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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사고방식에 장애는 없다
김한나씨, 휠체어 타고 독립인생 즐겨
- 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
- Nov 14 2023 04:15 PM
8년 전 교통사고로 중상...하반신 마비 가족·친구 도움에 절망의 터널 벗어나

◆지난 4일 성인장애인공동체 26주년 기념행사에서 김한나(왼쪽)씨가 유홍선 사무장과 공동사회를 맡고 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를 아시는 분도 계시고,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오늘은 저를 소개하려고 해요. 제 이름은 김한나입니다. 34살이며, 한국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 2학년때 캐나다로 가족과 이민왔습니다. 현재 아버지와 동생은 한국에서 일하고, 저는 대장금팀(성인장애인공동체 식사봉사팀)에서 봉사하시는 엄마와 함께 캐나다에서 지냅니다."
교통사고 후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김한나씨는 성인장애인공동체(11일자 A3면)의 '우리들의 이야기' 이벤트에서 이렇게 서두를 꺼냈다.
한나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특별한 스토리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그의 삶에 분명한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되었다. 그는 8년 전인 2015년 3월4일, 토론토 세네카칼리지 간호학과 3학기차 때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등 대기중에 사고를 당했다.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뿐이다.
사고 당시 2대의 차가 충돌하면서 직진하던 차가 횡단보도에 있던 한나씨를 덮쳤다. 그의 기억은 단편적인 것뿐 타임라인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4개월 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다시는 자신의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는 손도 움직이지 못했다.
어머니가 그의 손을 꼭 잡고 하반신 마비라는 말을 어렵게 전했다. 그는 담담한 척 받아들였지만 혼자만의 시간에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때의 충격은 형용할 길이 없다. 두 다리를 못쓰다니. 더 이상 학교를 갈 수 없고, 친구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족과 여행을 가는 등 누구나 누리는 일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 돼버렸다.
심각하게 다친 그는 수차례 수술을 받았다. 머리를 절개해 무너진 광대뼈와 턱뼈를 나사로 고정했다. 뒷목뼈가 부러져 볼트로 조였고 치아 역시 복원했다. 부러진 다리뼈에는 철심을 넣었다. 뿐만 아니라 으스러진 골반을 복원하고 부러진 뼈에 찔린 방광 부분도 수술했다. 오른쪽 허벅지에 피부와 지방이 괴사해서 왼쪽 허벅지 피부를 떼어 이식도 했다.
이 모든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으나 또 한가지 위중한 난제가 남았다. 대동맥이 파열돼 심장수술이 시급했다.
의료진은 만신창이가 된 한나씨가 조금이라도 회복된 후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사고 때의 엄청난 충격으로 등뼈(흉추) 5번 신경이 손상되어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이 역할을 못하게 됐다. 이런 수술들을 25세의 꽃다운 한나씨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했다. 성대(聲帶)조차 망가져 말을 할 수 없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치열하게 사투하는 시간이었다.
밤마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들 때면, '이제 자고 일어나면 이 악몽에서 깨어날 거야. 내일 아침엔 내 방에서 깨겠지’ 하고 잠들었던 지독한 악몽의 날들이었다.
긴 병원생활을 하면서 근육이 다 빠져 재활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지옥이었다. 기도의 힘인가. 심장수술이 예정된 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심장이 자연치유됐다는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4개월, 일반병실에서 4개월, 총 8개월만에 드디어 퇴원했다.
퇴원은 완전한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와 동생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한나씨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이거 아세요? 8년이 지난 지금 혼자 살면서 학교도 졸업했고, 지난 4일 장애인공동체 창립 26주년 행사에는 사회도 맡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교회도 빠짐없이 나가요. 볼링도 치구요. 볼링팀에서 제가 홍일점이에요.“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가족과 친구들의 힘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외출하는 것을 무서워하던 한나씨를 집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은 친구들이었다. 집 앞 놀이터부터 시작해서 CNE도 가고, 토론토아일랜드도 가고 태양의 서커스도 가고, 한국에서 친구가 와서 함께 나이아가라폴, 오타와, 몬트리올, 퀘벡 여행도 했다.
무엇보다 친구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섰던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만하면 한나씨는 건강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한나씨는 부모님을 무척 존경한다. 그가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것은 평소 부모님의 생활교육 덕분이다. 그의 가정은 항상 밝은 분위기였다. 뜻밖의 사고로 깊은 절망에 빠졌지만 가족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현실을 수용하고 일상에 익숙해졌다. 이제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다. 한나씨의 중환자실 기억 중에는 잠에서 깨면 항상 그의 손을 잡고 기도해주던 친구들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그는 모태신앙으로 필그림교회에 출석한다.
그의 재활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처음에는 스케줄에 따라서 그냥 시키는대로 하던 재활이 생활하면서 점점 의지가 생겼다. 다리는 마비가 되었지만 휠체어를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상반신 힘을 기르는데 주안점을 두며 열심히 노력한다.
지난 9월부터는 학교 실습기간 동안 장애인공동체와 맺은 인연으로 재정·회계 등의 행정업무를 파트타임으로 한다. 그의 목표는 직업을 갖고 당당하게 독립적인 사회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그는 기도 가운데 ‘내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은 하나님의 뚯이다. 나를 통해서 내 모습을 보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을 도우라'는 하나님의 과제로 받아들였다. 앞으로 자신의 목표는 이 기도처럼 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겠지만 긍정적인 마인드가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열쇠라는 걸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고 싶어요”라며 밝은 목소리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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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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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제이 ( ladodgers10**@gmail.com )
Nov, 15, 11:15 AM Reply대단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