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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남편의 동공이 흔들려요”
토론토생태희망연대 칼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8 2024 09:15 AM
제왕나비 기르기, 참여자마다 탄성 터져
“저는 11살 박리암(재윤)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곤충학자로 생각하고요.”
당당하게, 아직은 조금 어색한 듯 자신을 곤충학자로 소개하는 토론토 북쪽 리치몬드힐의 베이넌 필즈 초등학교 5학년인 재윤(한인 박충훈 씨의 아들)이는 이미 26쪽짜리 책(Raising Monarchs)도 한권 발행한 저자다. 지난 몇 년 간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를 기르고 관찰하며 얻은 정보를 모나크 나비기르기 라는 책으로 만들었다. 학교 도서관에 기증도 했다.
“모나크 나비를 길러 보면 너무 좋아요. 멸종위기 종이니 가능한 많이 길러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싶어요.”
제왕나비 애벌레들을 알 상태(맨 오른쪽)부터 날짜별로 놓고 사진촬영. 애벌레를 키울 때는 한 통에 한마리씩 넣고 키우며 1인당 1마리 정도가 적절하다.
재윤이는 1학년 때부터 큼직한 날개를 퍼덕이며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나비가 좋았다. 그러다 우연히 제왕나비를 알게 됐고 신비로운 생태를 배우고는 기르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만 할 수 있는 제왕나비 기르기는 어렵지 않다. 알에서 애벌레로 자라는 2-3주 동안 신선한 먹이(애벌레는 오로지 밀크위드라는 풀잎만 먹어야 한다)를 공급해 줘야 한다. 그 동안 1밀리미터 정도이던 애벌레는 무게로는 수천배 폭풍성장, 50 밀리미터 전후가 되고 마침내 초록색 고치를 만들어 고요 속에 들어간다. 그 속에서 1~2주 동안의 비밀스런 성장. 그리고 화려한 나비가 된다.
“고치에서 나비로 태어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고 기쁜 것 같아요” 라는 재윤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제왕나비를 기르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재윤이의 그 희망이 올해 이뤄지고 있다. 토론토 생태희망연대(HNET)는 올해 제왕나비 기르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7월24일 koreatimes.net/ArticleViewer/
“어머머 잘 키우셨어요.”
“이제야 관심 없던 남편의 동공이 흔들립니다.”
“우리집에선 남편이 애벌레도 오래 못 보게 하고(스트레스 받을까 봐) 근처에서는 말도 크게 못하게 해요(놀랄까 봐).”
단톡방에서의 수다는 끝이 없다. 하루에도 백여개의 문자와 ‘아이 자랑’ 사진은 물론 애벌레의 움직임을 찍은 동영상이 앞다퉈 올라온다.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밀크위드가 자라는 곳이나 산책로 지도도 공유한다. 그래도 구하기 어려우면 서로 나눠준다. 공원에서 알이나 잎을 채취하는 것은 금지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족 수대로 여러 마리를 함께 키워보니 각자의 성격이 다름을 ‘발견’했다. 어떤 ‘녀석’은 움직임이 적고 어떤 녀석은 활발하게 움직인다. 또 어떤 애벌레는 쉬는 시간이면 잎을 떠나 어디론가 헤매고 다니다 쉰다. 자라는 속도도 제각각이다. 늦게 알을 깨고 나온 녀석이 ‘형아’를 추월할 것 같다고 신기해 한다. 덩치가 커지면 잎을 갉아먹는 소리도 사각사각 들린다. 현재 이 방에서 벌써 나비가 4 마리 태어나 하늘로 날아갔고 십여 개의 고치가 매달려 환희의 순간을 기다린다. 물론 관리소홀이나 다른 이유(질병)로 두어 마리는 나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자연에서 알이 나비가 되는 가능성이 겨우 1~3%이니 약간의 위로가 된다.
입소문이 퍼지자 토론토 은평교회 주일학교에서 31개의 알을 채취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교회 학교 차원에서 해보자는 것이다. 고무적이다.
제왕나비회원이 길러낸 제왕나비. 병 속에 고치로 머물다 마침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이런 노력은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 주류 사회에서는 ‘온타리오를 거쳐 이동하는 제왕나비들(Mornarchs Migrating Through Ontario)이란 페이스북 그룹이 있다. 현재 5,200여명의 멤버가 활발하게 소식을 올리고 있고 그 외에도 몇몇 SNS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인류의 활동으로 멸종위기에 내몰린 신비로운 모나크 나비를 돕자는 재윤이의 희망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비록 우리의 활동이 실질적 도움이 될지는 연구가 부족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자연의 화답을 기대해 본다.
한편 토론토 곤충학자연합(Toronto Entomologist's Association)에 따르면 1인당 1마리 이상을 기르는 것은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더 이상 기르기 위해서는 TEA에 가입하거나 정부(MNRF)에 낚시 면허 같은 관련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업용으로 나비를 대량 증식 시키거나 개인이 많은 애벌레를 한곳에 키울 경우 생태계 교란, 질병과 기생충 감염 확산 등의 위험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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