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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환자, 병원 7군데 퇴짜 맞고 숨져
한국 의료대란에 '응급실 뺑뺑이' 사망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Feb 26 2024 09:11 AM
【서울】 대전에서 의식을 잃은 80대 여성 환자가 구급차에 탄 상황에서 25분간 7곳의 병원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헤매다 심정지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환자는 8번째로 연락이 닿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도착 10분 만에 숨졌다.
26일 대전소방본부와 한국일보 취재 등을 종합하면 지난 23일 낮 12시13분쯤 대전 대덕구 아파트에서 A(83·여)씨가 의식을 잃은 것을 방문간호사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의료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24일 서울의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 앞에 구급차가 주차돼있다. 연합뉴스 사진
신고 접수 7분 뒤인 낮 12시20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응급조치를 하고, 낮 12시27분에 A씨를 구급차로 옮겨 이송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현장의 구급대원과 119 구급센터에서 서둘러 진료 가능한 병원을 알아봤다. 그러나 연락한 7곳의 병원들은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을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구급차 탑승 25분 만인 낮 12시52분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오후 1시20분이 돼서야 대전지역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도착 10분 만인 오후 1시30분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오랫동안 암 치료를 받아온 환자로, 대전지역 대학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치료를 받다 가정 호스피스 치료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에게 심정지가 왔을 때 함께 구급차에 탑승한 유족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하지 말아달라고 구급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이 응급처치를 거부한 이유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신동민 한국교통대 응급구조학과 교수(한국응급구조학회장)는 “유족이 심폐소생술 거부 서류에 동의 서명을 하면 (응급처치를) 안 해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며 “보호자 통화까지 해서 동의를 받았다면 묵시적 동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자가 거부했는데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할 경우 나중에 사망하거나 갈비뼈 골절 등으로 경과가 나빠지면 송사에 휘말리거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119 구급대원도 “환자, 특히 고령의 환자를 이송할 때 보호자가 거부하면 심폐소생술을 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대전에선 A씨 사례와 같은 구급대 지연 이송이 잇따르고 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로 발생한 구급대 지연 이송은 23건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1시쯤 경련을 일으킨 40대 남성이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의료진 파업 등의 이유로 병원 8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한 탓에 37분이 지나서야 모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25일 오전 4시30분쯤에는 복통과 하혈 증상을 보인 외국인 여성 B씨가 전문의 부재 등의 사유로 14곳의 병원에서 응급진료를 거부해 3시간 만에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24일에는 혈뇨와 옆구리 통증, 고열 등 증세를 보인 70대 여성이 병원 12곳을 헤매다 자신의 차량으로 직접 서울 소재 병원까지 찾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도 현재까지 42건의 이송 지연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6건은 부산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못 찾아 다른 시도로 이송됐다. 최대 이송 지연 시간은 2시간가량이다. 지난 21일 오후 4시20분쯤 부산 부산진구에서 다리를 다친 70대 여성이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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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