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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의료붕괴
권천학 시인·한국시조진흥회부이사장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Nov 29 2022 11:53 AM
2022년 6월경부터 시작된 캐나다의 약품부족상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pre-treatment 또는 1st treatment라고 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심하게 다치거나 병원을 찾지 않으면 안 될 만큼의 중병의 경우를 제외하고 병원 대신 먼저 찾는 곳이 약국이다.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대개는 약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약습관일 것이다. 당장 약으로 시간을 벌거나 아픔을 해소시켜 병으로부터 해방이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또 시간이 없거나 병원기피 현상이 있는 사람들도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여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평상적인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병원에 가기 직전의 응급상황에서도 약품의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약이 없다!
아이가 열이 펄펄 끓어 정신을 잃을 지경인데 해열시킬 약이 없다면?
견디기 어려운 통증으로 고통 받는데 진통시킬 약이 없다면?
구토와 설사 등 위경련이 일어나 쩔쩔 매는데 약이 없다면?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응급상황에서 응급실로 가기 전의 사전조처를 해야 하는데 약이 없다면?
이처럼 꼭 병원에 가야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든 아니든 약국은 병원 다음으로 우리의 목숨을 지켜주는 2차 병원인 약국이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니 분명 의료붕괴현상이다.
기억하는가?
코로나-19가 시작된 초기, 급격히 늘어나는 확진자들을 병원에서 감당하지 못해서 우왕좌왕 했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늘어나는 사망자 때문에 관(棺)부족과 장소부족으로 임시덮개로 시신을 덮은 채 살아있는 환자들의 병상 옆에 함께 두었던 일, 심지어 관(棺) 대용으로 플라스틱 커버를 씌워 병원통로에 줄지어 두었던 일을.
기억하는가?
확진자는 느는데 백신개발은 안되고, 사망자는 느는데 매장지를 마련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던 일을. 나라마다 장지(葬地)부족으로 쓰레기 매립지 근처에 급하게 매장지를 만들고, 포개어 매장하던 끔찍한 그 일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소 진정이 되고 약화되었지만 최근까지도 병원에 따라 수용이 어려운 의료붕괴의 상황이 병행되어오고 있었다.
지난 달 중순에 이미 의료붕괴에 봉착해있는 퀘벡은 8월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 환자 입원수가 하루 2천 명이 넘기 시작했고, 온타리오주 역시 입원자수가 1,629명으로 증가, 지난 5월4일 1,698명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도 코로나 확진자수가 수용범위를 넘어서서 의료붕괴를 염려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어린이 약과 진통제 해열제에 이어 최근에는 항생제 공급물량이 적어서 의료행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더니 오늘은 또 안약과 알러지약을 살 수 없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성인용 기침감기약은 품절상태이고, 항생제 등도 재고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도 바닥이 났고, 대체의약품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노바스코샤주의 약사 팸 케네디씨는 처방약품의 30%가 물량확보하지 못해서 제때 약을 내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코로나-19로부터 놓여나 해이해지기 쉽다. 마스크 착용규정까지 해제되어서 더욱 그렇다. 가정하고 싶지 않지만 바이러스가 또 무슨 변수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다소 약화되긴 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그들의 전략대로 기운을 약화시켰을 뿐, 여전히 감염확진자 숫자는 늘어나고 있고, 여전히 사망자도 이어지고 있다. 걸렸을 경우 앓는 증상이 감기몸살 정도로 가벼워졌고,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낮아졌을 뿐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때마침 감기, 독감, 식중독 등이 성행하는 겨울이 되었는데 약국에 약이 떨어졌다. 2차 병원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니 안도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과의 국경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필요한 약을 미국에 건너가서 사오기도 한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웬만한 통증이나 고통을 참아가면서 전전긍긍할 뿐이다.
보건당국이 애를 쓰고 있긴 하지만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고 만다. 이 난국을 하루속히 해결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들 또한 사태가 수습되기까지 당국만 바라보지 말고 우리 스스로가 더욱 철저히 위생과 방역에 만전을 기해서 나와 내 가정의 건강을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권천학
시인·한국시조진흥회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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