘이 되었다.

 

화면 캡처 2022-09-08 101810.jpg

▲ 천안 독립기념관에 전시된 박재혁 자료.천안 독립기념관 제공
 

그가 나가사끼를 떠나기 직전 상해에 있는 동지들에게 보낸 봉함엽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昨日安着長崎, 商況甚如意, 此諸君惠念之澤矣. 秋初浪 風,心身快活, 可期許多收益, 不可期再見君顏. 別有商路比 前益好,硏究則可知也, 
(어제 나가사끼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거래가 뜻대로 잘 되니 이것이 모두 여러분들의 염려 덕택인가 합니다. 초가을 바닷가 바람에 심신이 쾌락합니다. 많은 이득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당신 모습을 다시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1920년 9월 4일 와담(臥膽) 배(拜) 

 

글 속에 '상황(商況)’ 이니 '상로(商路)’니 수익(收益) 이니 한 것은 물론 그 편지가 왜적의 검열을 받을 경우에도 평범한 상인의 편지처럼 믿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암호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나 편지 끝에 덧붙여 적어 놓은 14자의 문구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암호였다. 그러나 이 암호는 결코 풀기 어려운 암호가 아니다. “연락선 타지 않고 대마도로 해서 간다”라고 읽으면 된다. 

그러나 “可期許多收益이나 不可期再見君顏” (많은 수익은 기약할 수 있으나 당신 모습을 다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이라는 글은 실인즉 얼마나 비통한 말인가? 그는 오로지 민족을 위한 자기 사명을 다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었다. 그가 생전에 늘 즐겨 부르던 글귀를 적어 그의 사람됨을 추모한다.


  
大丈夫義氣相許,小嫌不足介. 
(대장부 의기는 서로 믿음에 있으니, 작은 거리낌도 끼여 들 수 없다.) 
一葉落而 知天下寒. 
(잎새가 하나 지니 천하가 추워짐을 알겠다.) 
世間好物堅牢,彩雲易散琉璃碎. 
(세상 인심은 굳고 단단함을 좋아하나, 색깔구름은 쉬 흩어지고 유리는 쉬 부서진다.)
 

 

[계속]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 리쏘 (Lisso) 안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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