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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의 충고
윤치호 선집 우순소리 <45>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21 2023 09:32 AM
제45화 제비의 충고
제비가 세계유람을 널리하여 지식이 출중한지라. 하루는 농부가 노끈 꼬는 삼씨를 심는 것을 보고 생각해보니, 그 삼이 자라면 노끈이 되어 그물을 떠서 들에 있는 새들이 많이 잡힐터이라. 제비가 그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러 새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되, “저 삼이 자라면 우리 동포에게 큰 해가 될터이니 우리 가서 삼씨를 낱낱이 다 집어먹어 후환을 없이하자.”하고, 지성으로 권하자, 여러 새들이 웃으며 혹은 말하되, “맛 없는 삼씨 먹느니 다른 곡식을 먹지.”하고, 혹은, “아무리 하기로 나야 잡힐까?”하고, 혹은, “오활한(迂闊:실정에어두운) 소리 마라. 그런 짓 않고도 우리는 사천 년이나 잘 살았다.”하고, 혹은, “애고, 나는 늙었으니 설마 내 생전에야 어떻겠나?”하고 제비 말을 듣지 않더니 미구에 삼씨가 자라서 싹이 파릇파릇 나는지라. 제비가 다시 새들에게 연설하여, “아직도 늦지 않으니, 어린 싹을 모두 먹어버리자.” 하되, 새들이 듣지않고 도리어 제비더러 ‘미쳤다.’하며, ‘물정을 모른다.’하며, ‘역적을 모의한다.’하며, 몽둥이로 때려 쫓아서 새 종중에 들지 못하게 하였더니 몇 달후에 그 삼이 무성하매 농부가 거두어 껍질을 벗겨 노끈을 꼬아 새그물을 떠서 새를 수없이 잡아 없이하니, 그제야 새들이 제비의 충고를 생각하고 듣지아니한 일을 후회하더라.
후회도 않는 사람 보다는 낫다. 삽화 Milo Winter
윤경남의 해석
윤치호가 청년들을 교육시켜도 알아듣지못한 경우와 정부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결국 을사늑약에 이른 일 등을 빗댄 우화이다. 악의 씨앗을 파괴하지 않으면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교훈. ‘넒은 들에 익은 곡식’(마태복음9:37)도 제때 창고에 거둬들여야 추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치호의 생각
“송도는 남감리교 감독교회를 위한 본부 내지 동력원이 되어야 하고 감리교 감독 선교단에 전념해야 한다. 남감리교선교단의 모든 길은 송도로 향해야 한다. 이 도시는 조선에서의 전략적 거점이고 전망이 밝다. 게다가 송도는 다른 선교단의 암묵적 동의를 통해 남감리교선교단에 주어진 도시다. 만약 남감리교 감독 선교단이 분산 정책을 통해 시간과 힘을 차츰차츰 까먹으면서 송도 사업의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게 만든다면, 선교단은 자신은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남들이 쓰지 못하게 만드는 심술쟁이 노릇을 하는 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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