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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과 진학안내
권천학 | 시인·K-문화사랑방 대표
- 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
- Jun 06 2024 11:13 AM
한인여성회의 행사에 다녀와서
며칠 전, 손자와 함께 오랜만의 외출을 했습니다. 한인여성회의 ‘우주과학 세미나와 입학 안내’ 행사였습니다. 제가 점찍은 것은 ‘우주과학’이라는 단어였고, 입학 안내라고 하니까, 요즘 12학년인 손자가 막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여러 가지 모색을 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도 했습니다.
저는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은 데다 특히 우주과학에 관한 관심도 높아서 늘 그런 쪽에 귀를 기울여왔습니다. 제가 어리고 젊은 시절에는 그런 분야에 관한 공부의 기회가 별로 없었고 저 스스로가 다른 공부에 치어 관심을 두지 못했지만, 세상을 살면서, 나이 들어가면서 학창 시절에 갖고 있던 생각과 관심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과목이나 분야들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고, 관심을 두게 되고, 그러다 보니 흥미를 갖게 되고, 여러 정보 채널을 통하여 짧은 상식이나 지식을 읽고, 듣고, 알고, 깨닫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세상에 사는구나! 감사한 마음을 갖곤 합니다. 그런 저에게 우주과학에 대한 전문가의 발표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커리큘럼이 짜여있는 그날 행사는 전문가와 실제 경험한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진로 결정에 대한 안내와 참고 사항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었고, 참석한 사람들은 주로 대학 진학을 앞둔 청소년들과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었습니다.
우주에 관한 좀 더 심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거니 기대했던 저로서는 첫 시간의 위성에 대한 강의 외에는 저와 별로 관계없는 내용이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주로 코앞에 대학 진학을 앞둔 12학년생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당장 당사자들에겐 중요한 일이겠구나 싶어 이해되었고, 그 덕분에 나와 동떨어진 세대들의 분위기를 맛보게 된 것이 즐겁기도 하고 신선한 경험이기도 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게다가 동행한 손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젊은 직원들이 척척 손발을 맞춰가며 안내에서부터 접수, 강의실 좌석에 앉기까지의 일이 순조롭고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김밥 한 줄과 물 한 병으로 마련한 간단 한 점심과 커피와 티 등, 행사가 끝날 때까지 도우미들의 빈틈없는 활동이 조용히 이어졌고, 점심시간에는 정보가 더 필요한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경험을 발표한 발표 학생들을 찾아 1:1형식으로 각자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하는 ‘네트워킹’ 시간을 곁들여 병행하기도 했습니다.
행사 시작의 들머리에서 무슨 무슨 축사니, 환영사니 하는 프로그램이 일절 없고, 단지 후원을 한 토론토 영사관의 권태한 부총영사가 나와서 짤막하게 행사에 대한 필요성과 기대를 말하는 것 외에는 일체의 다른 출연자가 없이 바로 본 강의로 들어갔고 시간이 엄수되었습니다. 그동안 몇몇 커뮤니티의 행사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한인여성회의 이번 행사에서 그동안의 경험과는 다른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저의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현실적인 내용의 행사, 구태의 모습에서 벗어난 행사 진행 등이 돋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과학에 관한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 외에는 군더더기 없는 진행이 좋았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느낀 것은 ‘세대 차이’였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발표 학생들의 진솔하고 솔직한 발표에서 서툴지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졌고. 도중에 생략하거나 언급하다가 말문이 막혀 어색해하는 부분에서도 청중들이 다 안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호응하고 있어서 청소년들끼리 통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이 저절로 감지되었습니다.
젊은이들만의 세계, 그들만의 분위기에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꼈습니다.
아하, 나는 구세대이구나!
제가 느끼는 세대 차이, 이것이 곧 ‘역 세대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성세대들이 곧잘 듣는 소위 ‘꼰대’를 면하려면 젊은 그들의 인식 세계를 공감해 줘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며, 기존의 인식만을 고집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기존의 생각을 바꾸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시대의 변화를 빨리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우침, 다소 어색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어렵거나 불쾌한 일은 아니지요. 그들은 곧 우리의 희망이며 미래니까요.
밝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어른 세대는 젊은 세대에 관한 공부를 하고, 젊은 세대는 어른 세대를 공부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말이나 생각만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춰 좀 더 선도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확장해 나가기를 바라는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 <13매>
<2024년 5월 30일>
권천학 | 문화컨설턴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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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