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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레이션(Applation)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 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
- Apr 08 2024 12:45 PM
지금 한국에선 고물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과일값 인상이 물가 인상을 주도하는 중심이 되고, 사과가 단연 주연급 스타가 된 모양새를 빚고 있다. 물가(物價)는 당연히 경제 안정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고물가 현상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중의 하나로 각국이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애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나와 쓴웃음을 짓게 한다.
애플레이션이란 사과(apple)+인플레이션(inflation)에서 나온 신조어이다. 인플레이션은 누구나 다 아는 통화팽창(通貨膨脹) 즉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 늘어나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을 뜻하는 경제 용어이다. 물가가 일정 기간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오르는 현상, 혹은 화폐가치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라고도 설명하는가 하면, 한 국가의 재화(財貨)와 용역의 가격 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제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
미국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이 내용들을 뭉뚱그려 "인플레이션은, 생산량보다 통화량이 더 빠르게 증가할 때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화폐적 현상이다."라고 했다.
어떤 형식으로 설명하든 공통으로 통하는 말은 대체로 실물의 흐름에 비하여 통화가 과다하게 팽창하였거나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많을 경우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 여기서 팽창이란 1946년에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가 내놓은 우주론에서 사용한 단어로, 우주 자체의 중력에 의해서 일정 기간 팽창기를 거치고 나면 다시 수축기로 접어든다는 우주 팽창(cosmic expansion) 이론이다. 이 ‘우주 팽창’이란 말을 경제학에서 ‘화폐의 팽창’으로 차용했다.
우주의 흐름만이 아니라 경제의 흐름도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변해가는 시스템을 만들어간다. ‘정치는 생물과 같다’는 표현처럼 경제도 마찬가지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주론이든 경제론이든 간에 우리가 처해있는 시기가 시스템의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기간에 해당한다는 것은 우리의 힘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반갑잖은 시련기임은 분명하다.
인플레이션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물가상승(物價上昇)이다. 동시에 돈 가치가 떨어짐을 말한다. 돈 가치가 떨어지니 자연적으로 고물가가 따라온다. 반대말은 디플레이션(deflation, 물가하락)이다.
우리의 피부로 파고드는 현실적인 예를 들면, 사과 한 개에 캐나다 달러 $1이던 것이 $10을 주어야 살 수 있다면 10배 값이 오른 셈이 된다. 여기서 예로 든 것은 10배이지만, 한국에선 123%가 올랐다는 보도가 있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열두 배 이상으로 더 높다.
한 지인으로부터 한 개에 5천 원을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또 다른 지인은 ‘골드’라는 품종의 사과를 한 개에 7천 원에 샀다고 하면서, 한 번에 다 못 먹고 조각내어 아껴먹는다고까지 했다. 2024년 3월 중순경의 일이다.
사괏값이 이렇게 올랐다는 것은 단순히 돈 가치가 떨어진 것만이 아니라 사과가 귀해졌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금사과’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실감하는 또 다른 예는 환율이다. 2023년도 초반에 캐나다 돈 1$당(-->$1당) 한화 920원대 내외였다. 이때도 그 이전에 비하면 오른 상태였다. 한국 돈 원(圓)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런데 2024년 4월에 접어든 지금은 거의 1,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한국 돈의 가치가 그만큼 더 떨어졌다는 뜻이다.
고물가를 주도하며 ‘애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만들어 낸 사괏값이 귤, 배 등의 다른 과일로 대체(代替)되면서 덩달아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잠시 숨고르기를 거치면서 안정이 되어가는 추세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4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이 2.9%인 것으로 보면, 지금의 경제난국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바라건대, 애플레이션이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정부의 정책이 하루빨리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기만을 고대할 수밖에 없다. ☘
권천학 | 문화컨설턴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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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