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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상록수’ 엄혹한 시절 한 줄기 빛
“노래로 투쟁한 한국의 밥 딜런”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5 2024 10:50 AM
문화예술계 김민기 추모 물결 황정민 “배우로 배워야 할 모든 것 배워” 학전 출신 배우들 대중문화 주축으로 빠듯한 극단 사정에도 배우들 ‘4대보험’ “원칙 지키는데 결벽증... 돈 멀리했던 분”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봉우리 같은 존재. 후배들에겐 아버지이자 스승 같았던 분.”
암 투병 끝에 별세한 김민기 학전 대표에 대해 가수 박학기가 지난 22일 한국일보에 전해온 말이다. 박학기는 “김 선배는 사회 부조리에 맞서 말이 아닌 ‘상록수’ ‘작은 연못’ 등의 노래로 투쟁한 ‘한국의 밥 딜런’”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민기 빈소. 학전 제공
박학기는1991년 고인이 설립한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의 올해 3월 폐관을 앞두고 마지막 공연 ‘학전 어게인’을 기획했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한국일보에 “역경과 성장으로 점철된 혼돈의 시대에 대한민국에 음악으로 청년 정신을 심어 준 김 선배께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고인의 서울대 후배인 그는 학전이 문을 닫기 직전인 지난 1월 “학전 정리에 쓰라”며 1억5,000만 원을 극장에 전달했다.
문화예술인들은 김 대표를 ‘아버지’이자 ‘스승’으로 불렀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음악감독인 작곡가 정재일은 콘서트 현장 등에서 김민기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표현했다.
올봄 전파를 탄 SBS TV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서 학전 출신 배우 이황의는 “허우적대다가 (고인에게) 구조당한 느낌”이라고 인연을 소개했다. 학전을 만들 때 김민기는 당시 관행을 깨고 모든 출연자, 스태프와 정식계약을 했다. 이황의는 “그때 극단에선 상상도 못 할 4대보험을 가입해 주셔서 은행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고인이 만든 학전의 배우 교육 시스템은 K팝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에 견줘도 될 만큼 체계적이었다. ‘천만 배우’ 황정민을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배우로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학전에서 배웠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 마지막 20회 무대에 선 배우 황정민은 “열정만 가득했던 20대 빨간 얼굴을 가진 아이에게 기본을 강조하신 김민기 선생님의 가르침은 짜증 나고 지겨운 일이었을 것”이라며 “그 교훈이 지금 배우 활동의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문화예술인 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가수 윤도현은 “김 선생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존경하는 음악가”라며 “학전도 선생님도 대학로도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썼다. 가수 이적은 김민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배우와 가수를 받쳐주는 ‘뒷것 인생’을 산 고인은 마지막 가는 길도 ‘뒷것’의 길을 택한 듯했다. 유족과 학전 측은 조의금과 조화를 사양했다.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서 문화평론가인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김민기는 마음먹고 돈을 벌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의 자기원칙, 결벽증 같은 부분 때문에 존경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소연·양승준 기자, 서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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