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핫뉴스
심장병, 치매에도 효과? 비만약은 만병통치약?
“근거 확립 안 돼 신중해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16 2024 10:45 AM
당뇨·비만약 'GLP-1' 광범위 약효 주목 고혈압, 심부전, 중독까지 비만주사로? 건강개선 vs 염증완화 기전 두고 이견 잠재성 크지만 추가 의학적 근거 필요
지방 대도시의 한 비만클리닉은 홈페이지를 통해 비만약 ‘삭센다’를 맞으면 살이 빠질 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이 개선되고, 혈당 수치가 정상화하고, 치매까지 예방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삭센다는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만 허가된 약인데, 다른 병들에까지 효과가 입증된 것처럼 보인다. 온라인에선 고혈압 환자가 삭센다를 처방받는 방법을 묻는 등 비만약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
지난달 말 열린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에선 삭센다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비슷한 성분의 비만약 ‘마운자로’는 임상시험에서 간질환 위험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약이 다른 병에도 작용할 가능성을 담은 연구가 속속 발표되면서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다. 유사 성분의 비만약 ‘위고비’가 올 3월 미국, 영국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대해 허가를 받은 만큼 기대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의료계와 제약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치료 대상 질환이 확대될 잠재성은 크지만, 아직 의학적 근거가 충분히 확립되진 못한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대체로 많다.
만병통치약으로 기대를 모으는 비만약들은 주요 성분이 체내에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와 비슷하게 생긴 물질(유사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GLP-1 유사체가 비만 외 다른 질병에 작용하는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시나리오가 공존한다. 먼저, 식욕이 떨어지는 데 따른 2차 효과다. GLP-1 투약 후 식욕이 억제돼 비만이 치료되면 당뇨병이 개선되고, 당뇨병 때문에 생기는 동맥경화 같은 혈관 합병증도 나아져 심장과 신장 질환, 나아가 난임, 뇌혈관 질환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뇌혈관이 건강해지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완화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GLP-1 유사체 자체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만병의 근원인 비만을 해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들이란 얘기다.
이와 달리, GLP-1 유사체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여러 증상을 완화하거나 막는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이 성분이 면역세포에 작용해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두 시나리오가 유전이나 환경 요인에 따라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비만약을 누구나 먹어도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커질까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이사는 “체중 감량과 별도로 뇌질환, 중독 치료 등 다른 병에까지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 효과가 있을지는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만 외 질병을 개선한다 해도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 또는 허가하는 건 다른 문제다. 기존 약과 비교해 뚜렷한 치료 효과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GLP-1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데 우려의 시각이 있는 이유다.
이재명 기자
www.koreatimes.net/핫뉴스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