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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줏대 없네
한국 설 - 음력 설 - 다시 중국 설로 표기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Jan 27 2023 03:34 PM
두 가지 실수, 네티즌 공격에 우왕좌왕 한인들 "우리가 나서서 교육시키자"
◆22일 영국박물관(대영박물관)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글. 'Chinese New Year'(중국 설)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페이스북 캡처
영국박물관이 설 명절을 '한국 음력 설'이라고 영문 표기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댓글 공격을 받고 '중국 설'이라고 정정했다. 이것이 정당한가.
한인사회의 공분을 사는 이 문제에 대해 토론토 한인들은 "이참에 비한인들의 의식전환을 위해 동포사회가 나서자"는 의견들을 보였다.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영국박물관은 설을 앞두고 20일 저녁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란 제목(설날 설맞이를 경축한다)으로 한국 전통공연 등의 행사를 가졌다. 홍보 문구에는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 설)'라고 썼다.
이에 대해 중국인들은 댓글 공격을 퍼부면서 "명성 높은 박물관이 한국의 중국문화 도용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중국문화를 도용했나? '도'자를 넣어 한국을 비난한 속좁은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 대국 답지않은 행동이다.
박물관은 이들 공격에 항복,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것 또한 중국인 공격에 못지 않게 부당하다.
박물관은 당시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했지만, 웹사이트 안내문에서 '한국 음력 설'이란 표현을 빼고 '음력 설' 기원에 관한 설명을 추가하는 등 수정에 나섰다. 그러더니 아예 '중국 설'이라고 명기한 새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와 관련, 전미현 요크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는 "네티즌들의 의견에 따라 움직인 것은 설을 기념하는 다른 나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대처였다"며 "다양한 민족과 그들의 문화를 두루 존중해 특정국가 이름이 빠진 포괄적 명칭 '음력설(Lunar New Year)'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27일 밝혔다.
문안나 한인미술가협회장은 "주최 측의 상식과 준비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며 "동양문화권에서 설을 지내는 나라들이 여럿이기 때문에 애초에 나라를 특정하지 않는 음력설로 표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또한 중국인들이 항의한다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중국설로 바꾼 것은 더 우스운 처사"라며 "앞으로 이같은 문화행사를 하려면 확실한 정보, 역사적 조사,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태도는 최근 전세계적인 흐름과는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종수 알고마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음력설이 사용돼야 한다. 다만 아시아 각국은 자신들의 국호를 가졌기 때문에 '한국설'을 구태여 주장할 필요도 없다"며 "토론토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해가 부족한 비한인들에게는 올바른 표현을 알려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정상담가 유동환씨는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 민족의 명절인데 왜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 하나"라며 "설날의 한글 발음대로 'Seollal'이라고 사용하고 비한인들에게도 이대로 알리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K팝 그룹인 방탄소년단 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에 'Seollal'이라고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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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