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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의 하우스 이야기
409. 역이민을 가야할까?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Mar 17 2023 07:17 AM
우선 경제상황부터 살펴봐야 한국 노후생활 만만치 않아 부동산 시세 등 따져볼 것
◆한국에서 노후를 보내려면 캐나다보다 훨씬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
이민 1세들이 성공적으로 자녀들의 교육을 마치고 결혼도 시킨 후 은퇴를 생각할 즈음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귀소본능이 작용하여 역이민을 가거나 고려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역이민을 가려고 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떠나기 전 어떤 사항을 고려해야 할지 한 번 살펴보겠다.
첫 번째, 어디에 정착해야 할까? 몇년 전 역이민을 준비하면서 상담을 한 고객이 있었는데 그 분은 이곳 토론토에 콘도가 3채 있고 수백만 달러가 넘는 주택도 있어 일부 부동산을 매각한 자금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가면 원하는 곳 어디서나 정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65세 이후는 복수국적 취득 후에 한국의 세법에 적용받게 돼 오히려 한국과 캐나다의 부동산까지도 어떤 영향을 받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의 집이나 콘도를 팔아도 그리 넉넉한 재산이 아니라면 한국에 돌아가도 비싼 한국 부동산 가격 때문에 서울의 변두리나 지방 소도시에 정착해야 할텐데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야 저렴하겠지만 향후에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고향땅 어디라도 마음만 편하면 괜찮다고 여기겠지만 막상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소외되는 한적한 소도시에서 한가롭게 정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두 번째,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할까? 한국에서 베이비부머들의 일자리는 찾기 힘들다. 베이비부머들이 매년 수만명씩 정년퇴직을 하고 있고 또 조기은퇴로 수많은 사람들이 개인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이나 지방 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20미터 갈 때마다 편의점, 커피점, 식당, 치맥호프집이 즐비하다. 필자가 최근 한국에 들어갔을 때 만나본 지인이나 친지들 10명 중 8명꼴로 모두 3년 안에 사업을 접고 나왔다. 정말로 특별하지 않으면 도저히 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나 미국에서 제빵이나 요리를 배우고 최고 장인의 경험을 살려 맛으로 승부를 냈거나 아니면 평생 한 분야에서 반열에 오른 맛집이 아니고서야 2~3년 버티기 힘들다. 그밖에도 직장을 퇴직한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자격증을 취득해 기술 서비스 업종에 들어가 일을 해보지만 급여가 너무 낮고 연공 서열이 너무나도 확실한 한국 사회에서 20년 어린 보스의 명령을 받고 일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캐나다에서는 20년 젊은 보스의 이름을 편히 부르면서 서로 작은 문제가 있더라도 뒤끝은 거의 없다. 인종, 성별, 나이를 문제 삼지 않기에 나의 실력과 건강만 허락한다면 80대까지도 내 분야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거의 이런 문화가 없다. 베이비부머세대가 역이민 후에도 직장을 다니거나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면 기회와 문화 차이 면에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다음에 거론할 노인 빈곤 문제가 위에서 언급한 한국 사회의 특수한 구조적인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최고인 국가다.
유튜브나 드라마에선 고국의 삶이 행복해 보인다. 한국에서 공직이나 기업에서 은퇴하고 노후 생활을 즐기는 것을 보면 캐나다의 지루한 삶보다 더 재미있어 보이고 시골 농장을 취미로 운영하거나 친구와의 모임, 특히 의료시설의 이용이 캐나다보다 빠르고 정확해 노후 생활에 중요한 지원을 해준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 외국어 능력이 떨어지고 음식이 까다로워져서 캐나다의 복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말이 통하는 고국에서, 또 그 땅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실제 생활은 경제적 여유와 독립이 제일 중요하다. 한국 노인 빈곤층이 선진국 중 40%대로 최고로 높은 캐나다의 12% 대의 3배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최저 생계비로 살고 있음을 말한다. 실제 한국 노인들의 삶은 캐나다보다 훨씬 어렵다. 노인 연금이 가구당 월 30만원대를 지급하니 소도시의 아파트라도 관리비 내기도 부족하다. 복지 천국 캐나다에서 20년 이상 살았으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캐나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기에 개인별 최대 월 120만원대는 받을 수 있겠지만 캐나다보다 한국의 노년 생활이 더욱 더 경제적 여유를 필요로 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역이민을 고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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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