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양심'이라던 지식인의 위선

◆한때 '시대의 양심'으로 불렸던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가 성범죄자에게 재정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져 실망을 주고 있다. 

'진보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미국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가 과거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재정 조언'을 구하는 등 친분을 쌓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생전 10대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인물로, 2019년 8월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17일 월스트릿저널은 촘스키 교수가 2018년 엡스타인과 관련된 계좌에서 27만 달러를 이체받았다고 보도했다. 촘스키 교수는 이 금액을 엡스타인 측 계좌를 통해 송금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계좌에 있던 내 돈을 또 다른 계좌로 이체한 것일 뿐, 엡스타인으로부터 받은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저널에 따르면 촘스키 교수는 자신의 계좌에 있던 돈이 엡스타인 계좌를 거쳐 이동한 이유에 대해 "15년 전 나의 첫 번째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공동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엡스타인한테서 '기술적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재정 문제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다가 엡스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다만 수수료를 지불하는 등 법적 계약 관계를 맺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배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 한때 '시대의 양심'으로까지 불린 촘스키 교수가 성범죄자인 엡스타인과 재정 관련 조언을 구할 정도의 친분을 쌓은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엡스타인은 1990년대부터 10대 소녀들을 꾀어 여러 차례의 성범죄를 저질렀던 인물이다. 2006년에도 14세 소녀에게 성적 학대를 가한 혐의로 기소돼 1년 이상 복역했다.

결국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그와 교유를 나눴다는 얘기다. 촘스키 교수는 이와 관련한 저널의 질문에 "이 문제는 다른 사람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개인사"라며 "엡스타인을 알았고, 가끔 만났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