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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이재록의 기막힌 '가스라이팅'
사회적 고립·공동체 생활로 세뇌시켜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Mar 11 2023 11:53 AM
"나와 성관계는 구원의 길이요 특별은총"
성폭력 피해자 메이플씨가 정명석에게 성폭행 당한 당시를 고통스럽게 회상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상 캡처)
사이비 또는 이단으로 불리는 기독교 교단의 실태를 폭로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방영은 공분을 일으킨다.
특히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78)씨나 만민중앙성결교회(만민중앙교회) 이재록(80) 목사의 성범죄 행각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비판이 커졌다.
정 교주는 2003~2006년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등에서 한국인 여신도 4명을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 대법원은 2009년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그는 1999년부터 수사기관 내사를 받던 중 2001년 해외로 도피했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범죄인 인도 청구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됐다.
정 교주는 2018년 2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전자발찌를 차고 나온 직후부터 2021년 9월까지 복음선교회 본산으로 불리는 충남 금산군 소재 수련원 등에서 홍콩국적 신도를 강제추행하거나 '준 강간'하고, 2018년 7월부터 5개월 동안 5회에 걸쳐 같은 수련원에서 호주국적 신도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이재록 목사(사진 위)는 만민중앙교회 신도 9명을 40여 차례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2019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다만 지난 1월 뇌종양 제거 수술을 위해 형집행정지 처분으로 석방됐다. 그는 건강이 악화, 형 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했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이들이 어떻게 이런 범행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스스로를 ‘메시아’나 ‘재림 예수’(정씨), ‘주인님’이나 ‘하나님의 아들’(이 목사) 등 종교적으로 절대 권능을 지닌 존재라고 자처한 것부터가 용납이 불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범죄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은 정 교주나 이 목사 등이 이단의 종교적 신념을 이용한 일종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통해 이런 범행이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통제력이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심리적 지배 또는 간단히 ‘세뇌’라고도 한다.
특히, 사이비 종교는 신앙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범죄 유형이다. ①취미 등을 빌미로 접근해 친밀한 관계를 맺은 뒤 ②성경 공부를 하자며 자신들의 교리로 이끌어 맹목적인 신앙에 빠져들게 한다. 이 과정에서 종교적 가치를 주입하는 동시에, 이를 따르지 않으면 현실에서든 ‘저 세상’에서든 구원을 얻지 못한다는 등 공포를 유발한다.
③가족이나 친구 등 사회적 관계를 서서히 끊게 만든다.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움의 손길을 차단하는 것이다.
④신도들만으로 특정 지역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도록 유도한다.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공간이다. ⑤피해자들은 결국 절대적 권능을 지닌 것으로 믿는 가해자의 금전적·성적 요구를 거부감 없이 따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한 장면.
전문가들이 짚은 패턴은 검찰이 수사한 내용이나 법원 판단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2000년 6월 친구 소개로 JMS에 가입한 뒤 이들의 주요 교리인 ‘30개론’을 배우며 정씨를 ‘메시아’로 믿게 됐다. 30개론은 정씨가 1980년대부터 통일교 원리강론 교리를 요약·인용해 만든 성경에 대한 재해석론이다. 정씨의 영문 이니셜인 JMS는 정씨가 처음 만든 ‘예수교 대한감리회’의 세칭 ‘Jesus Morning Star’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정씨는 이 단체의 교주 또는 총재, ‘선생님’으로 불리며, 자신이 “하나님이 보낸 재림예수이고, 사람을 축복하거나 저주할 수 있으며 만병을 낫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다녔다. 또, “메시아인 정씨의 사랑은 아무나 받지 못하는 선택된 행위” “하나님이 나(정씨)에게 세상의 모든 여자를 허락했다” “예수님이 나의 몸을 통해 기뻐하신다” “나를 거역하면 큰일이 난다”는 취지로 세뇌했다.
A씨는 “영적으로 힘들고 급한 상태인 당신을 정씨가 부른다”며 “이런 얘기를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마련한 어학연수 비용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정씨의 추종자들과 함께 생활하던 A씨는 다른 여신도들과 함께 면담 도중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A씨는 정씨가 예수님을 대신해 세속을 구원할 종교적 메시아로 정씨를 거부하거나 의심하면 저주받고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고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에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또, 해외여행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여섯 살 때부터 만민중앙교회에 다닌 B 여인은 복통을 앓았을 때나 고등학생 시절 며칠간 계속된 코피가 이 목사의 기도 녹음을 듣고 낫는 경험을 통해 이 목사를 삼위일체 중 성령의 위치에 있다고 믿었다.
이 목사는 B씨에게 가끔 전화를 통해 이 목사가 선택받은 대단한 존재로 여기게 만들었고, 목사를 ‘주인님’이라 부르라고 유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놀라고 당황했지만 목사와의 성관계가 신앙적으로 유익하고, 이 목사가 자신을 특별히 선택해 ‘새 예루살렘’으로 인도하기 위한 행위라고 믿었다.
만민교회의 교리는 미혼인 상태에서 성관계를 갖는 것은 사망에 이르게 된다며 금기시했지만, 이 목사 와의 행위는 영광스럽게 생각하도록 세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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