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보수 정치인들은 왜 세상물정 모르나?
외우는 공부만 잘했던 헛똑똑이들 아닌가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May 02 2024 03:29 PM
손우익 (경북대 명예교수·토론토)
필자는 전에 ‘공부만 잘했던 헛똑똑이 너드(Nerd:범생이)엘리트는 정치하면 안된다”고 본란에서 주장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유감이다.
손우익(경북대 명예교수·토론토)
더구나 지난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1/3이 전과자 딱지를 가졌는데 이들이 다시 대거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떵떵거리며 큰소리 치는 정치판이 진행중이다.
명색이 법조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당이 도리어 범법자들에게 휘둘리는 나약하고 무능한 행태에 화가 치미는 것이 어찌 나 뿐이겠는가? 보수, 진보, 좌·우를 떠나 국회라는 곳이 어쩌다가 대통령도 쫓아내는 막강한 권력에 덧붙여 백여 가지도 넘는 특혜와 두둑한 월급도 모자라서 정치헌금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떼돈을 버는 곳이 되어버렸는가? 한국의 공직자들은 왜 유럽 선진국처럼 월급으로 만족하지 못하는가?
이렇게 타락적으로 전락한 것은 누구 책임인가?
범법자들에게 표를 던진 대다수는 젊은이들이 아닌가? 그들은 “여야 모두 썩은 판에 한때 공부 잘했고 사회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잘난체 하면서 젊은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관심이 없고, 선거 때만 읍소하는 보수당이 너무 싫어서 야당을 찍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니까 덜 부패한 정치인을 가려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잘 나가는 엘리트를 떨어뜨리는 것이 오히려 통쾌하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보수 참패의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는데, 그분의 성격이 어떠하길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싫어서 윤 대통령을 밀었던 보수층들은 이전에 “불통이고 뭐고 간에 정권만 교체되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라는 의견이었다. 보수층 인사들은 한동훈 현상을 보고 이번에도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모두 빗나갔다.
대학총장과 야당 국회의원을 지낸 필자의 지인이 내린 진단은 예리했다. "윤 대통령 성격은 그냥 불통이 아니고 아예 대화가 안 되는 독특한 성격이기 때문에 결국 보수당이 분열, 참패"를 예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취임 초부터 (1) 멀쩡한 청와대를 문닫고 용산으로 옮기는 일은 보통 성격으로는 꿈도 못꾸는 대역사인데, 눈 하나 깜짝 않고 해치웠다.
(2) 중국 눈치를 보고 볼썽 사나울 정도로 굽실거리는 문재인 정부의 굴종외교에 대한 반작용인 듯, 중국과의 경제관계에 치명적인 부작용 예측에도 불구하고 반 중국 정책으로 한·미.일 연합 축으로의 대전환을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다.
(3) 국가의 백년대계에 필수적인 연구개발비(R&D) 예산을 삭감하는 대실수를 하는가 하면,
(4) 그 잘난 경제 엘리트와 머리 맞대고 폭등하는 물가를 잡는 민생정책 대신 파 한 단 들고 “얼마냐? 라고 물었으니 표 떨어지는 소리가 진동했다.
(5) 범죄혐의자 이재명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은 개인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고 당과 지지국민의 대표자로 맞이한다는 인식이 없으니 오히려 야당을 똘똘 뭉치게 했다.
(6) 여당 대표를 졸개 다루듯 갈아치우며 정당을 대통령 명령대로 움직이라고 해서 보수당에 균열을 자초했다.
(7) 선거 후 야당과 협의해서 차근차근 해야할 의료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이것은 선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소위 ‘한동훈 신드롬’ 현상이 태풍 속의 찻잔에 불과했던 것도 용산의 불통 이미지가 한몫 거들었다. 또한 가당치도 않는 골수 좌파를 영입한 아마추어적 행보에 보수층은 화가 치솟았다.
선거전략은 유권자가 납득할만한 정책을 앞세워야 하는데, (1) 심각한 물가폭등을 잡는 조치, (2) 젊은층을 위한 부동산정책, (3) 자녀 양육보조 및 (4) 인구증가 정책은 실종되고 검사의 본능인지 범법자들을 때리는 일에만 몰두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더구나 당원들을 동원한 군중 착시현상이 있었다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선거에 지면 타인에게 책임을 씌우는 희생양(Scapegoat)을 찾는 것이 패자들의 행태지만 ‘서울 참패의 원인은 영남(대구.경북+부산.경남)’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사실인지. 서울 특히 젊은이들의 민심이 심각하다고 아우성인데 영남 정치인들은 당을 장악하고도 뭐하는지 이에 대한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하는 변명은 “낙동강 전선을 사수했기에 망정이지 그들이 아니었으면 보수 괴멸을 무엇으로 막았을 것인가?”이다.
그렇다 치자. 그런데 서울 엘리트들은 그 긴 시간 동안 민심을 살피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 허송세월 아닌가.
민심은 매일 발로 뛰며 사람들과 부딪쳐야 파악된다. 이런 기본자세보다 양지에서 신문, 방송, 언론플레이하고 특별위원회 같은 조직을 급조해서 확성기 잡고 고함치며 연예인처럼 쇼를 벌였다. 그렇다고 똑똑한 젊은층이 귀를 기울였을까.
보수 엘리트 정치인들은 세상 민심은 달달 외우는 공부로 성적만 좋으면 만사형통이 되는 것이 아니고, 냉혹한 진흙탕 세상이라는 현실감각 없이 뜬구름 잡듯 정치를 했다. 몇 년 후면 선거철은 다시 온다. 서로 싸우다가 대통령 레임덕을 앞당겨서 또 참패하면 야당에게 20년 의회 장기집권을 허용하는 그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