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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선진국, 행복은 후진국인 한국
권오율, 그리피스대학교 명예교수, SFU 경영대 겸임교수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Feb 21 2023 12:02 PM
여러 선각자가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고 주장했고, 이런 행복을 경제학적으로 추구해보려는 행복경제학이 1970년도에 시작되었다. 행복경제학은 계속 발전하여 2011년에 유엔(UN)은 행복이 사람들의 궁극적 목표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세계 모든 사람의 행복 증진을 위한 첫 과제로 각국의 행복 수준을 측정하고 세계 공통의 행복 요인을 찾아내어 매년 ‘세계 행복보고서’에 발표하고 있다.
2022년 세계 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행복 수준은 세계 150개국 중 59위로 후진국 수준이다. 세계 행복 보고서는 각국의 행복 수준을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요인이 개인 국민소득이라고 주장하였다.
한국은 1960년도 외국 원조 수혜자로 시작하여 오랫동안 후진국 또는 중진국으로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국이 아직도 후진국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선·후진국으로 분류하는 기준도 많고 분류하는 세계기관들도 많다. 개인소득에 중점을 두고 여러 세계기구들이 십여 년 전에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다가 2021년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경제력 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문화, 시민의식 등을 종합해서 한국을 31개밖에 안 되는 선진국으로 분류하였다. 한국은 UNCTAD가 1964년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으로 분류한 나라이며, 또 외국 원조 수혜국으로부터 공여국으로 전환된 유일한 나라이다.
각국의 물가와 생활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국민소득 자체로 각 나라의 생활수준을 비교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세계 행복보고서는 각국의 물가와 생활비용을 감안해서 산정하는 구매력평가 개인 국민소득을 행복요인으로 채택한다. 2022년 세계 행복보고서는 한국의 구매력평가 개인 국민소득이 53,000불로 세계 26위인 것으로 보고하였다. 캐나다는 58,000불로 세계 20위였고, 일본은 48,000불로 28위였다.
이렇게 명실공히 한국은 선진국이며 생활수준도 선진국 수준이다. 옛날부터 소득은 오복 중의 하나로 믿고 있는 한국인의 소득은 충분히 선진국 수준인데 왜 행복 수준은 세계에서 59위로 후진국 수준밖에 되지 못할까?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생활수준에 걸맞게 행복하게 살까?
1970녀도 초에 경제학자 이스털린은 소득이 증가하면 일시적으로 행복 수준이 올라가지만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이를 ‘소득과 행복의 역설’이라 명명했다. 이 같은 역설은 우리의 소득이 오른다 해도 남의 소득과 비교하여 상대적 소득이 오르지 않으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또 높은 새 소득에 곧 적응해버리고, 오른 소득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소득을 바라는 욕망 때문이다.
소득과 행복의 역설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교육제도와 교육문화가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낮게 하는 큰 원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15살 된 학생을 대상으로 독해, 수학, 과학 등 세 과목의 학업성취도를 매년 평가하여 국제학업성취평가(PISA)에 보고한다. 이 학업평가에서 한국 학생은 세 과목 다 상위 4-5위권에 속하는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학생들의 가정형편에 따라 그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크고 또 학교에서 성적순위를 알리기 때문에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많은 정신적 압력을 받는다.
이런 경쟁 과정에서 대개 학교와 학원을 하루 종일 오가는 한국 학생들의 57%만이 삶에 만족하다고 하여OECD 국가중 제일 낮은 편이다. 반대로 항시 불행하다고 느끼는 한국 학생의 비중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제일 높은 측에 속하는 11%인데, OECD 평균은 6%였다. 이렇게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에 불행한 청소년의 성격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행복은 전염되기 때문에 자녀가 불행하면 부모나 접촉하는 다른 사람들도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
어릴 때부터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문화에서 자라나는 한국 사람들은 소득이나 직장에서도 남보다 잘하려는 욕구가 높고 경쟁의식이 강한 것 같다. 이렇게 매사를 비교하고 경쟁하는 문화가 소득이 올라도 행복 수준이 증가하지 않은 원인 중의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또 이런 경쟁하는 문화라서 최근 한국노동자의 근로 시간은 연평균 1,915시간으로 OECD에서 다섯 번째로 높고 캐나다와 일본은 각각 1,685시간과 1,607시간이다. 이렇게 훨씬 더 많은 시간 일을 하여 소득은 증가했어도 가정생활을 희생하게 되고, 여가와 취미활동을 못 하면서 결국 지치게 된다. 이런 생활은 우울증과 불안감을 높여 정신질환 발병률이 2021년에 34%의 높은 수준이었는데, 캐나다가 14%에 불과했다. 한국의 높은 정신질환은 불행으로 이어가고, 선진국 중에서도 월등히 제일 높은 자살률을 갖게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소득은 빨리 증가했어도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 소득불균형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하나같이 한국의 소득 불균형이 OECD 국가 중 상위층에 속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소득불균형은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울 것 같다. 소득에 따라 자녀 교육이 불균형하여 세대 간 빈곤을 대물림한다. 또 임금이 재벌, 은행, 공기업과 중소기업 간 뿐 아니라 정규직과 임시직 간에도 차이가 크고, 이런 임금 불균등이 소득의 양극화로 연결된다. 이런 소득 불평등은 사회적 계층화, 불공정, 갈등 등을 야기하여 사회 전반적 신뢰를 떨어뜨린다. 사회적 신뢰가 낮으면 국민의 행복 수준이 낮아진다는 실증분석을 세계 행복보고서에도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구가 44%나 되어 경제문제에서 국민의 큰 관심사이자 불만의 요소가 집 문제인 것 같다. 게다가 집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높아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이견이 분분하고 아우성이 높아 국민을 불행으로 이끄는 것 같다.
자기 집 마련이 어려운 문제는 집값이 높은데 있지 않고 관련 제도와 정책적인 점에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집값과 소득의 비율은 105%로 OECD에서 낮은 수준이고, 집값과 임대하는 집세의 비율도 한국이 113%로 OECD에서 세 번째로 낮다.
한국에서 집을 살 때 담보대출의 의존도가 20%로 OECD 평균이나 캐나다보다 훨씬 낮다. 이것은 은행의 담보대출 요구사항이 까다롭고, 집을 담보로 대출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집 소유가 부유층에 집중되어 있다. 집을 두 채 가진 가정은 약 30%가 넘는데 이는 OECD에서 세 번째로 높다. 특히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새집이 약 5백만 채가 증가하였는데, 그중 반은 기존의 주택소유자가 샀고, 이런 가정의 84%은 소득상위 10%에 속했다. 즉 소득 상위 10%가 새집의 42%를 사서, 가구당 3.5채를 소유하게 되었다. 더구나 소득 상위 1% 가정은 가구당 7.0 채의 집을 갖고 있다.
이렇게 집 소유가 부유층에 편중되는 이유는 집을 투자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약 15년간 집값은 주식가격과 비슷하게 올랐고, 소비자물가보다 약 두 배가 올랐다. 이렇게 집 소유가 부유층에 편중되는 이유에 한국의 독특한 전세제가 한 몫을 한다. 전셋집 주인은 전세금이나 그것을 담보로 융자를 받아 집을 살 수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으로 재산세, 양도세, 상속세와 증여세가 있는데 전 세수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낮은 수준이고, 그중에 재산세가 낮아 세수의 2-3%밖에 되지 않고, 양도세 비중이 크다. 이런 부동산 세금제도는 부유층이 부동산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오래 갖고 있게 하고 시중의 공급을 줄여 집값을 높게 유지한다.
한국 사람은 무엇을 해야 선진국에 걸맞게 행복하게 살까? 무엇보다 정부가 소득양극화를 줄이고 주택문제를 개선해야 하겠다.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인격과 인간성 개발을 포함한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학생 스스로 잠재력을 발전시키고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선진국에 사는 교민사회에 시사하는 점도 많다. 기성세대는 자녀들이 살아갈 사회가 고국과 판이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백인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세심한 계획과 성실한 실천이 필요할 것 같다. 자녀의 학교 공부에만 연연하지 말고 이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 수 있게 좋은 인성을 포함한 전인교육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녀교육방법도 한국과 달라 부모가 매사에서 모범이 되면서 이끌어 주어야 한다. 행복의 중요한 요소인 좋은 인간관계를 백인사회에서 폭넓게 기르기 위하여 가정에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성세대는 스스로 인간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한 삶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은 성찰과 그에 따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권오율, SFU 경영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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