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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탄은 엉뚱한 희생자에게... 준비한 폭탄도 모두 불발
의열단 창단과 구국투쟁 <19>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18 2022 06:46 PM
상해 황포탄(黃浦灘) 사건 <3> 운수대통한 다나까... 단원들은 가슴 치며 자책
도열해 섰던 사람들 중 몇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한다. 다나까는 손을 들어 경례를 받으며 미소의 얼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옳다. 이때다. 오성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감추었던 권총을 재빨리 꺼내어 군중 틈에서 다나까의 가슴을 향해 한 방 쏘았다. 땅! 또한 방 쏘았다. 땅! 분명히 두 방 다 다나까의 가슴에 맞은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오성륜의 착각이었다. 그 순간 뒤에서 빨리 걸어 나오던 어떤 영국 부인이 대신 맞았다.
오성륜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것저것 헤아리지 못하고 군중들 앞으로 뛰어나오며 두 손을 높이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때 큰 전신주 옆에 숨어 서서 보고 있던 김익상이 안타까와 "안 맞았다! 안 맞았어!" 하고 고함을 쳤다. 그러나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두 방의 총소리 때문에 다나까는 혼비백산했다. 더구나 자기 앞을 나가던 젊은 영국 부인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전후좌우에서 따라오던 환영객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덮어놓고 앞으로 뛰기만 했다. 다나까도 허리를 굽히고 자동차 있는 곳으로 달음박질쳤다.
이때다. 김익상이 권총으로 뛰어가는 다나까의 뒤통수에 대고 한 방을 쏘았다.
땅! 또 땅! 그러나 맞지 않았다.
모자에 구멍만 뚫렸다. 김익상은 다급해졌다. 적은 자 꾸 멀어졌다. 왼쪽 호주머니에 감추어 뒀던 폭탄을 꺼내어 전신주에다 힘껏 부딪쳐서 집어 던졌다.
그러나 그것도 불발이었다. 급한 나머지 안전장치를 떼 지 않고 던진 것이었다. 다나까는 영사관에서 대기시켜 놓고 있는 자동차에 허겁지겁 올라탔다. 좌우에서 시중하 던 졸도들이며 도열해 있던 경관들은 눈을 번쩍거리며 자 동차 주위로 몰려들었다.
한편으로 오성륜과 김익상을 잡으려고 경관들이 뛰는 바람에 영문도 모르는 군중들은 덩달아 뛰기도 하고 어찌 할 바를 몰라 야단법석이었다. 그때였다. 움직이는 자동 차를 향해 또 한 개의 폭탄이 군중틈에서 날아왔다. 이종암이 던진 것이다. 자동차 앞바퀴를 힘껏 때리고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터지지 않았다. 참 이상한 일이었 다. 틀림없이 터질 것인데 웬일인지 모르겠다. 이종암은 안타까웠다. 오성륜·김익상의 그 사격술과 완력과 기백을 너무 믿고 자기가 소홀히 했다는 것을 그 후에도 두고 두고 애석해했다. 공연히 여러 사람이 나서기만 하고 하나도 성사가 안 됐으니, 차라리 혼자서 조용히 했더라면 이런 실패는 없었을 것을...
▲ 의거가 일어났던 상해의 전경. 간신히 목숨을 건진 다나까(작은 사진)는 내빼듯 일본으로 돌아갔다.
여하튼 다나까란 녀석의 신수는 대통이었던 모양이었다. 오성륜의 그 탄환은 왜 젊은 영국부인이 대신 맞아주고 애석하게도 희생이 되었는가. 그 힘찬 김익상의 사격도 모자에만 구멍이 났을 뿐 면했고 김익상과 이종암의 폭탄은 왜 또 둘 다 불발되었던가, 의열단원들은 가슴을 치 며 안타까와했다. 우리의 계획이나 준비에 별 큰 차질이나 잘못은 없었는데 다나까를 왜 죽이지 못했을까. 미신의 말 같지만 다나까란 놈의 신수가 대통이었다고 할까. 문제는 폭탄에 있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달았다.
다나까가 탄 차는 쏜살같이 군중의 틈을 누비며 달아나 버렸다. 그 후 다나까는 상해 주재 일본 총영사 우메쓰 (梅津)의 관저로 가서 한숨을 돌리고 그날 밤 중국측 환영회에 잠깐 얼굴을 내밀고는 그 이튿날 아침에 부랴부랴 일본으로 돌아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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