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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의 지각(知覺)
윤치호 선집 우순소리 <46>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29 2023 08:46 AM
제46화 종달새의 지각(知覺)
삽화Milo Winter
종달새가 수수밭에 새끼를 두었는데, 날개가 나기 전에 일꾼들이 와서 수수를 베러 올까 염려하여 막을 것을 구하려 나갈 때마다 새끼들에게 당부하여 밭 임자가 오거든 무슨말 하나 자세히 들어두라 하고 나갔다. 하루는 어미가 집에 돌아온즉 새끼들이 무서워 벌벌떨며,
“어머니, 어머니, 큰일 났소. 아까 밭 임자가 그 아들더러 내일은 동네사람들을 청하여 수수를 베이라고 하니, 오늘 밤이라도 곧 이사합시다.” 하거늘,
어미새가 웃으며, “걱정말고 잠이나 자거라. 동네사람을 청하려면 내일은 일 못한다.”하고, 그 이튿날 어미새가 또 여전히 나갔더니, 밭 임자가 일찌기 밭에 와서 동네 사람을 기다려도 오지않더라.
그가 아들더러 말하기를, “이것 보아라. 동네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 내일은 우리 일가 사람들을 좀 청하여 일 좀하여달라고 하자.” 하고 가거늘, 저녁에 새새끼들이 그 어미를 보고 밭임자가 하던말을 다하고 밤으로 떠나자고 조르자, 어미새가 태연히 저녁을 먹으며 하는 말이,
“일가도 쓸데 없느니라. 아무 염려말고 내일 또 밭 임자의 말이나 잘 들어두어라.”하고, 그 이튿날 또 벌이하러 나갔더니 밭임자 부자가 와서 종일 기다려도 일가사람 하나도 오지 않는지라. 밭임자가 분하여 아들더러 이르되,
“동네 친구도 쓸데없고 일가 사람도 믿을 수없으니 내일은 낫 둘만 잘 갈아가지고 나하고 너하고 둘이 이수수를 베여버리자.”하거늘, 어미새가 돌아와 그 말을 듣고, “어린 것들아, 인제 우리가 이 밭을 떠나야 살겠구나. 누구던지 제 일을 제가 하려들면 다 되나니라.” 하고, 다음날 날이 밝자 일찌기 다른 밭으로 이사하였더니, 과연 그날 밭임자 부자가 수수를 다 베이더라.
네 일을 잘 하려면 네가 하고, 잘 못하겠거든 그때 남을 시켜라.
윤경남의 해석
“스스로 돕는자는 하늘이 돕는다.”는 격언이다.
“과학기술 발전에 보통사람들이 관심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여 볼 수 있지만, 우선 인간에게 공통된 몇 가지 욕구와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사람이 먹고 입고 자고 등 최소한의 생존 단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예술, 문학, 과학 등을 통한 미의 추구와 고급도구의 사용에 의한 생활수준의 향상에 관심을 갖게 되는 단계가 온다. 그 중에도 과학과 같이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거나 기술과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창출하는 분야에서 남에게 뒤지기 싫어하는 것은 문명인의 기본적 자격요건이라 할 수있을 것이다…(윤창구 수필집[뱀의 발] p.134)
윤치호의 생각
“애국심만 있으면 흉악범들도 면제된다는 잘못된 사조가 있다. 경제,도덕적 독립과 자기신뢰가 없으면 정치적 독립은 쓸모 없을 것이다.
조선사람들은 애국심이 수많은 범죄의 면죄부라도 되는 듯이 생각하고 행동한다. 결국 모든 애국심은 확대된 이기심이다. 다른 덕목들처럼 애국심이란 것도 오용될 수 있다. 애국심의 목적이나 정수라 할 수 있는, 국민의 참된 행복을 깨뜨릴 수도 있다. 조선인에게는 단순한 정치적 독립보다는 경제적 도덕적 독립과 자기 신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경제적 도덕적 독립과 자기 신뢰가 없다면, 정치적 독립은 사실상 쓸모없을 것이다.”- 1920년4.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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