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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눈 덮힌 남산 넘어 도주했지만... 위기의 김상옥 의사
의열단 창단과 구국투쟁 <25>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05 2023 09:09 PM
김상옥 격전사건 <2> 여자친구 집에서 왜경들에 포위당해
종로경찰서 폭탄투척 사건으로 김상옥을 찾고 있던 왜경들이 김상옥이 서울에 잠입해 삼판 통 고봉근의 집에 은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집을 포위하고 그 망을 압축해 들어갔다. 출동한 경관은 14명이었다. 김상옥은 남대문역에 갔다와 잠이 들어 있었는데 깜짝 놀라서 깨어났다. 문틈으로 내다보니 경관들이 안뜨락까지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문을 열어 젖히고 권총으로 맨 앞에서 들어오는 한 놈을 쏘아 거꾸러뜨렸다. 그는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말았다.
▲ 김상옥 의사는 '쌍권총의 의열단원'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김상옥 열사의 상'. 국가보훈처 제공
종로서 형사 다무라(田村長七)라는 왜경이었다. 잇따라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역시 같은 종로서 이마세(今瀨太郞) 라는 경부놈과 동대문서 우메다(梅田)라는 경부놈에게 중 상을 입히고 맨발로 남산을 향해 달렸다. 사이또(齋藤實)를 노리고 남대문역에 갔다 온 직후의 일이니 바로 1월 17일이었고 종로서 투탄사건이 일어난 지 5일 만의 일이 었다.
김상옥은 눈 쌓인 남산을 넘어 왕십리로 빠져 안정사 (安靜寺)로 갔다. 가면서 적의 추격을 혼미시키기 위해 짚신을 거꾸로 신고 뛰었고, 안정사에 가서는 도박을 하다가 경관에게 쫓기는 사람이라고 속이고 아침밥을 얻어먹 었다. 그런 다음 전부터 교회관계로 잘 알고 지내던 여자친구 이혜수(李惠秀)의 집으로 찾아가 몸을 숨겼다. 그 집 은 동대문 안 효제동 73번지에 있었다.
남산에서 종적을 잃어버린 왜경들은 당황했다. 김상옥의 친구요 또 우편배달을 하고 있는 전우진의 뒤를 밟고 있다가 그가 이혜수의 집에 들어가서 오랜 시간 후에 나오는 것을 수상히 여기고 전우진을 연행, 구속하여 심한 고문을 가해 김상옥이 이혜수의 집에 은신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왜경들은 김상옥이 무서워 감히 접근하지 못하 고 또 사로잡기 위해 구수회의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김상옥은 동상한 발을 치료하느라고 고생을 하고 있었다. 눈속에 맨발로 남산을 넘었으니 얼 수밖에 없었다. 방을 뜨뜻이 한 것이 잘못이었다. 동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래서 이혜수의 친구 간호원 고(高)모양이 자기가 근무하는 총독부병원에서 약을 가져다 정성껏 치료해주었다.
그런데 1월 22일 새벽에 왜경들은 우마노(馬野)·경찰부 장 후지모(藤本) 보안과장 지휘하에 무장경관 4백여 명 (일설에는 천 명이라고도 함)을 동원하여 효제동 일대를 포위하고 동대문서 구리다(栗田淸造)경부가 앞장서서 앞마당 으로 들어와 김상옥이 숨어 있는 방문을 열라고 소리쳤다. 그집 식구들이 놀라 문틈으로 내다보니 경찰이 까맣게 포위하고 있었으므로 벌벌 떨면서 겁에 질려 아무도 열어줄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이때 구리다가 “네 집 식구들을 몰살시키든지 폭탄으로 네 집을 박살내든지 하겠다"고 위협했다. 문간방에 자던 이혜수의 여동생 이순로(李順老, 24세, 한강공립보통학교 교사) 가 제발 폭파만은 하지 말라고 애원했다.
이혜수의 어머니 고성녀(高姓女)도 떨고만 있었는데 마침내 열한살 난 막내딸 이요안이 김상옥이 있는 방문을 활 짝 열어젖혔다. 김상옥은 방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방문이 열리자 권총으로 제일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서 있는 구리다 경부를 쏘아 넘어뜨렸다. 구리다는 중상을 입었다. 김상옥은 다락의 미닫이를 발로 차고 뛰쳐나가 이웃집으로 들어가 이불을 좀 달라고 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끝까지 싸워 한놈이라도 더 죽이고 죽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러나 그 집에서는 겁이 나서 이불을 주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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