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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케팅, 코카콜라 전설의 시작
불경기 속 대중들 마음에 위로와 희망 전해
- 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
- Dec 19 2023 02:25 PM
감성 자극한 마케팅으로 기업 호감도 상승 브랜드 상징 색 '빨간색'과도 찰떡궁합
곱슬거리고 풍성한 흰 수염과 두꺼운 가죽 벨트가 있는 빨간 옷을 입은 통통한 몸매의 산타클로스는 오늘날 크리스마스의 상징 중 하나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산타클로스의 이미지가 대중화되는 데에는 코카콜라의 마케팅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카콜라를 만나기 전 산타클로스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산타클로스의 기원
산타클로스의 기원은 기원후 3세기 동로마 제국에서 활동한 주교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에서 시작됐다. 기독교 성직자였던 그는 어려운 이들과 어린이에게 많은 도움을 베풀었다고 알려졌다. 특히 그가 가난한 집안의 세 딸을 위해 밤중에 남몰래 창문으로 황금이 든 자루 세 개를 던져 결혼 지참금을 마련해준 일은 아주 유명하다. 이후 이 이야기가 시간이 지나 여러 형태로 변형되면서 굴뚝을 통해 선물을 전달했다는 전설로 발전했고, 이것이 현재 산타클로스가 굴뚝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온다는 속설의 기원이 됐다.
산타클로스의 기원으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 니콜라오, 니콜라, 니콜라오스, 리콜라우스라고도 한다. 위키피디아
12세기 초 프랑스 수녀들이 성 니콜라스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그의 축일인 12월 6일 하루 전날인 12월 5일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이 풍습은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됐고, 크리스마스와 연결되어 오늘날의 산타클로스 전통으로 발전된 것이다.
산타클로스의 다양한 모습
과거 산타는 세계 각지에서 군인을 돕는 작은 요정, 난쟁이, 노인, 의복을 입은 사람 등으로 다양하게 존재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산타클로스의 이미지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산타클로스가 지금의 모습과 유사하게 그려진다. 뉴욕 신학자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Clement Clarke Moore)는 '성 니콜라스의 방문(A Visit From St. Nocholas)'에서 여덟 마리의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를 묘사했다.
네스트의 그림이 게재된 1862년 할퍼스 크리스마스 호. 산타가 군인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위해 썰매를 타고 연합군 캠프에 도착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토마스 네스트(Thomas Nast)라는 미국의 만화가는 ‘할퍼스(Harper’s Weekly)’ 잡지에 풍성한 수염과 뚱뚱한 외양의 산타클로스의 삽화를 그렸다. 그의 그림 속 산타는 친근하고 행복을 주는 캐릭터로 표현됐다. 이어 미국의 유명한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Norman Rockwell)도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Saturday Evening Post)’ 표지에 산타클로스를 가족, 축하 등의 상징으로 묘사하면서, 산타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상기시키는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의 산타 마케팅
선드블롬이 그린 선물을 주러 왔다가 콜라를 몰래 마시는 산타의 모습. 아이에게 들켜 깜짝 놀라고 있다. 코카콜라
1930년 코카콜라가 홀리데이 시즌 광고 캠페인의 일환으로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당대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헤이든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이 그린 더욱 통통하고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미소 짓는 산타가 코카콜라의 광고에 등장하며 마침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습의 산타클로스가 탄생한다. 이후 코카콜라 산타클로스는 영화, 크리스마스카드, 각종 이벤트에 광고 모습 그대로 등장하면서 전 세계 산타의 표준이 된다.
1931년 코카콜라 광고. 상쾌한 휴식에 경의를 표한다는 뜻의 "My Hat's off to the pause that refreshes" 문구가 강조된다. 코카콜라
이렇게 코카콜라의 광고가 산타클로스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함과 동시에,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 브랜드의 전설적인 시작점이 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경제 대공황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코카콜라는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광고 속 산타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러 왔다가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키거나, 아이들의 간식을 뺏어 먹는 장난스러운 모습과 포근한 웃음을 가진 유쾌하고 친근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모두에게 사랑받게 된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 웃음을 나누는 날이다. 따뜻한 산타의 모습을 내세운 광고가 차가운 불경기 속 특별한 날을 맞이한 대중들의 마음에 위로와 기쁨 그리고 희망을 선물했던 것이다. 감성을 자극한 마케팅이 기업 호감도를 높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카콜라는 이 캐릭터로 당대 유명 잡지 등에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펼친다. 수십 년에 걸친 산타클로스 광고 캠페인은 매번 다른 스토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상징적인 색이라고 할 수 있는 빨간색, 콜라의 거품을 표현하는 하얀색과 활자체 등은 통일성 있게 유지된다. 컬러 마케팅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의 하나로 브랜드 정체성과 이미지 구축에도 용이하다.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제로, 코카콜라 라이트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빨간색 상표'는 1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빨간색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70%가 넘는 응답자가 코카콜라를 지목했다. 코카콜라 글로벌 디자인 총괄 부사장 제임스 서머빌(James Sommerville)은 코카콜라의 맛이 첫 번째 비밀 레시피라면, 레드는 두 번째 비밀 레시피라고도 말했다.
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코카콜라 폴라 베어 CF에는 저 먼 북극에서도 코카콜라를 마시며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북극곰의 모습과 함께 '언제나 코카콜라(Always Coca-Cola)'라는 슬로건이 사용됐다. 코카콜라
또한 산타클로스를 통해 코카콜라는 겨울철,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판매량을 증가시켜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음료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본래 청량음료는 여름에 더 많이 판매되는 경향이 있으나, 코카콜라는 이러한 관념을 뛰어넘어 추운 날씨에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산타 등장 2년 후 코카콜라의 새로운 마스코트 북극곰이 등장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난 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산타는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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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