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스포츠
30년 만에 드라마 찍은 송강호·설경구
들은 왜 충무로를 벗어났나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19 2024 12:02 PM
송강호 ‘삼식이 삼촌’ 드라마 데뷔 설경구도 넷플릭스의 ‘돌풍’ 출연 영화계 침체 속 OTT 위상 급성장 ‘쪽대본 퇴출’ 등 제작 환경 좋아져
#. 배우 송강호는 지난 5월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삼식이 삼촌’으로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했다. 데뷔 35년 만이다.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 ‘기생충’ 등 영화 네 편을 ‘천만 관객 영화’로 이끌어 ‘충무로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는 그가 밝힌 이유는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는 것이었다.
#. 배우 설경구도 지난 6월 넷플릭스의 ‘돌풍’으로 30년 만에 드라마를 찍었다. 영화 ‘박하사탕’(2000) 성공 후 영화를 이끌어온 그는 “대본만 좋다면 드라마도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돌풍’ 대본을 받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30여 년 만에 드라마를 택한 것은 그저 공교로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대중문화 산업의 판도와 콘텐츠 위상 변화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드라마 '돌풍'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왼쪽 사진)와 드라마 '삼식이 삼촌'에 나온 배우 송강호.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제공
① 영화계에는 ‘일’이 없다
충무로 배우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진출 이유 중 하나는 영화계의 장기 침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중문화산업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영화계는 최근 몇 년간 투자와 제작이 급감했다. 배우들의 영화 출연 기회는 쪼그라든 반면, OTT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다. ‘오징어게임’(2021) 성공 이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애콜라이트’ 주연을 맡은 이정재를 비롯해 김태희, 박해수, 성동일, 이상희 등도 영미권 드라마를 촬영하는 등 배우들의 해외 진출이 늘었다.
2021년 코로나19의 여파로 텅 비어있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영화관. 뉴스1
익명을 요청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쪽에 정말 일이 없다”며 “OTT는 영화보다 출연료가 많고 관객 수로 흥행 여부를 평가받지 않아도 되는 데다 무대인사를 도는 등의 ‘개봉 스트레스’가 없어서 홀가분하다고 말하는 배우들이 있다”고 전했다.
② 영화만 ‘예술’이던 시대는 갔다
영화계에는 몇 년 전까지도 OTT 드라마를 낮잡아 보는 시선이 강했다. 장르물 중심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대부분이었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라마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는 큰 화면으로 봐야 한다” “배우가 왜 OTT 드라마를 찍느냐”는 게 영화계의 지배적 정서였다. 그러나 OTT 드라마가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작품 길이 이외엔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영화는 ‘예술’, 드라마는 ‘하위문화’라는 경계도 허물어지며 ‘서로 매력이 다른 콘텐츠’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왼쪽 사진)과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삼식이 삼촌'. 넷플릭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③ ’쪽대본’ 사라지자 영화인 움직였다
드라마 제작 방식이 진보한 것도 영화인들을 움직였다. 촬영 직전까지 대본이 완성되지 않아 한 장 한 장 ‘쪽대본’으로 시간에 쫓기며 촬영하는 게 TV 드라마의 오랜 관행이었으나, 사전 제작이 정착하며 감독과 스태프들이 영화와 OTT 드라마를 자유롭게 넘나들기 시작했다. ‘더킹’ ‘비상선언’ 등을 찍은 한재림 감독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에이트쇼’로 드라마에 데뷔했고, 영화 ‘동주’ ‘거미집’의 각본을 쓰고 ‘카시오페아’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도 ‘삼식이 삼촌’으로 처음 드라마를 연출했다.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OTT 드라마에 대한 감독들의 경계심이 사라져 ‘기회가 되면 하겠다’는 이들이 많다”며 “감독이 움직이면 스태프, 배우들도 함께 움직인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이지만 최근 드라마 '삼식이 삼촌'을 연출한 신연식(왼쪽 사진) 감독과 '더에이트쇼'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넷플릭스 제공
흥행 배우들이 드라마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삼식이 삼촌’과 ‘돌풍’ 모두 송강호·설경구의 출연으로 초반 화제는 모았으나, 작품성으로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들은 출연료가 적으면서 작품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가성비’ 배우를 끊임없이 찾고 있어 출연료가 비싼 배우들은 오히려 드라마에 캐스팅이 잘 안 된다”면서 “배우에 따라 작품을 보던 시청 패턴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www.koreatimes.net/문화·스포츠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