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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태평양 평화박물관 개관의 의미

한석현(본한인교회 원로목사·동북아재단 이사장)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May 30 2024 03:59 PM


헌석현.jpg

한석현 본한인교회 원로목사·동북아재단 이사장

 

50년 전 캐나다에 도착해서 12학년 학생으로 입학했다.

그 때 택한 과목 중 하나가 ‘세계 근대사(The Modern History of the World)’였다. 17세기 유럽의 이성주의 및 계몽주의 사조부터 시작해서 영국의 시민혁명, 미국 신대륙 발견, 산업혁명, 프랑스 대혁명, 제1차 세계대전, 러시아 혁명, 제2차 세계대전 등을 훑어 나가는 과목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교과서는 철저하게 유럽과 북미 중심이었다. 저는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 동양의 역사를 외면한 ‘세계사’ 공부를 귀중한 시간에 한 것이다.  그나마 책 마지막에 중국 공산주의 혁명을 조금 다루었기 때문에 다소 위안이 됐다.

다행히 이런 모순에 놀라 이곳서 자라나는 아시아계 자녀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교육하자는데 착안한 단체가 있다. 알파 에듀케이션(ALPHA Education: Ass’n for Learning and Preserving the History of WW II in Asia·아시아역사 교육재단)이다.  

저는 이 단체와 협력해서 캐나다 연방의회 결의문 통과를 위해 노력했다. 결의문은 2차대전 때의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 범죄’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1997년에 발족한 ‘알파’는 지난 27년 동안 캐나다 교육계가 아시아 역사를 교과과정에 포함시키도록 많은 노력을 쏟았다. 특히 아시아 역사가 포함된 교과서를 편찬해서 캐나다 학교들이 이를 부교재로 사용하게 했다. 매년 여러 차례의 교육 세미나, 교사 워크샵을 주최하여 아시아 역사를 교육계에 소개했다. 중고등학교 역사 선생들을 중국과 한국에 초청, 이들이 난징 대학살 현장을 직시하고 위안부 성노예 범죄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도록 주선했다. 이밖에 동양사학 전공 대학생들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 및 장학제도 뿐 아니라 동양인 인종차별 문제까지 심도있게 연구하는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

중국계 조셉 웡 의사를 대표자로 한 알파재단은 2015년 ‘아시아 태평양 평화박물관 건립’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매년 커뮤니티에서 모금해서 9년만에 박물관을 완공, 오는 8일(토) 드디어 개관식을 갖는다. 알파는 참 엄청난 공헌을 한 것이다.  

1775 Lawrence Avenue East/Pharmacy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14개의 전시관과 교육 시설을 갖추었다. ‘군부주의’ 전시관, ‘식민주의’ 전시관, ‘제국주의’ 전시관으로 시작되는 14개의 전시관은 ‘추모, 정의, 반추’ 전시관으로 끝을 맺는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사고하며 반추하라는 뜻이다.

박물관은 일본이 왜 제국주의 망상에 사로잡혔는가. 왜 일본 청년들을 세뇌하여 여러나라에서 끔직한 만행을 저질렀는지를 체험적으로 보여준다. 자녀나 부모 할 것 없이 누구든지 방문자들은 자연히 정의와 평화와 화해에 대한 열망을 얻게될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의 난징 대학살; 한국인들에게 범한 강제징용 및 성노예 범죄 뿐 아니라 3.1 만세 운동까지의 반제국주의 투쟁사를 심도있게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역사의 객관성 유지를 위해 동양 사학자들의 감수를 받았고 박물관이 편향적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알파의 또하나의 존경스런 점이다. 감사의 큰 박수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이미 토론토시 교육청에서 산하 모든 고등학교 10~12학년 학생들을 보내 역사를 배우도록 하는 계획이 나왔다. 이곳 우리의 자손들도 박물관에 가면 일제치하의 뼈아픈 역사를 배우게 될 것이다. 이것은 자녀들의 정체성과 자긍심 확립에도 좋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알파는 박물관 건립을 위해 1,200만 달러를 모금하고 기존 건물을 구입해서 증보수했다. 현재 부채는 없지만 박물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 운영과 교육을 위해 1천만 달러를 다시 모금한다.

토론토한인사회는 모금에 크게 협조하지 못했고 모금은 거의 모두 중국인사회서 이루어졌다. 그나마 김병권·김연백 선생 등과 소수의 동포교회들, 미국 북가주의 김진덕·정경식 재단의 기부가 있었고 알파의 핵심멤버 주디 조Judy Cho님의 헌신이 우리 동포의 면모를 조금 세웠다고 말할 수 있다. 주디씨는 지난 20여년 동안 무보수로 헌신했다. 그러나 “우리들의 역사박물관이다”라고 후손들에게 자신있게 말하기에는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    

개관식 다음날 9일(일) 모금 갈라디너(Gala Dinner)에 얼마나 많은 동포들이 참석할지 궁금하다.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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