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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들 놀리듯... 시시각각 바뀌는 다나까의 동선
의열단 창단과 구국투쟁 <18>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04 2022 07:32 PM
상해 황포탄(黃浦灘) 사건 <2> 사격술에 자신감 "단 한방에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그럴듯한 안이다. 모두들 흐뭇한 생각으로 묵묵히 있는 데 김익상이 새로운 주장을 하였다. 제가 상해를 맡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종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내가 상해를 맡을 테니 오성륜 동지는 천진으로 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들 양보를 하지 않고 승강이를 하다가 결국 약산의 안을 따르기로 했다. 이리하여 그날로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다나까의 얼굴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신문에 난 사진을 오려서 서로들 돌려가며 얼굴을 익혔다.
▲ 황포탄 부두의 전경. 작은 사진은 일본 육군대장 다나까 기이치.
복장은 무엇을 입나, 무기는 무엇을 쓰나, 며칠간을 두고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하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온다는 날짜와 다니는 노정만 확인되면 남경으로, 천진으 로 미리 떠날 계획이었다. 여비까지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다나까가 오기는 오는데 3월 26일 오 전 11시에 상해에 왔다가 남경·천진·북경은 들르지 않고 곧장 일본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동지들은 다시 모였 다. 또 옥신각신 말이 많다가 결국 순서는 그대로 하기로 하고 거사 장소만을 변경하였다. 오성륜은 배에서 내려 부두로 걸어나올 때, 김익상은 부두에서 나와 자동차에 오르 려 할 때, 그리고 이종암은 격려의 의미로 따라갔다가 적당한 기회를 봐서 거사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작 다나까가 오는 그날 아침에 또 약간 계획 이 달라졌다고 보도되었다. 부두로 오지 않고 배가 세관 마두(媽頭) 잔교(棧橋)에 와 닿는다는 것이다. 실망할 것 까지는 아니지만 마두 잔교는 길이 좁고 하역부들이 많아 복잡한 곳이다. 잘하면 좋을 수도 있지만 너무 복잡해서 어려운 점이 많으리라 예상되는 곳이다. 그러나 저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날 세 사람은 제각기 나름대로 변장을 하고 무기를 감추어가지고 현장에 나갔다. 많은 환영객들 이 잔교 근처에 도열해 섰다. 상해 주재 후나쓰(船津) 일본총영사 이하 수십 명 일본인 고관과 육해군 장병은 물론 상해 주재 외국 사신들도 많이 나왔다.
그러지 않아도 부두는 많은 군중이 모여드는 곳이다. 국제도시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을 만큼 평소에도 중국인·조선인·서양인·인도인·일본인 등 여러 나라 사람이 혹 은 친척을 맞으러 혹은 친구를 영접하러 나오고 또 무수한 황포차(車)와 마차, 자동차로 혼잡은 이루 말할 수 없 었다. 이날은 특히 일본의 저명한 군인을 맞기 위해서 중 국의 대관, 각국 신문기자와 일본 거류민, 또 만일의 경계 를 위하여 무수한 기관원과 호위병, 순경과 헌병들이 곳곳에 늘어서 복잡한 속에 특히 경계가 엄하였다.
이때 오성륜·김익상·이종암 세 사람은 저마다 정한 자리에 서서 남몰래 몸에 지닌 권총과 폭탄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마침내 배와 부두 사이에 사다리가 걸쳐지고 승객들이 차례로 상륙하기 시작하였다.
제 일선을 맡은 오성륜은 사격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자신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단 한 방으로 다나까를 저세상에 보낼 것을 자신하며 눈도 깜짝 않고 사다리를 내려오 는 사람들을 일일이 지켜보고 있었다. 오성륜은 군중 틈에 끼여 서서 군복을 입은 그 얼굴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나까가 배에서 내려 성큼성큼 이리로 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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