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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휘청거리는 나이키, 낙폭 무려 37%
아디다스에 ‘세계 최고’ 빼앗기나?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4 2024 11:12 AM
세계 최고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가 고전 중입니다. 2024년 5월 말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제로 성장에 그치면서 주가는 20%나 하락, 2001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17%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전체 낙폭은 무려 37%에 가까운 셈입니다. 오랜 세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나이키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싶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나이키 매장 전경.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먼저 판매 방식이 여러 문제를 낳았습니다. 나이키는 유명 인물이나 브랜드 협업 상품을 특정 발매 시기에만 소량 생산해 ‘드로우’(소비자가 응모 후 당첨돼야 구매할 수 있는 형식)로 판매했습니다. 그래서 최종 구매에 실패한 소비자들은 리셀 상품(중고 판매처에 올라온 상품)을 더 높은 가격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손에 넣습니다. 그런데, ‘중간 상인’ 격인 리셀러가 판매가격을 너무 과하게 책정합니다. 예를 들어, 29만 원짜리 나이키 스니커즈 구매에 성공한 리셀러는 중고 판매처에서 얼마에 판매할까요? 무려 100만 원까지 치솟을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 ‘직업 리셀러’까지 나타났습니다.
또 최근엔 눈에 띄는 새 상품이 없습니다. 2022년 베스트셀러였던 운동화 ‘덩크 로우’ 이후 고객의 관심도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아울러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도 대응이 늦는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나이키의 대체재는 없을 것’이란 예상은 2위 브랜드의 부상과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으로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먼저, 아디다스는 변화한 고객 니즈를 정확히 파악, 스포츠웨어와 캐주얼웨어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했습니다. 운동할 때는 물론,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일상복을 선보인 것입니다. 또한 기존에 히트했던 스니커즈 ‘삼바’와’가젤’ 이 ‘레트로 트렌드’와 함께 다시 부상했습니다. 특히 기존 디자인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색상 변화를 준 상품과 한정판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아디다스 주가는 19%나 상승했습니다.
복각 디자인으로 최근 인기를 다시 얻고 있는 아디다스 스니커즈 가젤과 삼바. 아디다스 제공
‘호카’는 러너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높은 기술력과 돋보이는 컬러가 인기 요인입니다. 그런데 러닝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호카의 인기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편안한 착화감’이라는 기술력으로 일반인에게까지 확산한 것입니다. ‘온러닝’은 국내보단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온러닝의 인기는 ‘클라우드’라는 러닝화로 시작됐는데, 튜브 형태의 쿠션을 신발 밑창에 달아 충격을 흡수하고 반발력을 높여주는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이 기술로 세계 스포츠 용품 박람회(ISPO)에서 신발 부문 최고 성능 제품에 수여하는 황금상을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동 창업자인 올리비에 베른하르트가 이 상품을 나이키에 제안을 했을 때 거절당했다는 것입니다. ‘러닝화 외관이 멋지지 않고 기술 역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앞으로 나이키는 더 영민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먼저 판매 방식에서 많은 고객이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객이 상품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 브랜드에 재방문할 필요성은 사라집니다. 또 당분간 이어질 레트로 트렌드에 맞게 기존 상품을 리프레시 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실 나이키가 갖고 있는 기존의 화려한 컬렉션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간 나이키는 ‘브랜드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 니즈 중심의 전략으로 상품 및 마케팅 전략을 변화해야 합니다.
나이키는 코카콜라와 더불어 미국 대표 브랜드입니다. 오랫동안 ‘세계 1위’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모두에게 놀랍습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늘 영리했습니다. 다시 멋진 브랜드로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나영훈 | 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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