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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분명
윤치호 선집 우순소리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26 2023 10:45 PM
제22화 흑백 분명
삽화 Bewick
숯 장수가 그의 친구 마전장이를 보고 같이 살기를 청하자,
마전장이가 대답하기를, “노형의 정의는 고마우나 내 생업은 검은 것을 희게하고 노형의 생업은 흰 것을 검게하니, 우리는 따로 살아야 의가 상하지 않을 것 같소.”하더라.
*마전장이: 천을 볕에 쬐여 희게 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윤경남의 해석
친구와의 우정, 혹은 국가간의 교류는 영원히 지속되어야 하므로, 처음에 판단을 잘 해야한다는 교훈이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검은 까마귀는 흰 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조히 씻은 몸 더러힐까 하노라.”고, 검은 간신의 무리를 경계하라고 남긴 포은 정몽주의 시조가 떠 오른다.
윤치호의 생각
“노르웨이의 국가 변천사는 독립적인 삶을 향한 민족본능의 불굴의 끈기를 의지를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노르웨이는 칼마르(Kalmar) 조약의 결과로 1394년 덴마크에 병합되었고, 1814년까지 덴마크의 치하에 놓여 있었다. 그 뒤 노르웨이는 스웨덴에 양도되었다. 노르웨이는 스웨덴이 매우 관대하게 대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1905년에 독립국가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인은 조선병합에 대해 말할 때 일본인과 조선인이 같은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일본인과 조선인의 관계는 노르웨이인·스웨덴인·덴마크인 관계처럼 같지 않다. 조선인이 일본인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스칸디나비아 3국의 언어는 동일한 언어의 사투리일 뿐이다. 조선은 일본과 가까운 이웃이라고 하지만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지도를 보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얼마나 밀접하게 붙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관습·예절·의복에 비해 조선과 일본의 관습·예절·의복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노르웨이가 덴마크나 스웨덴에 병합되어 살 수 없었고, 또 그럴 의사도 없었다면, 즉 400년이 넘는 오랜 기간에 노르웨이인이 덴마크인화되지 않았다면, 조선인이 일본인화될 거라고 기대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1920년7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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